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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차, 메르세데스-벤츠, CLS 클래스

2015.01.13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명예. 1월엔 2015 메르세데스-벤츠 CLS 클래스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250 블루텍]

옷을 입다가, 혼자 아침을 차리려다가, 침대에 눕기 전에도 문득 생각나는 차가 있다. 흔한 일은 아닌데, 그럴 때마다 좀 떨렸다. 유난히 집 밖으로 나가고 싶기도 했다. 되도록 멀리, 혼자가 아니라면 더 좋겠다는 드문 생각도. 메르세데스-벤츠 CLS를 주차장에 세워놨던 며칠은 이런 마음 때문에 좀 당혹스러웠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겨울인데 의외로 따뜻한 날은 또 그런대로 내내 풍족했다. 몸에 꼭 맞는 수트를 한 벌 갖게 된 것 같은 아침, 그 옷을 입으면 내가 좀 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심정. 이대로 봄이 오면 어떨까, 장마라면 또? 이렇게까지 나긋하게 마음을 자극하는 차가 또 있을까?

요즘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이너들은 아무것도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담백하고 호쾌하다. 어쩌면 가장 유려한 태도, 그저 날렵하게 자극하는 소유욕. “차는 결국 벤츠지”라는 말은 어른들이나 하는 줄 알았지, 최근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들을 떠올리면서 친구들끼리 하게 될 줄은 몰랐다. CLS의 태도는 그중 단연 깔끔하다. 장르는 쿠페, 문은 넷. 4도어 쿠페라는 단어는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창조했다. 전에 없던 장르, 멋과 실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형식이었다. 1세대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팔렸다. 지금 도로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CLS는 2010년 출시한 2세대다. 이번엔 2세대 CLS를 바탕으로 편의 사항을 보태고 디자인을 손봐 2015년형으로 거듭났다.

CLS는 몇 개의 선으로 아찔할 정도로 과감한 차체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앞유리, 지붕을 지나 트렁크 위로 떨어지는 선이 하나. 헤드램프가 끝나는 부분부터 보닛 가장자리를 지나 뒷문 끄트머리에서 흐릿해지는 선이 또 하나, 앞바퀴와 뒷바퀴를 잇고 그대로 펜더까지 이어지는 선이 또 하나. 보이는 건 몇 개의 곡선인데, CLS의 성격을 더 명확하게 정의하는 데 각각의 몫을 알차게 하고 있다. CLS처럼 마음을 파고드는 차를 탈 땐 오히려 욕심을 버리게 된다. 더 빨리 달리거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공략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 든다. 대신 달리는 일에 집중하면서 자동차의 모든 세부를 음미하게 된다. 콘솔 밑에서 은은하게 나오는 조명이 실내를 어떻게 끌어안고 있는지, 모니터의 선명함, 안전장비의 섬세함, 시트의 편안함 같은 것들에도 문득 시선이 간다. CLS는 2011년 오토모티브 브랜드 콘테스트에서 자동차 외관 디자인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팀은 그해, ‘올해의 디자인 팀’으로 뽑혔다. 그 아름다움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 하다는 뜻.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가능한 모든 부분을 100퍼센트 향유하면서 건너던 한남대교에서 문득 계기판을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시속 몇 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을까? 북악 스카이웨이를 내키는 대로 달렸던 밤에는? 숫자와 힘을 나타내는 수치 같은 건 애를 써야 기억할 수 있었다. 대신 모든 느낌만이 남았다. 차에서 내려, 다시 CLS를 타고 나갈 이튿날 아침을 생각하면서.

 

고급함을 정의하려는 사람에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인테리어는 어떤 기준이 될 자격이 있다.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그저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이런 마음이라니. 이 이상을 바란다면 좀 죄를 짓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더 솔직해 보이는 계기판, 송풍구 가운데 째깍째각 돌아가는 바늘 시계는 마냥 담백하다. 여기에 부드러운 가죽과 원목, 뱅 앤 올룹슨 스피커…. 어떤 날 보닛을 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원의, 기계적이고 강박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있다.

