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의 맛집과 요리 140 (1)

미뢰의 천재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요리를 말했다. 그렇게 140접시가 모였다.

정구호(디자이너)

  1. 약수동 처가집 – 막국수
  2. 부산 쏙씨원한 대구탕 – 대구탕
  3. 속초 감나무집 – 감자옹심이
  4. 대전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5. 동빙고동 오늘 – 명태만두

정말 오랫동안 다닌 식당들이다. 작은 가정집을 개조한 약수동의 처가집은 거의 50년 가까이 단골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다녔으니까. 고명 없이 동치미 국물에 말아낸 이 집 막국수는 늘 그립다. 대구 머릿살이 들어간 부산의 쏙씨원한 대구탕집도 20년째 다니고 있다. 속초 중앙시장 안에서 파는 감자옹심이는 육수의 비법을 몇 번 물었는데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 전주 음식을 파는 대전의 진로집에서는 두루치기를 맛깔나게 볶는다. 여기선 밥 대신 술을 시킨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한식당 ‘오늘’도 즐겨 찾는다. 여러 메뉴가 다 훌륭하지만 어디에서도 잘 만들지 않는 명태만두야말로 별미다.

 

조경규(<오무라이스 잼잼> 웹툰 작가) 

  1. 저동 평래옥 – 닭무침
  2. 춘천 함지 레스토랑 – 비후까스
  3. 명동 딘타이펑 – 계란볶음밥
  4. 진주 하연옥 – 육전
  5. 페리카나 – 양념치킨

냉면을 시키든 국밥을 시키든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평래옥의 닭무침. 닭껍질도 푸짐하게 들어 있어 닭껍질 마니아로서 무척 반갑다. 물론 더 달라면 더 준다. 함지 레스토랑의 비후까스는 풍미가 남다르다.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경양식 메뉴와 인테리어, 그리고 ‘뽀이’ 아저씨들까지도 색다르다. 딘타이펑은 밥을 유들유들하게 참 잘 볶는다. 새우볶음밥도 좋고 쇠고기볶음밥도 좋고 XO게살볶음밥도 좋지만, 역시 파와 달걀만으로 볶아낸 볶음밥에 제일 먼저 숟가락이 간다. 진주 하연옥의 육전은 고소함과 사치스러움의 극치이고, 페리카나의 양념치킨은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치킨의 기본이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1. 성산동 성산왕갈비 – 된장찌개
  2. 이태원동 리버틴 – 깔라마리
  3. 대현동 밀피유 – 마늘돈까스
  4. 삼청동 도토리 – 스페셜 떡볶이
  5. 제주도 제주늘봄 – 늘봄 한우탕

성산왕갈비집에 가면, 고기로 이미 배가 다 차도 느타리버섯을 가득 넣은 된장찌개 때문에 밥 한 공기를 또 시킨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이고 양파로 단맛을 낸다. 마늘 향이 적절한 이대 앞 마늘돈까스와, 오징어먹물 아이올리 소스에 찍어 먹는 리버틴의 깔라마리도 좋아한다. 삼청동 도토리에서 파는 떡볶이는 즉석떡볶이 특유의 강한 조미료 맛도 나지 않고, 정말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맛이 순하다. 순하다고 해서 요즘 전골떡볶이 같은 맹탕인 맛은 물론 아니다. 적당히 매콤하고 짭짤하며, 달콤한 간도 적당히 조화롭다. 제주도 제주늘봄은 한우구이로 유명하지만, 점심에만 파는 한우탕은 서울의 웬만한 갈비탕보다 더 깔끔하고 시원하다. 서울 시내의 1만 몇천 원씩 하는 갈비탕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변용진(‘와인21닷컴’ 마케팅 팀장) 

  1. 부암동 프렙 – 우거지 파스타
  2. 옥수동 일품생고기 – 살치살
  3. 춘천 황소숯불닭갈비 – 닭목살
  4. 제주도 정성듬뿍제주국 – 장대국
  5. 제주도 보엠 – 프레첼

