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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위아래로 흔들리는 나

2015.02.25GQ

아우디 A1을 타고 모나코의 랠리 코스와 해안도로를 실컷 달렸다. A1은 예쁘기만 한 소형 해치백이 아니었다. 시승을 마쳤을 때, 유럽에서 이 차를 볼 때마다 흔들렸던 마음이 아주 무너져버렸다. 갖고 싶어서.

우리는 니스에서 모나코로 넘어가는 미니밴 안에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멀리 보이던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서 흰색이었다. “저거 몽블랑이야?” “아마 그럴걸?” 누군가 조금 나른한 목소리로 묻고 답할 때 기온은 영상 4도 정도였다. 머리 위로 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모나코 시내로 접어들자 길이 좀 막히기 시작했다. 가파르고 좁은 언덕길로 접어들었을 때 모피 코트를 입은 여자가 르노의 2인승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타고 지나갔다. 길가에는 모나코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누가 말했다. “어제 왕가에 쌍둥이가 태어났거든요. 아마 축하하는 국기일 거예요. 거의 국경일에 가까운 경사거든요.”

 

모나코는 바티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항구에는 요트가 늘어서 있었다. 저 멀리 바다가 그대로 내려다보일 것 같은 고급 빌라가 보였다. 아직도 모나코를 전 국왕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낭만과 신비, 호화의 궁극으로서? 역사는 그대로 사실이되, 모나코는 또한 현란한 곡선의 산길에서 열리는 몬테카를로 랠리로 기억할 수도 있는 나라다. 매년 봄엔 모나코 시내에서 F1 그랑프리가 열린다. 시내 곳곳에는 빨간색과 흰색 페인트를 번갈아 칠한 연석이 그대로 있다. F1 머신이 달리는 그 도로라는 뜻이다. 페어몬트 호텔 앞 헤어핀 코스에는 ‘페어몬트 헤어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너The World’s Most Famous Bend’라고 쓰여 있다. 이날 태어난 쌍둥이 남매는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와 샤를렌느 왕비의 아들과 딸이다. 왕자의 이름은 자크, 공주는 가브리엘라. 자크는 왕위 승계 서열 1순위가 되었다. 왕궁에서는 이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포를 쏘았다. 모나코 사람들은 자동차 경적으로 화답했다. 과연 모나코에 있었던 모두가 좋았던 밤.

 

이 작은 왕국에 경사가 있었던 이튿날, 리조트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 A1이 도열해 있었다. 녹색, 빨간색, 파란색, 흰색. 각각의 정식 명칭은 자바 그린 메탈릭, 미사노 레드, 하이난 블루, 코르티나 화이트였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습니까?” 묻기 전에 이미 ‘너무 예쁘다’ 생각하면서 쓱 한번 손등으로 쓰다듬게 되는 얼굴. 아우디 A1은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눈에 익은 차였다. 2010년 파리 모터쇼에 정식 출시한 후 세계 곳곳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그때부터 화제였다. 이후에는 “A1을 봤어요”, “A1을 타봤어요”, “A1이 얼마에 팔리고 있어요” 같은 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아우디 A1을 선택한 사람이 50만 명 이상이었다. 대성공이었다.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아우디는 장르와 크기에 따라 인테리어의 수준을 양보하지 않는 브랜드니까. 핸들은 여전히 사려 깊고 센터페시아 위에 장착된 모니터는 시동을 걸면 ‘지잉-’하고 올라온다. 네 개의 송풍구는 고전적인 동그라미다. 아우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MI는 버튼의 숫자를 줄여서 더 단순해졌다. 조작이 편해졌다는 뜻이다. 시승차에 적용돼 있던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아우디는 장르와 크기에 따라 인테리어의 수준을 양보하지 않는 브랜드니까. 핸들은 여전히 사려 깊고 센터페시아 위에 장착된 모니터는 시동을 걸면 ‘지잉-’하고 올라온다. 네 개의 송풍구는 고전적인 동그라미다. 아우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MI는 버튼의 숫자를 줄여서 더 단순해졌다. 조작이 편해졌다는 뜻이다. 시승차에 적용돼 있던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

 

 

 

 

 

