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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홀, 그것이 궁금하다.

2015.02.02GQ

기계식 시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관리만 잘 하면 대를 물려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만 잘하면’이라는 조건이 꼭 붙는다. 여기서 말하는 관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오버홀이다.

롤렉스 무브먼트 3135

롤렉스 무브먼트 3135

 

오버홀(overhaul) : 기계류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수리조정하는 일”.

 

오버홀, 꼭 해야 하나?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 그대로 시계 오버홀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수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식 시계의 경우 보통 5년에 한번씩은 오버홀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그 속의 작은 부품들이 마모 없이 잘 작동하도록 일종의 윤활류를 넣어 놓는데, 이 윤활류는 5년 정도가 지나면 증발해 없어진다. 윤활유가 마르면 시계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부품의 마모가 급속히 진행되므로 이 때 무브먼트를 분해해 각 부품들을 세척하고, 건조해 재조립하며 윤활유도 보충해야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다.

오버홀은 무브먼트 전체를 분해 했다가 재조립 하는 공정이기 때문에 쿼츠 무브먼트의 배터리를교환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든다. 그 가격은 보통 시계 가격의 5~15%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정확한 오버홀 가격은 백케이스를 열어 무브먼트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견적이 결정된다. 오버홀 이외에 수리할 것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마모된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알지 못했던 결함 등이 발견된다면 시계 수리 및 관리 비용은 더 늘어난다.

 

오버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일반적인 오버홀 주기는 5년 이지만 시계를 자주 착용하지 않았다면 굳이 5년을 지키진 않아도 된다. 반면에 5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시계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오버홀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오버홀 여부를 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일오차를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의 일오차는 +15초 정도 인데, 시계의 일오차가 마이너스라면(느려진다면) 무브먼트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다. 이 때 태엽이나 밸런스 휠 등에 문제를 파악하고 오버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또, 크라운을 돌릴 때 이전보다 더 뻑뻑한 느낌이 들면 기름이 굳어 있다는 증거로, 오버홀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느낌을 감지하는 것은 어렵다.

전문 장비를 통해 오버홀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비트 에러(밸런스 휠 운동 값의 편차) 값이 커지거나 앰플리튜드(Amplitude : 밸런스 휠 회전각) 수치가 200도 이하일 경우에는 오버홀을 받아서 교정해 주는 것이 좋다. 비트 에러 값과 앰플리튜드 각도는 전문 장비 없이 알 수 없지만, 기계식 시계 전문 수리점에는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므로 오버홀 시기가 되었다면 한번 측정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태그호이어 자사 무브먼트 1887

태그호이어 자사 무브먼트 1887

 

브랜드 직영 서비스센터 VS 전문 서비스센터, 어디가 좋을까?

기계식 시계를 처음 접하고 오버홀도 처음 하는 상황이라면 대부분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를 찾는다. 그러나 오버홀을 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이 기본적으로 수십 만원이 넘기 때문에 오버홀 견적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가격이 부담돼서 오버홀을 하지 않거나 미룬다면 나중에 더 큰 고장으로 인해 더 큰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오버홀 가격이 부담돼서 검증되지 않은 개인 수리 업체 등에 맡겼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필람(Epliame) 처리다. 무브먼트 부품을 세척, 건조 한 후 에필람 용액에 1분 정도 담가 두면 나노 코팅이 되는데, 이 과정을 마쳐야만 윤활유가 새거나 증발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수리점이 오버홀을 할 때 에필람 처리를 하지만, 오래된 수리 업체의 경우 간혹 에필람 처리를 하지 않는 곳도 있으니, 업체에 오버홀을 맡기기 전 한번 더 체크해볼 것을 추천한다.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오버홀을 받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서비스센터만을 고집하지 않고 전문 수리점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계를 어디에 맡길지는 온전히 시계 주인의 맘이다. 다만 소중한 시계도 지키고, 호갱도 되지 않기 위해서는 브랜드 서비스센터에서 점검 사항에 따른 견적을 받은 후, 시계전문 서비스 업체에 한번 더 문의하여 서비스 가능 여부와 견적을 비교한 후 맡길 곳을 최종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시계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이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는 한, 전문점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오버홀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만 보고 무조건 저렴한 곳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반면 브랜드 소속 서비스센터라고 해서 모두 최상급의 오버홀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오버홀 전에는 주변의 시계 마니아나 시계 전문 커뮤니티 등에 문의한 후 결정하는 것도 좋다.

 

쿼츠 무브먼트도 오버홀이 필요한가?

배터리로 작동하는 쿼츠 무브먼트는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오버홀을 하는 경우도 적고 그 주기도 길다. 무브먼트의 수명 연장과 보존을 위해 오버홀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배터리 누액이나 습기가 찼을 때 세척이나 부품 교체 등의 이유로 오버홀을 해야할 때도 있다. 만일 새 배터리를 교체했는데도 작동하지 않으면 무브먼트 상태를 파악해서 상황에 따라 오버홀을 한다. IC 회로가 망가지거나 코일이 끊어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쿼츠 무브먼트의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 오버홀 보다 무브먼트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수리 기간이 짧게 걸릴 수도 있으니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오버홀과 복원, 차이점은 무엇인가?

간혹 오버홀과 복원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오버홀은 잘 작동하고 있는 시계를 정기적으로 분해 세척, 재조립하는 공정이라면 작동하지 않는 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작업이 바로 복원이다. 물이 오래 부식된 다이얼을 선명하고 깨끗한 다이얼로 만들고, 스크래치가 많은 케이스를 폴리싱하고, 멈춰버린 무브먼트에 새 부품들을 넣어 정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복원이다. 반면 오버홀은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의 성능 향상과 유지를 위해 하는 것이다.

    에디터
    이은경(GQ Watch onlin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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