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의 맛집과 요리 140 (2)

미뢰의 천재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요리를 말했다. 그렇게 140접시가 모였다.

장우철(GQ 피처 디렉터) 

  1. 정읍 충남집 – 쑥국
  2. 대전 소나무집 – 오징어국수
  3. 공주 진흥각 – 짬뽕밥
  4. 한남동 봄봄 – 블랙올리브파스타
  5. 진주 수복빵집 – 찐빵

내게 맛집은 ‘맛있는 집’이라기보다, ‘또 가는 집’이다. 둘 사이엔 분명 차이가 있다. 충남집에 가면 사시사철 쑥국(쑥을 넣은 된장국밥)이 끓는다. 한 숟갈 수북하게 떠서, 훌훌 식혀, 이 집 할머니의 비법이 담긴 새우젓을 슬쩍 얹으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음식맛을 즐기는 기쁨이 간결히도 요동친다. 한 술 더 떠, 소나무집 오징어국수엔 한식의 어떤 극단이 있다. 뭐라 설명할 지 모르겠으면서도, 이 맛을 좋아라 느낄 수 있다는 게 차라리 신비롭달까? 진흥각은 맛이며 분위기며 운영 방식까지 참 알차게 마음에 드는 집이고, 봄봄은 점심에 먹고 저녁에 또 생각나는 복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진주 수복빵집 찐빵이 생각난다. 예쁜 사람 입 속에 하나씩 넣어주고 싶다.

 

강보라(루엘 피처 에디터) 

  1. 청담동 보타이 드 버틀러 – 트뤼플 살사를 곁들인 한우 육회 리소토
  2. 홍제동 우동국수 – 우동국수
  3. 서래마을 빠니스 – 티앙 샌드위치
  4. 이태원동 고사소요 – 양고기 스테이크
  5. 연남동 쏘이연남 – 쇠고기국수

요즘 자꾸만 발길이 닿는 곳으로 골랐다. 개인적으로 치즈만 뿌린 순결한 리소토에 대한 페티시가 있는데, 보타이 드 버틀러에서 한우 육회가 고명처럼 올라간 순결한 리소토를 만나고 눈물의 유레카를 외쳤다. 밤 9시 땡하면 국수를 팔기 시작하는 홍제동 포차에선 3천원짜리 우동국수를 먹는다. 테이블 사이로 술잔이 넘나드는, 토박이 주민들의 요새 같은 곳이다. 빠니스는 일본 드라마 <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있기 좋은 날 >이 딱 떠오르는 곳. 구운 야채가 듬뿍 든 티앙을 즐겨 먹는다. 고사소요에서 만드는 양고기 스테이크는 양고기 특유의 향이 매력이다. 쏘이연남 쇠고기국수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택희(중앙디자인웍스 대표) 

  1. 대치동 고운님 – 남도식 제철 해산물 요리
  2. 서교동 우동카덴 – 우동스키
  3. 운중동 능라도 – 냉면
  4. 경기도 광주 마당넓은집 – 산채와 장아찌
  5. 익산 동일가든 – 참게탕과 참게장

고운님은 전남 고흥 출신 주인장이 지정 거래처를 두고 식재료를 직접 조달하는 식당이다. 당연히 철 따라 자연산이 식탁 위에 올라온다. 냉면이라면 능라도, 우동이라면 우동카덴이다. 우동스키는 제대로 하는 집이 한국에 거의 없는데, 30가지가 넘는 우동 종류를 파는 우동카덴의 것은 본토 맛이 부럽지 않다. 지방 음식점으로는 두 군데를 골랐다. 전국에서 모은 나물을 별별 방법으로 가공하고 저장했다가 상에 내는 장영순 씨의 마당넓은집, 주문을 받으면 쌀부터 씻고 상상을 뛰어넘는 세월을 머금은 김치(6~9년), 장아찌(5~15년), 깻잎(11년)을 내는 동일가든 모두 반찬이 진짜 주인공이다.

 

미깡(<술꾼도시처녀들> 웹툰 작가)

  1. 연남동 제리코바앤키친 – 로맨틱 루콜라&바질 파스타
  2. 망원동 양평해장국 – 해장국
  3. 혜화동 혜화칼국수 – 국시
  4. 성산동 해궁막회식당 – 과메기
  5. 원효로2가 원효로 – 생연어회

로맨틱이라 이름 붙은 이 파스타는 이탈리아 치즈와 잣의 조화가 훌륭하다. 해장이 필요할 때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가는 곳이 양평해장국. 신선하고 말캉한 선지와 내장이 듬뿍 들어간 해장국을 싹 비우면 뼛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혜화칼국수는 양지머리 육수가 진국이고 면발은 가늘고 부드러워 후룩후룩 넘어간다. 해궁막회식당 과메기는 감히 ‘우주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살집이 통통하면서도 꾸덕꾸덕하게 잘 마른 과메기에, 바다 내음 나는 물미역, 정직한 김, 새콤한 초장…. 아, 또 침이…. 원효로에 가면 이렇게 외친다. “회란 두툼해야 제맛!” ‘쿨내’ 풀풀 풍기는 사장님이 썰어주는 생연어회는 그 두께만큼 맛도 꽉 들어찬다.