브랜드의 진짜 진가는 작은 차를 만들때 더 예리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우디 A8 같은 기함을 예로 들어볼까? 넉넉한 크기, 첨단 기술, 높은 가격. 그 안에는 이 차를 살 수 있는 누군가는 더욱 욕망하게 만들고, 밖에서 보는 더 많은 사람은 마냥 선망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집어넣을 수 있다. 기함은 브랜드가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다. 그들의 기술과 포부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한편, 작은 차는 조금 더 첨예한 선택의 연속이다. A1은 아우디가 만드는 가장 작은 차다. 전장은 3미터 97센티미터, 전폭은 1미터 74센티미터, 높이는 1미터 41센티미터 남짓이다. 이 크기 안에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모든 느낌을 담 아내야 한다. 욕심과 재치, 감각과 실력, 브랜드 의 지향점이 치열하게 드러나 있다. A1에도 아 우디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우디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리조트 앞에는 다양한 엔진과 변속기를 조합한 A1이 도열해 있었다. 1.4리터 디젤과 가 솔린, 1.0리터 가솔린, 1.6리터 디젤과 1.8리터 가솔린이었다. 어떤 차는 수동, 다른 차는 자동 이었다. 한국에 수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차 는 1.6리터 디젤 엔진을 쓰는 자동변속기 모델 일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약 네 가지 엔진 과 변속기의 궁합을 골고루 시험해봤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에 따라 차의 성격은 확연히 달 라진다. 성능 제원과 구성에도 선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건 아우디 A1의 단단 한 주제위에서 이뤄지는, 현란하거나 차분하게 도 연주할 수 있는 변주곡 같았다.

“와, 지금 시속 100킬로미터예요. 110, 120….” 우리는 길지 않은 직선 도로를 통과하 고 있었다. 도로 상황에 따라 가속페달을 끝까 지 밟았다. 엔진 출력도 레드존까지 아낌없이 썼다. 속도는 스트레스 없이 올라갔다. 엔진에 도, 승객의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속도계를 보기 전까진 그 수치를 가늠할 수 없는 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했다. 시 속 100킬로미터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 사이에 40킬로미터 정도의 차 이가 생겼다. ‘아, 시속 80킬로미터 정도구나’ 생 각할 때 이미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고 있었다. 이 차가 콤팩트 해치백이라는 건 잊어도 좋았 다. 아우디 최초의 3기통 엔진, 1.0 가솔린 엔진 을 쓰는 A1도 그 의연함만은 다르지 않았다. 구 불구불한 산길을 마음껏 탈 땐 오히려 더 날쌔 게 느껴질 정도였다. ‘1.0 가솔린 엔진인데 어떻 게 이렇게 쫀쫀할 수 있지?’ 이 차를 타고 언덕 을 달렸던 기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 었다. 배기량만은 한국 경차와 같았는데도, 아 쉬움 없이 쉽고 재밌게 달릴 수 있는 엔진과 변 속기의 궁합이었다.

 

 

모나코에서 달렸던 길 | 모나코는 앞마당에 파란색 지중해를 안고, 뒤에는 산에 기댄 나라다. 산길의 역동성과 해안도로의 낭만. 아우디 A1이 기꺼이 포괄할 수 있는 이미지가 이 길에 다 있었다. 낮에 신나게 달렸던 산길은 이런 모양이었다. 산 위에도 마을은 있었다. 좁은 골목을 지나, 어떤 언덕빼기에 있는 조용한 에릭 케제르에 잠시 내리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는 F1 그랑프리 트랙의 연석이 깔려 있었다. 해가 질 때 하늘은 이런 색이었다. 

모나코에서 달렸던 길 | 모나코는 앞마당에 파란색 지중해를 안고, 뒤에는 산에 기댄 나라다. 산길의 역동성과 해안도로의 낭만. 아우디 A1이 기꺼이 포괄할 수 있는 이미지가 이 길에 다 있었다. 낮에 신나게 달렸던 산길은 이런 모양이었다. 산 위에도 마을은 있었다. 좁은 골목을 지나, 어떤 언덕빼기에 있는 조용한 에릭 케제르에 잠시 내리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는 F1 그랑프리 트랙의 연석이 깔려 있었다. 해가 질 때 하늘은 이런 색이었다. 

 

 

 

 

이 핸들링은 어떻게 완성한 걸까? 아우디의 스티어링 휠에는 타고 난 품위가 있다. 잔잔하고 고요하 게, 배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누 군가를 위해 천천히 노를 젓는 기분이 이럴까? 하지만 단호해지길 원할 때, 차체는 바싹 긴장 하기도 한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는 A1에서 도 광범위한 주행 감성을 포괄하고 있다. 몬테 카를로 랠리가 열리는 그 길을 우리는 A1을 타 고 달렸다. 헤어핀의 개수는 헤아리다가 말았 다. 브레이크 패드가 거의 닳아 없어질 만큼, 타 이어에서 연기가 날 만큼 달렸다. A1은 운전자 의 포부와 실력, 욕심과 의심을 다 받아주었다. 포부와 실력에는 부응했고, 욕심에는 자신감으 로 답했다. 의심은 불식시켰다.

