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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 그것이 문제다

2015.02.16GQ

오메가 마스터 코-액시얼 칼리버

오메가 마스터 코-액시얼 칼리버

 

기계식 시계에 있어 절대 상극인 것이 있다. 바로 자석, 자기장, 자성이다. 자석에는 자기장이 흐르고, 자기장이 흐르는 곳에 가까이 가면 ‘제 아무리 비싼 시계라고 해도 소용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석은 기계식 시계에 있어 치명적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안티마그네틱 기능이 있는 시계라면 자성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IWC 인제니어, 롤렉스 밀가우스 등이 가장 많이 알려진 안티마그네틱 기능이 있는 시계 컬렉션이다. 대부분의 파일럿 시계들도 안티마그네틱 기능이 있다. 이 시계들을 대부분 연철 내부 케이스로 무브먼트를 한번 더 보호해 주기 때문에 자기장으로부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무브먼트 부품 자체를 자기장이 통하지 않는 부품을 쓴 경우도 있다. 오메가에서 개발한 마스터 코-액시얼 무브먼트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계식 시계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시스루 백케이스로 무브먼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기계식 시계의 경우 안티마그네틱 기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계식 시계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시스루 백케이스를 통해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어하는 시계 애호가들은 많아지지만 우리 주변의 자기장은 더 많아지고 또 강해지고 있다. TV와 오디오,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매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까지 자기장이 기계식 시계의 정확성을 방해하고 있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시계를 두고 “자화((磁化) 되었다” 또는 “자성을 먹었다”, “자석 먹었다” 식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자성을 먹는 것이고, 또 자화된 시계는 어떻게 바로 알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자성 먹은 시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보자.

 

기계식 시계는 왜 자성에 영항을 받는가?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부품 대부분이 자기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실생활에서 스틸 소재의 클립을 자석에 붙여 놨다가 떼면 클립에 자성이 생겨 다른 클립을 잡아당겨 서로 붙는 성질이 생긴다. 기계식 시계 부품도 마찬가지다. 밸런스 휠, 기어 트레인 특히 밸런스 휠의 헤어스프링 등 시계의 정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품의 소재들이 자기장에 노출되면 그 소재들도 자성을 띄게 된다. 결국 서로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밸런스 휠의 회전각인 앰플리튜드(Amplitude)가 기존 진동수에 적합한 각도보다 훨씬 적어진다. 예를 들어 평균 280도 정도의 회전각 수치의 무브먼트가 자성에 노출되면 회전각은 현격히 낮아지고 이스케이프먼트 휠이 빨리 회전한다. 그래서 자성을 먹은 시계의 공통된 증상은 바로 시계가 빨라지는 것이다.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면?

기계식 시계의 평균 일 오차는 +15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계가 갑자기 빨라져 하루에 몇 분 이상 빨라진다면 자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만일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다시 시간을 세팅한 후 1~2 시간 후에도 시계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진다면 자기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나침반을 이용해 자기화 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단 일반 나침반의 경우 자성이 쎄게 먹혔을 때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미세하게 먹었을 때는 확인 할 수 없으니 자성 테스트 전용 나침반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무브먼트의 부품이 자성을 먹으면 시계가 빨라지지만, 시계의 어느 부분에 자성이 먹었느냐에 따라 시계가 오히려 느려질 수도 있다. 만약 갑자기 시계의 일오차가 평균 오차를 많이 벗어나면 자성을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기계식 시계에 영향을 주는 우리 주변의 자기장

가장 대표적인 것은 TV와 오디오,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방이나 지갑, 스마트폰 케이스 등에 있는 일명 ‘똑딱이 자석’이다. 기계식 시계 사용자들 중에는 자성에 시계가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때문에 TV나 오디오 근처에는 시계를 가까이 두지 않는다. 그러나 평상시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나 지갑, 스마트폰 케이스에 내장되어 있는 자석 단추로 인해 자성이 먹어 시계 수리점을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트북 전원 케이블 연결 부분에는 자기장이 많이 흐르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작업하면서 무심코 차고 있던 기계식 시계를 그 근처에 놓아둔다면 자성을 먹을 수 있다. 노트북을 사용할 때 기계식 시계를 차고 작업하는 것은 약간의 예외가 있지만 손목이 노트북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막아주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단, 앞서 말한 것처럼 시계를 빼 놓을 때 노트북과 최대한 먼 곳에 그리고 스마트폰 과도 최소 10~20cm 떨어진 곳에 시계를 빼 놓을 것을 추천한다.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폰을 같은 가방에 넣어 두는 것도 위험하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조심해야 한다. 목걸이 형태로 나온 몇몇 제품은 그 끝에 자석이 달려 있는데 블루투스 이어폰과 기계식 시계를 가까이 두면 자성을 먹을 수 있다.

 

자성은 자성으로 해결한다

기계식 시계가 자기화 되었다면 그 해결책도 바로 자석으로 해결 해야 한다. 자기화된 시계를 중성화 시켜주는 원리로 ‘탈자기’ 위에 시계를 올려 놓으면 시계 속에 있던 자성을 제거해준다. 보통 탈자기는 시계 매장이나 A/S 센터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시계 전용 탈자기를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기계식 시계가 여러 개 있고, 자성이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 매번 탈자를 위해 매장이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것보다 탈자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쿼츠 시계도 자기장에 영향을 받을까?

물론이다. 쿼츠 시계 역시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면 시계가 느리게 가거나 멈추거나 한다. 그러나 자석과 멀리하면 대부분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시각 세팅을 새로 해주면 된다.

 

오메가 씨마스터 마스터 코-액시얼

오메가 씨마스터 마스터 코-액시얼

 

롤렉스 밀가우스

롤렉스 밀가우스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에디터
    이은경(GQ Watch onlin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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