고급함을 정의하려는 사람에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인테리어는 어떤 기준이 될 자격이 있다.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그저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이런 마음이라니. 이 이상을 바란다면 좀 죄를 짓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더 솔직해 보이는 계기판, 송풍구 가운데 째깍째각 돌아가는 바늘 시계는 마냥 담백하다. 여기에 부드러운 가죽과 원목, 뱅 앤 올룹슨 스피커…. 어떤 날 보닛을 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원의, 기계적이고 강박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있다.

 

[MERCEDES-BENZ COUPE LINE-UPS]

세단을 타는 사람, SUV를 타는 사람, 드물게 컨버터블을 타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심정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자극이 쿠페를 타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묘할 수도 있을까? SUV의 편안함과 공간감을 포기하고, 세단의 안락도 마다하고 지붕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닌 장르.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선이 좀 날렵하고 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쿠페를 선택한다고? 운전할 때 조금 더 역동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쿠페를 선택하는 데 계산은 별 의미가 없다. 쿠페는 100퍼센트 멋으로 타는 차,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차를 가진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감각적 보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들을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SAFETY BRIEFING]

벤츠를 선택한다면 ‘프리-세이프’라는 이름의 기술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도로 상황과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손과 발, 시선이 닿는 모든 영역에 자동차가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사고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미리 방지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프리-세이프는 위험을 감지했을 때 몸과 닿아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적극적으로 제어한다. 안전벨트를 조이고 등받이와 헤드레스트 각도를 조절하며 창문과 선루프를 (아주 약간의 틈을 남겨두고) 닫는다. 창문과 선루프에 여백을 남겨두는 건 에어백이 터졌을 때 실내에서 갑자기 팽창할 수 있는 공기압을 평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체험하고 싶지 않은 기술, 하지만 알아두면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깊은 속내다.

 

 

[THE GENTLE EYES]

정확한 기술, 놀라운 배려다. CLS에 새로 적용된 헤드램프는 운전하는 사람뿐 아니라 앞서 가거나 마주 오는 모든 차를 정직하게 배려한다. 이름은 ‘멀티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 간단히 말하자면 헤드램프 안에 있는 24개의 고성능 LED가 각각 상황에 맞게 제각각 점멸하는 기술이다. 어두운 밤에 시골길을 달릴 때는 알아서 상향등을 켠다. 그러다 중앙선 너머에서 다른 차가 오는 걸 감지하면 그 차를 향하는 부분만 광량을 줄인다. 마주 오는 운전자의 눈이 부시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앞서가는 차도 배려한다. 뒷차의 상향등이 앞 차의 백미러에 반사돼서 눈이 부실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24개의 LED 전구를 1초에 약 1백 회의 계산을 통해 능동적으로 조절한다. 밝기를 조절하는 단계는 자그마치 255개다. 길이 휘어지는 각도, 핸들이 돌아가는 각도를 미리 읽고 갈 길을 먼저 비추는 헤드램프는 이제 거의 기본에 가깝다.

 

 

[YOUR SHOPPING LIST]

행복한 리스트다. 자동차로 ‘멋’에 대해 논할 수 있다면 이 석 대의 차를 빼놓아선 안 된다. BMW 6시리즈는 완숙하다. 모든 걸 성취한 후에 그저 가을처럼 즐길 수 있는 차다. 그 힘 또한 엄청나다. 아우디 A7은 아우디 판매량의 일등 공신이다. 아우디의 기함 A8의 품격과 쿠페의 스타일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선택, 좀 많이 팔렸다고 절대 흔해지지는 않을 디자인이다. 재규어 F타입 쿠페는 더 본격적으로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CLS는 이 중 가장 우아하고 또한 넉넉하다. 재규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목록이기도 하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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