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심장이 터질 때까지

NC 다이노스의 박민우는 올해 도루를 50개나 했다. 2루로 달리던 거침없는 기세로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회색 재킷은 레노마, 모자는 드라이프, 후드 집업은 유니온베이, 셔츠는 비앤테일러.

학창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던데, 야구 역사에도 관심 있어요? 알 만한 건 알 수 있겠죠?

93년생이죠? 1993년 프로야구 신인왕이 누군지 알아요? 네! 양준혁 선배님. 또 그해가 이종범 선배님 데뷔년도 아니에요?

맞아요. 같이 데뷔했는데, 신인왕을 양준혁이 탔죠. 94년 MVP가 이종범. 선물 없어요?

상 많이 받았잖아요. 지금까지 몇 개 받았어요? 4개 받은 것 같아요. KBO 신인왕, 선수들이 뽑아주신 신인왕, 조아제약 신인왕, 스포츠서울 신인왕 이렇게.

올해 KBO 신인왕은 예측이 쉽지 않았어요. 박해민은 팀이 우승했고, 조상우는 중간계투라 개인 성적에서 손해를 좀 봤지만 팀 공헌도가 높았고. 그래도 받을 것 같았어요? 기대는 했어요. 받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후반에 성적이 좀 좋지 않아서 긴가민가했죠.

부모님도 오셨잖아요. 네. 저는 뭐 조상우 선수랑 해민이 형 부모님도 다 오시는 줄 알았는데. 괜히 오시라고 한 것 같아서 좀….

보통 가족들은 수상이 확정적이거나 미리 언질을 받은 경우에 동석하잖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MVP 받은 서건창 선배님도 부모님 오셨잖아요. KBO에서 따로 연락 준 건 아니에요.

신인왕 발표 직전엔 곧 울 것 같았어요. 하하하. 그냥 무표정인데. 그런가? 입 꼬리 좀 올리고 다녀야겠어요. 좀 초조했어요. 만약에 조상우 선수나 해민이 형이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되지?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걱정을 솔직히 좀 하고 있었어요.

올해는 2루수의 전성시대였어요. MVP 서건창을 비롯해서 나바로, 안치홍, 오재원…. 정근우도 건재하고요. 이런 흐름이라면 골든글러브는 한동안 언감생심일 수도 있어요. 안치홍을 제외하고는 군 문제도 모두 해결했고, 젊은 선수들이잖아요. 그러게요. 저도 어느 정도는 부각되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골든글러브 후보도 안 됐어요. 수상은 생각도 안 했지만 후보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을 텐데. 뭐, 올해만 기회는 아니니까요.

후보에 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박민우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 부분은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쎄요. 아직 저만의 특징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수비 보완을 많이 하고, 아무래도 도루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 70개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신인 시절의 이종범처럼. 쉽지 않아요. 옛날과 달라서 지금은 견제도 심하고. 내년에도 목표는 50개예요. 한 해에는 많이 하고, 어떤 해에는 적게 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도루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인 필요 없이 뛸 수 있는 ‘그린 라이트’를 받았나요? 뛰면 안 되는 상황에서만 1루 베이스 코치님이나 3루 베이스 코치님이 사인을 주셨어요.

뛰라는 사인이 아니라 뛰지 말라는 사인이 나오는 건가요? 네. 2~3점 차로 뒤지고 있는 경기 후반에 주자로 나가면 저 혼자 들어온다고 역전되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나가면 포수나 투수가 저한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실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주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순간이라면, 견제구에 몸을 날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때가 아닐까 싶어요. 견제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면 더욱. 견제 많이 하면 짜증이 나긴 나죠. 솔직히. 그렇지만 쾌감도 있어요. 계속 견제구 던져도 안 잡히지? 같은. 또 그렇게 견제 많이 당하고 도루를 성공하면 쾌감이 더 커요.

이겼다 싶은 거예요? 메~롱, 뭐 이런 느낌이 있어요. 힘들긴 한데 제가 그걸로 먹고 살아야 되니까.
도루는 눈으로 하는 거란 얘기도 있죠. 동감해요. 그래서 메모를 해요. 투수도 자기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거든요.

마운드에 있으면 제일 도루하기 힘든 투수는 누군가요? 견제 잘하고 퀵 모션도 빠른 투수들이 뛰기 힘든데, 음… 생각 좀 해볼게요.

봉중근? 아, 네. 뛰기 힘들어요. 견제를 굉장히 잘 하시는 선배님이에요. 퀵 모션은 좀 큰 편인데, 워낙 견제가 좋아서 뛸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렵죠. 저도 중요한 상황에서 한 번 죽었어요. 그래서 팀이 졌죠.