프렙은 틈날 때마다 들르는 방앗간 같은 레스토랑이다. 셰프의 어머니가 직접 말린 우거지를 넣고 만든 오일파스타는 그야말로 프렙의 얼굴이다. 일품생고기의 살치살을 먹다 보면, 고기 한 점이 또 한 점을 부른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황소숯불닭갈비는 살코기가 적은 생소한 닭목살 부위를 숯불에 구워 소금장과 곁들여 먹는 곳이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배부른지 모르고 계속 먹게 된다. 제주도에 내려 가면 곧장 장대국부터 먹는다. 채썬 무의 시원한 국물에 청양고추의 칼칼함을 더하고 장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었다. 제주까지 가서 무슨 빵이냐고 하겠지만 보엠의 프레첼도 놓칠 수 없다. 고메 무염버터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오크 숙성된 샤도네이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김은희(< 에쎈 > 에디터)

  1. 서교동 부려원 – 양꼬치
  2. 연남동 사이토 – 카라이라멘
  3. 서교동 샴락앤롤 – 기네스파이
  4. 합정동 퓨전선술집 – 무조림
  5. 연남동 바다회사랑 – 방어회

홍대 부근에서 10년 이상 살다 보니 리스트가 모두 홍대 쪽이다. 양꼬치를 처음 경험했던 부려원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가 않는다. 해장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 사이토는 근처 라멘집을 두루 돌다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곳을 찾은 것이다. 홍대에서 기네스가 가장 맛있는 집은 샴락앤롤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네스를 넣어 만든 스튜를 품은 파이는 기네스 맥주와 조합이 정말 제대로다. 합정동의 작은 술집인 ‛퓨전선술집’도 좋아한다. 기본 반찬처럼 내는 무조림의 진한 감칠맛에서 요리하는 이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바다회사랑은 방어 철이면 거의 출근 도장을 찍는 집 앞 횟집이었는데, 이사를 하고도 지난 겨울 내내 내 집 들르듯 했다.

 

이정윤(< 스타일닷컴 > 에디터)

  1. 주교동 우래옥 – 순면제육냉면
  2. 명동 명동교자 – 만두
  3. 청담동 뚜또베네 – 따야린
  4. 신사동 이사벨더부처 – 포터하우스
  5. 그랜드하얏트서울 파리스그릴 – 치아바타

우래옥에서는 순면보다 고기가 다섯 점 이상 많은 순면제육냉면을 시킨다. 제육 몇 점을 안주 삼아 소주 딱 세 잔을 마시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후루룩 먹으면 호화로운 점심으로 그만이다. 명동교자에서는 부드러운 피와 약간 단단한 듯 뭉쳐진 만두 소를 딱 반으로 가른 뒤, 마늘범벅 김치에 홀딱 싸 먹는다. 샤오롱바오의 육즙은 생각도 안 난다. 뚜또베네 따야린은 달걀 노른자의 비릿함, 세이지 버터의 고소함, 트러플의 오묘함, 이 세 박자가 절묘하다. 이사벨더부처에서는 포터하우스를 주문한다. 본 매로우 속의 골수를 조금씩 긁어 고기에 발라 먹는 맛을 흠뻑 즐긴다. 파리스그릴에선 제대로 만든 빵이 있으면 다른 요리가 훨씬 맛있어 진다는 걸 배운다.

 

이윤화(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1. 아산 길조식당 – 호박국수
  2. 해남 성내식당 – 김국
  3. 여수 자매식당 – 통장어탕
  4. 예산 월정 – 달걀찜
  5. 함양 대성식당 – 쇠고기국밥

자작한 국물에 고소한 깨소금을 얹은 호박국수는 전국에서 유일한 스타일의 국수인 듯하다. 도고에서 온천 후 호박국수 한 그릇이면 하루가 행복하다. 새끼보탕, 미자탕으로 유명한 성내식당은 반찬들도 별미다. 특히 식사 때 나오는, 구운 재래김이 듬뿍 들어간 냉김국은 늘 생각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통장어탕은 여수 섬 음식에서 유래됐다. 산 장어의 머리와 뼈를 오래 곤 뒤, 우거지와 어른 팔뚝만 한 통장어 토막을 넣어 끓인 탕이다. 장어의 부드러운 육질과 깔끔한 국물 맛은 스산한 겨울을 달래줄 나의 ‘소울푸드’다. 자매가 한정식을 내는 월정에선 마당의 토종닭이 낳은 알로 따끈한 달걀찜을 만들고, 대성식당 쇠고기국밥은 주인 할머니가 세월로 깊은 맛을 낸다. 피로에 지친 퇴근길엔 이 식당들이 더 간절하다.

