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BLACK BOOK

2015.01.08강지영

네 권의 검정 커버 책에서 힌트를 얻은, 1월에 해볼 만한 작은 일.

 

 

 

01 너세네이얼 웨스트 <미스 론리하트>

미스 론리하트가 퇴근해보니 날씨가 아주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공기를 덥혀놓은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그는 한잔 걸치기 위해 델리핸티 선술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 술집에 가기 위해서는 자그마한 공원을 가로질러야 했다. 게이트의 아치 밑에서 짙은 그늘의 공기를 몇 모금 들이마셨다.

 

02 무라카미 하루키 <잠>
졸음이 올 때까지 책이나 읽자고 생각했다. 침실에 들어가 책장에서 소설 한 권을 찾아왔다. 내가 골라온 책은 <안나 카레니나>였다. 내가 그때 읽고 싶었던 것은 길고 긴 러시아 소설이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그것이 첫 문장이었다.

 

03 오스카 와일드 <캔터빌의 유령>
이제 전날 밤의 어지럽게 날뛰던 혼란스러운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미친 듯이 거리를 헤맸던 일, 극심했던 감정의 고통이 유치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가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 고통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불가피한 일에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어리석게 굴었는지 의아했다.

 

04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그날 아침에도 클러터 씨는 사과 하나와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커피나 차에는 손도 안 댔다. 찬 속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맑은 정신에 이롭기 때문이었다. 사실 클러터 씨는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자극적인 음식은 모두 거부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클러터 씨의 인간관계가 좁아지지는 않았다.

    에디터
    패션 / 강지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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