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세계, 당구의 모든 것

겨울에 대뜸 운동장을 달릴 수는 없다. 야구방망이 대신 큐대를, 녹색 그라운드 대신 시퍼런 당구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01 게임의 법칙 

“매일 당구장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경기 대신 제안하는 새로운 종목들”

사구 말고 스리쿠션 사구는 한국에만 있다. 사실 스리 쿠션을 치기 위한 연습용 게임에 가깝다. 공을 네 개 놓고, 수구(치는 공)로 상대방 수구를 피해 두 개의 빨간 공을 맞추는 경기. 당구장에 가보면 대부분 사구를 친다. 스리쿠션은 그보다 좀 어렵다. 공은 세 개만 놓고 친다. 수구로 나머지 공 두 개를 맞혀야 한다는 점은 사구와 비슷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구가 당구대 쿠션을 세 번 이상 맞고 튀어나와야 한다. 네 번, 다섯 번도 상관없다. 스리쿠션은 사구에 비해 끌어치기, 밀어치기 등 회전 기술을 정교하게 사용해야 한다. 마냥 세게 친다기보다 당구대 쿠션에 거리별로 찍혀 있는 점(포인트)를 감안해 각도를 계산하는 식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잇볼 말고 나인볼 에잇볼엔 네 공과 내 공이 있다. 1~7번 공을 솔리드, 9~15번을 스트라이프 볼이라 칭하는데, 솔리드와 스트라이프 중 먼저 포켓에 넣은 첫 공이 자기 공이 된다. 자기 공 일곱 개를 다 넣고 8번 공을 넣는 사람이 이긴다. 나인볼은 1~9번까지의 공만 사용한다. 네 공과 내 공은 없다. 대신 두 사람 모두 1번부터 9번까지의 공을 순서대로 쳐야 한다. 순서대로 넣는 게 아니다. 가장 낮은 숫자의 공을 맞춰 그 공을 넣거나, 그 공을 이용해 다른 공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누구든 9번 공을 넣으면 이긴다. 나인볼은 에잇볼에 비해 수비의 비중이 높다. 한 번 실수하면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에잇볼과 달리 쳐야 하는 공은 결국 하나뿐이니 수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

 

02 개인의 취향 

“당구장에 있는 걸 써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장만하는 게 더 좋은 다섯 개의 장비”

초크 큐 미스, 일명 ‘삑사리’를 방지하기 위해 바른다. 가루가 잘 떨어지지 않고, 한두 번만 쓱쓱 발라도 팁에 잘 묻는 초크가 좋다. 스리쿠션은 사구에 비해 공을 강하게 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치고 나면 곧바로 초크를 다시 발라야 한다.

큐 그립 큐의 하대 부분에 씌워놓으면, 큐를 단단히 잡을 수 있다. 강한 코스로 공을 칠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아 꽤 도움이 된다. 장갑과 마찬가지로 손에 땀이 안 나는 사람들에게까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큐 끝에 붙이는 부분. 처음엔 평면으로 나오지만, 큐에 붙인 뒤 모양을 다듬는다. 크게 하드 팁과 소프트 팁으로 나눌 수 있다. 하드 팁은 공을 튕겨내고, 소프트 팁은 공을 밀어내는 듯한 인상이다. 공을 칠 때 회전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 소프트 팁, 공을 강하게 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 하드 팁이 더 잘 어울린다.

당구장에 비치된 큐를 하우스큐라 부른다. 하우스큐로 당구를 칠 경우, 큐의 윗부분인 상대가 휘지 않았는지, 그리고 큐 끝의 팁 부분이 둥그런 반원으로 잘 다듬어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개인 큐를 고를 때는 거기에 더해 큐의 상하 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엎드려서 공을 막 치기 전 자세로 큐를 잡았을 때, 윗부분이든 아랫부분이든 어느 한쪽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된다.

장갑 손에 땀이 없는 경우 안 끼는 게 좋다. 브리지, 일명 ‘큐걸이’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부드러운 장갑에 의존하기보다, 다소 뻑뻑하더라도 맨손의 감각을 계속 훈련시키는 게 낫다.

 

03 왕좌의 게임 

“지금 주목할 만한, 당구계의 강자들”

김가영 김가영은 과감하다. 시원시원한 경기 방식 때문에,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LPGA에서도 장타를 펑펑 날리는 여자 골퍼들이 환영받는 것처럼. 현재 여자 포켓볼 세계 랭킹 2위.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기엔, 이미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닐스 페이언 포켓볼은 대만, 필리핀 선수들의 초강세. 하지만 현재 세계 랭킹(WPBA 기준) 1위는 네덜란드 선수인 닐스 페이언이다. 강한 체력, 끊임없이 단점을 보완하고 강해지는 모습으로 ‘터미네이터’란 별명을 얻었다.

 

토브욘 브롬달 스리쿠션 선수들은 포켓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브롬달은 두께나 힘 조절 같은 기본기를 갖춘 것은 물론 특별한 단점이 없다. “당구는 기억력의 스포츠”라 말하는, 기술만큼 경험을 강조하는 선수다.

