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그 여자네 집

2015.03.04GQ

박하선은 결혼하면 산이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 그녀는 요즘 집을 보러 다닌다.

민소매 원피스는 하우앤왓.

민소매 원피스는 하우앤왓.

 

 

 

 

 

흰색 니트는 시에로, 남색 치마는 마인.

흰색 니트는 시에로, 남색 치마는 마인.

 

 

 

 

 

백진희 씨 인터뷰할 때도 말했지만, 하이킥 시리즈 중에서 <하이킥 3>를 제일 좋아해요. 감독님이 예뻐해주셔서 많이 노력한 작품이에요. 아직도 그만한 작품을 못 만나서 아쉬워요. 아주 어둡고 섬세한 작품같아요.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좀 예민한 편이라서…. 전 어떻게 보여요? 어떤 이미지예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미스터리가 없는 배우에겐 흥미도 없어요. 사실 “당신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면 오히려 다시 질문해요. “그러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영향도 많이 받고 사람에 치이면서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어요. 힘들어하는 게 나일까? 즐거워하는 게 나일까? 확실한 건, 자신을 못 찾은 상태는 좀 위험해요.

군대가서 다친 무릎은 다 나았어요? 원래 상처가 잘 나고 멍이 잘 들어요. (손과 팔을 보여주며) 상처를 달고 살아요. 하지만 여배우들은 상처가 있으면 말이 많잖아요. 목에 상처만 있어도, 다리에 멍만 들어도 성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악플은 괜찮아요. 근데 성희롱 댓글은 너무 속상해요. 예전에 한번 아버지가 속바지가 보이는 사진이 실린 신문을 가져오신 거예요. 기분이 참…. (팔을 긁으면서) 전 이렇게 캘로이드 피부라서 금방 빨개져요. 이런거 까지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지만, 희롱을 당할 때는 착잡하죠. 심지어 같이 연기하는 배우조차 이상한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배우를 만날 때마다 궁금해요. 배우란 직업은 도대체 어떤걸까요? 전 에디터라는 직업이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이렇게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하지만 뭐든 일로 하면 슬럼프가 찾아오죠. 저도요. 한동안 일이 너무 하기 싫었어요. 당황스러울 정도로요. 이제 좀 나아졌지만요.

10년 차죠? 10년을 일하면 그 일에 대해 좀 안다고들 하는데, 전 지쳤어요. 일을 하면서 뭔가 많이 잃었어요. 개인적인 목표가 가족들에게 집과 차를 사드리고, 제가 시집가면 월세 받을 수 있는 집을 사는 거였어요. 그걸 다 이루니까 목표가 없어졌어요. 이젠 나를 위해 살고 싶어요. 소모되지 않는 일. 예전엔 돈을 위해 달렸어요. 불안하니까. 뒤처지기 싫으니깐.

집을 벌써 두 채나 샀어요? 한 채는 샀고, 이제 조만간 또 사요. 많이 벌었다기보다는 그냥 모으고 또 모았어요. 연예인 중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정말 소수예요. 저도 못 번 시간이 길었어요. 그래서 계속 모았어요. 돈이 ‘굴러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게 어느 정도 모아도 가족이 아파서 다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시 모아서 작년에 가족을 위한 집을 산 거예요. 집을 사면 엄청 좋을 줄 알았어요. 근데 생각보다 좋지만은 않았어요.

결혼하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요? 산이 보이는 집이요. 안 그래도 그런 집을 많이 알아봤어요.

혹시 곧 결혼을? 지금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요. 가족과 사는 집은 좀 멀어서 촬영 중에 연습을 하거나 급하게 씻을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해요. 제가 시집가면 그 집은 세를 놓아, 그 돈으로 가족들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모아서 제 생활비까지 나오는 집까지 하나 더 구입하면 더 좋겠죠? 저는 항상 꿈이 있었어요. 결혼 전에 나와 가족에 대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자. 결혼 상대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좋은 남자만 만나면 된다.’ 건강하고 바르고 다정하고 잘해주고. 적당히 기댈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한데 여자가 남자에게 너무 기대려고만 하면 관계가 무너져요.

조건을 안 본다? 조건 당연히 봐요. 대화, 취미, 좋아하는 운동 전부 조건이겠죠? 배우라는 직업을 인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해요. 상황이 안 좋을 때 제가 먹여살릴 수 있는데, 그걸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런 거 가지고 싸우고, 자격지심 내세우면 힘들잖아요. 남자를 만날 때 돈이 우선시 되지는 않아요.

