화장품, 전 이것만 써요

10명의 남자가 절대 헤어지기 싫은 그루밍 제품을 추천한다. 단지 바꾸는 게 귀찮아서만은 아니다.

01. 닥터 브로너스 티트리 캐스틸 리퀴드 솝
얼굴이 민감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공기 안 좋은 데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조금만 피곤해도 금세 트러블이 생긴다. 4년 전이었나? 한창 트러블이 성행할 때, 여자친구가 대뜸 선물했다. 유기농 제품이라서인지, 이걸 썼을 때 피부염 분출 빈도가 가장 적었다. 중간에 다른 걸 써보기도 했지만, 이걸 써야만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결국 멋진 패키지에 담긴 이 제품을 찾게 된다. 가격도 참 착하고. 정환욱(‘하이컷’ 패션 에디터)

02. 키엘 울트라 페이셜 크림
6개월 전부터 썼으니 오래된 건 아니다. 항상 수분 크림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바르곤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일교차가 클 때 바르면 톡톡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침에 바르고 나갔다가 방에 돌아올 때까지 건조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확실한 보습의 지속. 바른 직후에만 효과를 내는 다른 크림과는 다르다. 아침과 저녁 단 두 번만 바르면 하루 종일 촉촉하다. 손민호(모델)

03. 로레알 스튜디오 리믹스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불쑥 떠난 벤쿠버에서 처음 발견했다. 웬만한 남자들이 젤이나 왁스를 쓰던 시절, 딱딱하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검 타입의 이 제품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다시 돌아온 서울에선 어디서도 살 수 없어서, 출장이나 여행 갈 때마다 여러 개를 사둔다. 지금은 더 좋은 제품도 많겠지만, 도무지 바꿀 수 없다. 손에 익은 무언가를 버리지 않는 기쁨, 틈날 때마다 사서 쌓아 두는 재미 때문에. 최성열(‘컨버스’ 브랜드 메니저) 

04. 비오템 아쿠아틱 로션
대학생 때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선물로 받았다. 그땐 스킨과 로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피부에 착착 붙는 느낌, 면도 후에 바르면 전해지는 상쾌한 기분도 좋고.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마 앞으로도 쭉 쓸 거다. 굳이 위험을 안고 도전하기 싫다. 다만, 대용량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두어 달에 한 번씩 백화점으로 사러 나가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다. 김동률(‘비이커’ 마케터)

05. 피지오겔 인텐시브 리페어 크림
피부가 얇고 굉장히 건조해 항상 보습에 신경 쓴다. 작년 가을,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크림을 쓰기 시작했다. 보습력이 뛰어나고 민감한 피부에도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게다가 인공적인 향이나 색소가 없으니 더 좋았다. 얼굴뿐 아니라 건조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 바를 수 있어 항상 챙겨 다닌다. 김영진(화가) 

06. 하야시 시스템 히노키 샴푸
두피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알 거다. 샴푸를 고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마트에서 파는 샴푸는 절대 쓰지 않는다. 단골 헤어 숍에서 추천해준 이 샴푸를 6년째 쓰고 있다.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이 두피 염증을 완화하고 항균 작용도 돕는다. 쉽게 살 수 없는 터에 머리 하러 갈 때마다 사둔다. 종종 담당 스태프가 몰래 업소용 대용량을 빼주기도 한다. 허민호(‘오쿠스’ 대표) 

07. 랩시리즈 레이저 번 릴리프 울트라
9년 전, 백화점에서 받은 샘플을 써본 뒤로 줄곧 쓰고 있다. 바른 직후 코와 턱 밑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았다. 살짝 따가운 느낌이 드는 게, 마치 소독을 한 듯 안정됐고. 향이 없다는 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쓰는 순서는 스킨 후, 로션 전. 신속하게 스며들어, 로션과 뒤엉킬 일도 없다. 가격은 좀 비싸다. 면도를 자주 안 해서 다행이다. 고윤성(사진가)

08. 존슨즈 베이비 베드타임 로션
조소를 전공했다. 학교에서 한창 작업할 때 건조한 손에 바르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데도 피부는 꽤 건조한 편이어서 얼굴에도 핸드크림을 바를 정도다. 자연스럽게 얼굴에도 이걸 바르기 시작했다. 저렴하고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익숙해서 안정을 주는 포근하고 평온한 향…. 요즘 광고 때문에 더 인기를 끄는 뉴트로지나와 피지오겔이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존슨즈는 내 일순위다. 기린(가수) 

09. 수아베시토 포마드
한창 머리를 세팅하는 데 푹 빠져 있던 시절, 지인의 권유로 쓰게 됐다. 뻣뻣한 왁스를 좋아했는데, 잘 씻기지 않는 건 좀 싫었다. 이게 정말 마음에 든 것도 깔끔하게 씻긴다는 점 때문이었다. 포마드 특유의 강력함은 유지하되 부담스럽게 번쩍이지도 않았다. 이것보다 괜찮은 포마드도 많겠지만 굳이 바꿀 생각은 없다. 물론 패키지가 덜 험상궂으면 좋겠단 생각이야 가끔 하지만. 신오철(‘브라운 오씨’ 테일러)

10. 키엘 페이셜 퓨얼 에너자이징 모이스처 트리트먼트
키엘이 남성 제품을 한국에 처음 선보일 때쯤부터 쓴 것 같다. 처음 이걸 발랐을 때는 조금 놀랐다. 바세린이나 파스를 바르는 느낌이 들었달까? 하지만 이내 그 상쾌한 박하 향에 익숙해졌다. 흡수도 정말 빨라서 번들거리거나 끈적이는 걸 싫어하는 내겐 제격이었다. 키엘이 이 제품을 계속 내놓는 한, 끝까지 쓰게 될 것 같다. 이지연(‘PB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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