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느린 가게

 

바로 옆에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 밀라노 솔페리노, 길 건너에 성당이 있는 파리 생제르망데프레,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공원이 있는 서울 도산대로길. 슬로웨어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침착한 남자들이 모인다. 패션 홀릭이나 트렌드 추종자들의 부산이나 젠 체와는 거리가 먼, 내 몸에 잘 맞고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좋을 옷을 고르는 안목을 가진 남자들이다. 실제로 슬로웨어엔 그들을 만족시킬만 한 것들이 가득하다. 60여 년 동안 개발한 소재와 염색법만으로도 긴 줄을 세울 수 있는 팬츠 브랜드 인코텍스, 실과 패턴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는 니트 브랜드 자노네, 워싱과 트리트먼트 과정을 꼭 거친다는 캐주얼 셔츠 브랜드 글란 셔츠, 그리고 재킷부터 코트까지 만드는 아우터 브랜드 몬테도로. 얼핏 편집숍처럼 보일 수 있지만, 네 개 브랜드의 모든 공정은 슬로웨어가 직접 담당한다. 꼭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슬로웨어 매장에선 기분 좋은 일이 많다. 옷 사이사이에 꽂힌 타셴의 사진집들, 취향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는 LP, 옷에 꽃을 뿌려주는 향수와 그루밍 제품,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커피와 쿠키. 슬로웨어에선 모든 걸 천천히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