그래도 집은 남자가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제가 가장 역할을 했어요. 굶으면서도 살아보고 우리 집 창문이 남의 집 창문에 거의 붙어 있는 집에서도 살아봤어요. 돈이 정말 없어도 보고 조금 있어도 보니깐 이제 돈이 무섭지는 않아요. 돈에 치이면 아무것도 못해요. 저는 백도 뭐도 딱히 필요없어요. 차도 있고 집도 생겼으니 욕심 없어요. 남자를 만날 때 진짜 중요한 건 정서적인 교류와 안정이에요.

 

 

흰색 니트는 시에로, 남색 치마는 마인.

흰색 니트는 시에로, 남색 치마는 마인.

 

 

 

 

 

가장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은 뭐예요? 안통하고 안 맞더라도, 노력하는 남자. 모든 여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자는 능력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살 수 있어요. 남자보다 여자가 더 혼자 잘사는 것 같아요. 물론 외롭겠지만, 직업 있고, 가족 있고, 같이 다닐 친구 있으면 그걸로도 괜찮아요. 저를 불안하게 하고 갉아먹는 사람은 싫어요. 말하자면 내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사랑하게끔 하는 남자. 내가 내 자신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남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건? 배신.

마지막 연애는 언제예요? 마지막 연애…. 그런 거 잘 안 세요. 사랑은 늘 해야 돼요. 배우는 그래야 해요.

좋은 연기를 위해 상대 배우와의 설렘은 꼭 필요할까요? 필요하죠. 하지만 서로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아요. 서로 너무 힘든 모습을 많이 보니까요. 힘들면 날카로워지고 진짜 성격이 나오잖아요. 그럼에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났겠죠.

연예인을 별로 안 만나봤어요? 저는 일부러 상대 남자 배우에 대한 설렘을 만들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인터뷰도 다 찾아봐요. 촬영 중엔 감기약도 챙겨주고 그러죠. 하지만 특별하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뭔가 안 맞았겠죠. 그렇다고 연예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요. 이쪽 일을 하지 않으면서 매일같이 밤새우고 들어오는 직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평범한 남자 만나는 게 더 좋죠. 들켰을 때 걱정할 거리도 많이 줄고요. 정말 그냥 “너 나 좋아? 나도 너 좋아.” 이렇게 연애 해봤으면 좋겠어요.

인터뷰하러 나오기 전만 해도 이렇게 솔직하게 말 할 줄은 몰랐어요. 토크쇼를 안 나가서 그렇겠죠?

왜 출연 안 했어요? 나이가 어느 정도 먹고 나가려고 했어요. 최소한 서른은 넘어서 나가자. 지금까지 뭐 제대로 한 것도 없고 특별히 성공한 적도 없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영화일까요? 하고 싶어요. 하지만 배역이 항상 <하이킥 3>와 <동이> 사이예요. 사람들은 보여준 것만 믿으니까요. 근데 다른 걸 하고 싶어요. 보시는 분들도 지금까지의 모습은 지겨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요. 좋은 영화라면 작은 역할도 아무 상관없어요. 결국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영화배우.

당신이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하면 어떨까?’라고 가정하고 촬영 장소를 찾았어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 정말 좋아해요.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쉴 때 서촌이나, 성곽을 돌아다녀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보고 소소한 골목들을 많이 알았어요.

전 주인공들이 소주를 맛있게 마셔서 좋아요. 저도 한때 소주만 마셨어요. 요즘은 막걸리와 와인. 근데 최근엔 술도 별로 안 마셔요. 왠지 마냥 행복해요. 뭔가 좀 여유를 찾은 거 같기도 해요.

최근에 본 것 중에 가장 행복하게 만든 건 뭐예요? 별. 사람은 하늘을 보고 살아야 해요. 그럼 행복해져요. 태릉 사는데, 운 좋게 제 방에서 남산 타워가 보여요. 일을 안 하면 울적한데, 그 집으로 옮기고 나서 아침마다 온몸으로 햇빛을 맞아요. 덕분에 울적하지 않아요.

환기되는 말이네요. 그리고 오늘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야 해요. 아니면 삶이 힘들어요.

 

흰색 원피스는 질스튜어트 컬렉션

흰색 원피스는 질스튜어트 컬렉션

 

 

 

 

 

    에디터
    양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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