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는 묻는다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기본은 지켰다. 이 이상의 세단이 필요하냐고, 그렇다면 더 끝내주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폭스바겐 제타는 묻는다.

2010년 7월, 6세대 폭스바겐 제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인트 레지스 호텔 꼭대기에 전시됐다. 미디어는 전 세계에서 초청됐다. 이튿날 아침엔 수십 명의 기자가 시승을 위해 제타를 타고 호텔에서 출발했다. 그 무수한 언덕은 샌프란시스코의 표정 같았다. 제타를 타고 몇 개인지 헤아릴 수도 없는 언덕을 넘었다. 금문교를 가로지를 때 시선을 멀리 두면 앨커트래즈 섬이 보였다. 고속도로와 산길을 번갈아 달리면서는 시종 느긋했다. 금문교 저 멀리서 해가 막 떨어질 때 라디오에서 줄리 런던이 부른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들은 건 이상한 우연 같았다. 하루 종일 달렸지만 피곤하지 않았고,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폭스바겐 제타는 전지구적인 베스트셀러다. 출시는 1979년이었다. 지금까지 1천4백만 대 이상 팔렸다. 지난 한 해 동안만 92만 5천대 팔렸고 지금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전통적으로 뜨거웠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말을 요즘 자주 듣지만 중국의 취향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미국은 진짜 중산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이 더 모자랄 것 없는 소비를 하는 나라, 누구한테 보여주기 보단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가 가장 중요한 나라다. 그러니 자동차를 고를 때도 빈번한 자극보단 일상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효율과 안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2010년 여름에 6세대 제타를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제타의 인테리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제타의 인테리어에는 폭스바겐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담백한 효율과 그로부터의 아름다움.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모자랄 것 없이 예쁘다는 걸 이 안에서 깨달을 수 있다. 이 담담함이 좀 섭섭한 사람도 있을까? 제타는 막 세탁한 흰색 셔츠 같은 차다.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아니까 할 수 있는 완성형의 디자인.

제타의 인테리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제타의 인테리어에는 폭스바겐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담백한 효율과 그로부터의 아름다움.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모자랄 것 없이 예쁘다는 걸 이 안에서 깨달을 수 있다. 이 담담함이 좀 섭섭한 사람도 있을까? 제타는 막 세탁한 흰색 셔츠 같은 차다.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아니까 할 수 있는 완성형의 디자인.

 

 

 

 

한국이라고 다를까? 제타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독일차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2006년 출시 이후 약 1만 2천여 대가 팔렸다. 수입 콤팩트 세단 중 가장 많이 팔렸다. 2014년에도 인기는 식지 않았다.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판매량은 자그마치 3천2백93대였다. 수입 콤팩트 세단 시장의 약 65.5퍼센트를 제타가 차지했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폭스바겐 골프가 해치백이라서 좀 망설여진다는 사람들, 아직은 좀 보수적인 시각으로 자동차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제타에 눈길을 줬다. 국산 중형차를 타던 사람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다. 국산 중형차를 살까, 수입 준중형을 살까 고민하던 사람들에게도 제타는 매혹적인 선택지였다. 국산차는 이제 좀 지겨운 듯하고, 이제 제대로 된 수입차를 타보고 싶은데 너무 튀는 건 마다하는 사람들도 제타를 염두에 뒀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들은 곧 중독되고 말았다. 얌전한 세단인 줄 알았지만 운전 감각에는 날이 제대로 살아 있었으니까. 국산차의 풍성한 옵션을 포기하고 그런 운전 감각 을 선택하는 사람이 점점 늘었다. 게다가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쓰는 제타의 연비는 자그마치 리터당 19.1킬로미터였다. 폭스바겐의 연비는 타면 탈수록 공인연비를 넘어서는 것으로 또한 유명하다. 제타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그저 솔직하고 충직한 세단이었다.

 

제타를 음미하는 법 7세대 제타의 선은 하나하나가 더 선명해졌다. 차체의 크기와 관계없이 옹골차 보이는 건 그래서다. 새롭게 적용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후미등은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폭스바겐의 철학이 빈틈없이 적용된 결과다.

제타를 음미하는 법 7세대 제타의 선은 하나하나가 더 선명해졌다. 차체의 크기와 관계없이 옹골차 보이는 건 그래서다. 새롭게 적용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후미등은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폭스바겐의 철학이 빈틈없이 적용된 결과다.

 

 

6세대 제타는 5세대 제타보다 더 안락해진 차였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이전보다 7센티미터나 길어졌다. 전장은 9센티미터 늘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를 휠베이스라고 한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 승차감이 더 편해진다. 도로 곳곳에 있는 요철을 넘는 상황을 상상해볼까? 앞바퀴가 먼저 넘고, 다시 뒷바퀴가 넘어가는 시간. 휠베이스가 늘었다는 건 그 사이에 늘어난 7센티미터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더불어 뒷좌석과 트렁크에도 공간이 더 생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생기는 여유, 따라서 조금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됐다. 1센티미터는 굉장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가족을 생각해도 모자랄 것 없는 선택이었다.

 

신형 제타는 지금 막 출시됐다. 삼성동 한 국도심공항 뒷마당에 제타가 서 있을 때 서울엔 눈보라가 쳤다.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로 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제타는 더 날렵해져 있었다. 최근 폭스바겐 자동차의 외관 디자인이 그렇다. 훨씬 더 당차고 단단해 보인다. 그러면서 승차감의 폭은 더 넓어졌다. 더 날카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정작 속은 더 부드러워졌다는 뜻이다. 타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어쩌면 거짓말같이 똑똑하게 진화한 운전 감각. 차체의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길이가 1.5센티미터 늘었다. 높이는 5밀리미터 낮아졌다. 그래서 공기 저항 지수가 10퍼센트나 줄었다. 더 부드럽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데 더 적은 연료를 소비한다는 뜻이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길이는 거의 같다.

 

신형 제타는 직렬 4기통 2.0 TDI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기본형 제타 2.0 TDI 블루모션과 프리미엄 모델, 폭스바겐은 한국 시장에 두 가지 트림을 출시했다. 기본형 제타의 최고출력은 110마력, 최대토크는 25.5kg.m이다. 변속기는 7단 DSG. 프리미엄 모델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을 내고 6단 DSG를 적용했다. 공인연비는 각각 리터당 16.3킬로 미터와 15.5킬로미터. 가격은 기본형이 3천1백 50만원, 프리미엄이 3천6백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