 

허윤선 (< 얼루어 > 피처 디렉터)

  1. 공덕동 진미집 – 간장게장
  2. 신사동 바랗 – 가자미식해와 꼬시래기
  3.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홍연 – 베이징덕
  4. 전주 이연국수 – 잔치국수
  5. 신사동 스시 마츠모토신 – 광어초밥

후레이카는 일본의 유명한 중식당. 미슐랭에서 별 하나를 받았다.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에만 특별히 자신들의 비법을 나눠주었다. 홍연의 백미는 단연 후레이카 스타일의 베이징덕이다.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많은 오리를 잡아먹었는데, 잘 구운 오리 껍질만 썰어 말아주는 걸 한 입 먹으면 뭐가 다른지 알 수 있다. 스시 마츠모토의 광어초밥을 먹으면 모든 식탐이 흰 도화지처럼 사라진다. 초밥은 네타만이 아니라 샤리(밥)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새로울 것 없는 광어 한 조각이 숙성의 시간을 빌려 전혀 다른 맛을 낸다는 것에 감탄한다. 전주 이연국수는 정말 평범한 국수인데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 바랗의 반찬을 먹으면서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을 시샘했고, 진미집 간장게장을 먹으면서는 이걸 사준 선배의 사랑을 느꼈다.

 

손용준(이팅 바 ‘바라붐’ 대표)

  1. 보령 황해원 – 짬뽕
  2. 제주도 돌하르방식당 – 각재기국
  3. 부산 학골 – 옻 산닭
  4. 인천 용화반점 – 난자완스
  5. 경남 남해군 달반늘 – 장어구이

이 리스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며 알게 된 곳들이다. 이젠 이걸 먹으러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하루에 150그릇만 파는 황해원 짬뽕은 돼지고기와 오징어로 맛을 낸 국물이 마력이다. 제주도 돌하르방식당은 동네 주민들이 건너편에 비둘기처럼 모여 순서를 기다리는 작고 귀여운 가게다. 각재기국으로 해장하면, 술 마실 수 있는 몸 상태로 바로 돌아간다. 미포에 있는 식당 학골에 가기 1시간 반 전, 전복 1킬로그램을 추가한 옻닭을 주문해둔다. 그 사이 온천에 들렀다 식당으로 먹으러 간다. 먹고 남은 국물에 수제비를 떠 먹고, 그래도 남은 국물은 빈 막걸리통에 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인천에 가면 난자완스를 먹고, 남해군까지 달렸을 땐 장어구이를 먹는다. 

 

이연복(중식당 ‘목란’ 셰프)

  1. 양평동 반카부대찌개 – 부대찌개
  2. 연희동 작은나폴리 – 누룽지파스타
  3. 연남동 편의방 – 산동쇼기
  4. 연희동 진평면옥 – 불고기
  5. 인천 연안부두 맘모스회센타 1호점 – 간장게장

양평 코스트코로 쇼핑 가면 꼭 들르는 곳이 반카부대찌개다. 진한 국물 맛은 일단 한 입 떠먹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입맛이 없을 땐 아내와 함께 진평면옥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고, 갑자기 동네에 지인이 찾아왔을 땐 작은나폴리에서 누룽지가 들어간 파스타를 대접한다. 연남동에 있는 편의방은 부부 내외가 열심히 요리하는 작은 맛집이다. 맛에 대한 평가 자체가 좀 실례처럼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집. 닭냉채로 만든 산동쇼기는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거리는 좀 멀지만, 지인들과 함께 다니는 횟집이 맘모스회센타 1호점이다. 이곳에서 회를 한 접시 시키면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가 화려하다. 그중 간장게장은 함께 간 지인들이 정말 환장하고 먹는 모습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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