 

다니엘 산체스 스리쿠션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선수들 중 가장 어리다. 아주 어려운 공 배치를 정교한 기술로 극복하곤 한다. 묘기 같은 상황이 자주 연출된달까? 최근에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그의 전성기 경기 영상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04 네 가지 

“정복하고 나면 당구가 한결 쉬워지는 네 개의 코스”

사구 수구로 맞춰야 할 두 개의 공 사이에 상대방의 수구가 끼어 있다. 그림을 기준으로 위쪽의 빨간 공을 얇게 맞힌 후 오른쪽 쿠션으로 수구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수구가 맞는 쿠션의 지점을 예측하기가 까다롭다. 그보다 그림처럼 수구로 위쪽의 빨간 공을 두껍게 맞히는 게 낫다. 치는 방식은 밀어치기. 수구는 빨간 공을 때린 후 쿠션을 맞고 아래로 돌아, 아래쪽 빨간 공에 도달한다.

 

스리쿠션 이렇게 공이 모여 있는 상황(뱅크 샷)에서는 수구에 회전을 걸어 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구에 전혀 회전을 주지 않고도 나머지 공을 모두 맞힐 수 있다. 수구의 정중앙을 정확하게 쳐 오른쪽 첫 번째 쿠션에 정확히 공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 방법은 ‘노 잉글리시 시스템’이라 불리며, 숙지할 경우 회전을 거는 것보다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에잇볼 에잇볼에선 자신이 쳐야 할 공이 줄어들면, 상대방이 공을 치기가 수월하다. 피해야 하는 장애물이 없어지니까. 그래서 공이 몇 개 남지 않았을 때, 그 턴은 꼭 성공시켜야 한다. 7번과 8번 공이 남았다 가정할 경우, 7번 공을 넣고 안정적으로 8번 공 앞에 수구를 갖다놓아야 한다. 쿠션을 이용해 수구를 A 또는 B 지점으로 보낼 수 있다. 칠 때는 수구의 오른쪽 윗부분을 강하게 밀어 치면 된다.

 

나인볼 나인볼은 어쨌거나 9번 공을 넣는 사람이 이긴다. 1번부터 8번까지를 다 넣었어도, 상대방이 9번을 넣으면 진다. 8번과 9번 공이 남았다면, 절대로 턴을 넘겨줘선 안 된다. 8번 공을 확실히 처리하고 9번 공을 넣기에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수구를 보낼 필요가 있다. 수구의 왼쪽 위를 가볍게 밀어 쳐, 수구가 9번 공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한다.

 

05 배우고 싶어요 

“당구장에서는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들”

당구의 운동 효과는 어떤가? 당구대 한 바퀴를 돌면 7미터가 넘는다. 국제 규격의 당구대는 10미터에 가깝다. 한 시간 정도 치면 약 2킬로미터를 걷는 효과가 있다. 땀이 줄줄 나진 않아도, 계속 걷고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다 보면 꽤 몸이 뻐근하다. 

핸디캡, 흔히 말하는 ‘당구 수’는 과연 어떻게 세는 것인가? 50, 80, 100…. 가장 논란이 되는 사구의 ‘당구 수’는 사실상 기준이 없다. 하지만 300, 400 이상의 고점자들은 한 번의 이닝에서 획득할 수 있는(이른바 뺄 수 있는) 점수를 자신의 당구 수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스리쿠션의 경우 주로 25이닝에서 득점할 수 있는 평균 점수가 곧 핸디캡이 된다. 예를 들어 25이닝에서 20번 정도를 성공시킬 수 있으면 20점이다. 나인볼 역시 동호인들 사이에서 쓰는 핸디캡이 있다. 일반적으로 3점부터 9점까지. 예를 들어 3점인 사람과 9점인 사람이 맞붙으면, 3점인 사람은 3세트만 먼저 이기면 경기가 끝난다.

브리지는 모양만이 중요한가? 보통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을 벌려 당구대를 짚는데,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세 손가락을 모으는 게 더 안정적일 수도 있다. 특히 끌어치기를 할 때 유용하다. 그리고 브리지의 모양만큼 수구와 손의 간격도 잘 확인해야 한다. 작은 한 뼘 정도가 적당하다. 공과 손이 너무 가까우면 강하게 칠 수가 없다. 너무 멀면 큐가 흔들린다. 큐는 언제나 수평으로 유지해야 한다.

포켓볼(에잇볼, 나인볼)과 캐럼(사구, 스리쿠션)의 공을 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스리쿠션은 다소 화려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이 쳐봐야 한다. 공을 칠 때,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다. 상대적으로 포켓볼은 기본기를 강조한다. “포켓볼은 완전히 맞추는 공의 두께 조절 싸움”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 그리고 다음 공을 쉽게 칠 수 있도록(특히 나인볼의 경우) 전체 공의 위치를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포지션 플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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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