검정색과 상아색 야구 배트는 조이디 by 야구파크, 옅은 갈색 배트는 윌슨 by 야구파크. 가죽 블루종은 RST by 레쥬렉션, 검정색 팬츠는 레쥬렉션, 시계는 게스 워치.
바닥의 KBO 공인구는 스카이라인. 흰색 면바지는 비앤테일러, 회색 카디건은 비노블라 by 비앤테일러, 피케 셔츠는 프루이 by 비앤테일러, 모자는 화이트 블랭크, 시계는 게스 워치, 신발은 뉴발란스.

NC의 연고지는 창원이에요. 화끈하기로 유명한 ‘마산 아재’들이 경기장을 찾는 도시죠. 구도 부산, 성지 마산이라 불릴 정도로. 지금은 NC가 성적이 좋지만, 마산구장을 제2구장으로 쓰던 롯데 자이언츠처럼 성적이 떨어지면 얼마든지 ‘팬심’이 뒤바뀔 수 있어요. 그런 곳에서 선수로 뛴다는 건 어떤 일인가요? 일단 야구선수로서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주시면 굉장히 뿌듯하죠. 평일 경기에도 많이 찾아오시고, 밥 먹으러 가면 파이팅 외쳐주시고.

너무 형식적인 대답인데요? 아니에요. 진짜 그래요. 그런데 마산 분들이 열정적이어서 퇴근할 때 못 가게 막으시고 그런 건 좀 있어요. 하하. 가끔 집 앞에 따라오시고. 그래도 되게 고맙죠.

여성 팬 말고요? 네. 여성 팬들은 아이들이나 아재들이 달려오니까 오히려 좀 떨어져 있어요. 다 끝나고 갈 때 되면 쪼르르 와서 사인해달라 그러고.

그래도 이 스포트라이트가 없어지면 섭섭하지 않을까요? 그럴 것 같아요. 즐기려고요.

올해는 신인들과 경쟁했다면, 내년부터는 모든 선수와 경쟁해야 해요. 가장 욕심나는 개인 타이틀은 역시 도루인가요? 상만 생각하면 역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도루겠죠? 그런데 그거 말고 욕심나는 게 있어요. 통산 3루타 개수. 저희 팀 전준호 코치님이 프로야구 최다 3루타 기록 보유자예요. 100개. 그걸 진짜 깨고 싶어요. 스스로 3루타를 칠 수 있는 선수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준플레이오프에선 타율 7푼 7리로 좀 부진했어요. 2차전에선 결정적 실책을 범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정규 시즌 경기와는 좀 달랐나요? 글쎄요. 전 긴장 안 한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긴장했을 수도 있죠. 이순철 해설위원은 “김경문 감독이 팀의 미래를 위해서 박민우 선수가 수비 능력이 좀 떨어져도 계속 기용하는데,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 공격에서도 그렇고 수비에서도 트라우마가 안 걸릴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어요. 아무렇지 않다니까요. 저 괜찮아요. 트라우마 같은 거 없어요.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에 어떤 얘길 했나요? 그냥 네가 강해져야 살아남는다. 그런 말씀밖에 안 하셨어요.

시즌 중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뭐예요? 경기에서 진지해지라고, 악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어쨌든 파격적인 기회를 얻고 있어요. 작년 도루왕 김종호, 두산에서 온 베테랑 이종욱을 제치고 팀의 1번 타자로 꾸준히 나섰죠. 경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타석에 들어서는 기분은 어때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쭉 1번 타자여서 덤덤해요. 공을 많이 보고 덕아웃에 들어가서 선수들에게 정보를 알려줘야겠다, 정도? 오늘 투수 공이 어떻다, 치기 힘들겠다, 같은 얘기요.

올 시즌 연봉이 2천6백만원. 프로야구 최저 연봉이 2천4백만원이었죠. 내년엔 얼마 받고 싶어요? 저요? 계약했는데? 발표는 한 번에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직 비밀입니다.

구단 제시액에 곧바로 도장 찍었어요? 네. 구단에서 제가 생각하고 들어간 것보다 많이 제시해주셨어요.

거액의 FA 계약이 쏟아졌어요. 부러웠나요? 아니요. 잘했으니까 그렇게 받는 거겠죠. 나중에 받으면 돼요.

그때는 얼마 받고 싶어요? 1백억.

1백억 안 주면 계약 안 해요? 안하죠. 그때를 위해 지금은 한 번에 하는 거예요. 관계가 중요하니까요.

내년 시즌에 첫 타석에 서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떨릴 것 같아요. 개막전은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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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