 

외관에서도 그런 성격을 읽을 수 있다. 아우디 A1의 디자인은 단호하다. 눈매는 더 날카 로워졌다. 헤드램프 끝에서 뻗은 선은 그대로 리어램프까지 칼 같은 직선으로 이어져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위쪽은 곡선으로 봉긋하고, 아 래쪽은 담대하게 뻗어서 안정적이다. 어깨 위쪽 의 도발과 그 아래의 침착함이 알차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양쪽 헤드램프 안쪽 꼭짓점에서 출발하는 두 개의 완만한 곡선은 보닛 위로 흐 른다. 이 두 개의 선과 그림자로부터 옹골찬 차 체에 성격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우디 디자인 팀은 이 차를 만들면서 ‘우 리는 작은 차를 만들고 있다’는 자의식을 전혀 갖지 않았을 것이다. 아우디 A1은 그저 아름다 운 비율과 당당한 세부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 법만을 고민한 결과다. 작은 차에 습관처럼 따 라 붙는 ‘귀엽다’는 말은 이 차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동글동글하고 예뻐서 ‘패션카’로 분류 되는 또 다른 차와도 아주 다른 길을 걷게 될 것 이다. ‘여성적’ 혹은 ‘남성적’이라는 말로 이 차 의 성격을 섣불리 규정해서도 안 된다.

 

의기양양한 디자인의 세부 | 이 눈매를 보고도 아우디 A1을 라인업의 막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크기는 가장 작지만 그 성격만은 만만치 않다는 걸 헤드램프 LED의 가파른 직선에서 엿볼 수 있다. 리어램프도 같은 맥락이다. A1의 모든 직선은 주저없이 깔끔하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직선은 A1의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완성한다. 휠 디자인은 총 17개나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아우디가 준비한 모든 옵션을 한국에서도 마음껏 고를 수 있게 된다면, 수만 가지의 서로 다른 A1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기양양한 디자인의 세부 | 이 눈매를 보고도 아우디 A1을 라인업의 막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크기는 가장 작지만 그 성격만은 만만치 않다는 걸 헤드램프 LED의 가파른 직선에서 엿볼 수 있다. 리어램프도 같은 맥락이다. A1의 모든 직선은 주저없이 깔끔하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직선은 A1의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완성한다. 휠 디자인은 총 17개나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아우디가 준비한 모든 옵션을 한국에서도 마음껏 고를 수 있게 된다면, 수만 가지의 서로 다른 A1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우디는 A1의 장르가 허락하는 범위를 다 시 한 번 확장했다. 고급스럽게 달리고 싶을 땐 차체의 크기와 너비를 잊을 만큼 안락하고 조 용하게, 역동적으로 달리고 싶을 땐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세팅의 묘를 구현했다. 두 개의 극단 적인 가치를 한 대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건 모든 아우디를 관통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A1은 ‘슈퍼 미니’ 혹은 ‘콤팩트 해치백’으로 분류하는 장르의 한계를 관조하는 위치에 서 있다.

 

1.6 TDI 엔진이 들어 있는 A1은 최고출력 116마력, 최대토크 25.5kg.m을 낸다. 정지 상태 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시간은 9.4 초, 최고속도는 시속 200킬로미터다. 연비는 유 럽 기준 리터당 약 27킬로미터에 달한다. 한국 연비는 출시 즈음 측정해 출시와 동시에 공개될 것이다. 아우디 코리아는 2015년 하반기에 A1 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조심스럽게 밝 혔다. 빠르면 여름, 늦으면 가을일까?

 

이제 남은 건 가격뿐이다. 유럽에선 기본형 에 가까운 A1이 1천만원대 후반의 가격에 팔리 고 있다. 여기에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목록에 따라 2천만원 대 중반까지 올라간다. 유럽에선 대부분 수동변속기를 쓰니까 가능한 가격이다. 이런저런 조합에 따라 3천만원 넘게 지불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과 균형, 적 용할 옵션까지 고려하면 한국 출시 가격도 3천 만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오른쪽에 보이던 숲과 왼쪽으로 하늘에 닿 아 있는 바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굽잇 길이 다 끝날 즈음 까르띠에, 쇼파드, 랑방 같은 매장의 화려한 연말 장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 작했다. 길가에는 F1 그랑프리를 위한 빨간색과 흰색의 연석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고 있었다. 시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였다. 운동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여자가 갈색 개와 같이 뛰고 있었 다. 앞유리 너머로 수평선이 보였다. 혼자 카누 를 탄 남자가 바다 위를 유유히 지나갔다. 리조 트를 향하는 마지막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즈음, 천천히 노를 젓던 그 남자의 머리 위로 해 가 떨어지고 있었다.

    에디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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