 

이성곤(<바앤다이닝> 발행인)

  1. 서초동 영변 – 세꼬시
  2. 반포동 르쁘엥 – 한우 미트소스 라자냐
  3. 방배동 브란덴부르크 – 모둠 소시지
  4. 신사동 라바W – 큐브스테이크
  5. 역삼동 마루가메제면 강남 – 멘타이가마타마

‘스키다시’가 많이 나오는 횟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변은 오로지 막장과 회로 승부한다. 시끄럽지만 대화가 필요 없는 상대와 같이 가기엔 더할 나위 없다. 르쁘엥은 진경수 셰프의 새 식당이다. 고기 다루는 솜씨는 여전하고, 일곱 시간 끓여 만든 라구 소스로 속을 채운 라자냐는 영혼이 깃든 듯한 맛을 낸다. 브란덴부르크의 안주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오래된 의자와 테이블, 80년대 탄노이 스피커에서 흐르는 주인장의 음악 취향이 좋다. 라바W는 젊고 재능 있는 셰프의 재미있는 메뉴가 좋다. 사누키 우동이라면 단연 마루마메제면. 육수 없이 달걀 노른자로 비비는 멘타이가마타마는 면의 진정한 맛과 대면할 수 있다.

이지민(블로그 ‘대동여주도’ 운영자) 

  1. 서교동 진진 – 멘보샤
  2. 이촌동 수퍼판 – 서리태 마스카포네
  3. 예지동 광장시장 은성횟집 – 대구탕
  4. 서교동 로바다야 카덴 – 옥돔구이
  5. 논현동 영동시장 반피차이 – 까이 텃

빵 사이에 새우살을 넣고 튀긴 중국식 토스트인 멘보샤는 진진의 대표 메뉴. 가게를 찾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수퍼판은 요리연구가 우정욱 선생의 가게인데, 특히 두 시간 동안 졸인 검은 콩을 달콤한 마스카포테 치즈에 버무린 이 와인 안주는 정말…. 광장시장에서 각종 간식거리를 당기는 대로 챙겨 먹고 나면 꼭 은성횟집 대구탕으로 마무리한다. 이리가 듬뿍 들어 속풀이는 물론이고, 입맛도 개운하게 해준다. 요즘 가장 뜨거운 술집 로바다야 카덴에선 비늘이 바삭바삭 살아 있는 옥돔구이를 반드시 주문하고, 셰프도 함께 유명해진 식당 반피차이에서는 태국식 프라이드치킨인 까이 텃을 꼭 시킨다. 아예 까이 텃 전문점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셰프에게 제안했다.

 

문종현(이미지창작밴드비어 감독)

  1. 인천 차이나타운 원보 – 오향장육
  2. 강릉 사천진리 장안횟집 – 우럭미역국
  3. 전주 남부시장 조점례피순대 – 순댓국
  4. 부산 합천일류 돼지국밥 – 돼지국밥
  5. 당주동 광화문 서서갈비(구 삼미사철탕) – 토종 닭볶음탕

원보는 만두가 유명하지만, 난 이곳의 오향장육을 좋아한다. 술을 곁들이면 돼지고기 사태가 부드럽게 녹는다. 강릉 장안횟집에 가면 유명하다는 물회보다도 우럭미역국을 더 열심히 먹는다. 늘 먹던 미역국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이 집에서 처음 알았다. 노점례피순대의 순댓국과 합천일류 돼지국밥은 이 글을 쓰느라 잠시 맛을 떠올렸을 뿐인데도 입에 침이 고인다. 필히 순댓국엔 부추를 듬뿍 넣고, 숟가락 위에 피순대와 부추를 모두 올려 한 입 크게 먹어야 한다. 광화문 서서갈비의 토종 닭볶음탕은 걸쭉하면서 칼칼한 국물이 예술이다. 간이 좀 센 편인데, 그래서 술안주로 먹기에 좋다.

 

임규목(대신증권 홍보팀)

  1. 광화문 신안촌 – 홍어 삼합
  2. 충정로 양마을 – 양갈비
  3. 여의도동 조원 – 오리꼬치구이
  4. 여의도동 낙지한마당 – 낙지초무침
  5. 신문로2가 베니니 – 안심스테이크

사회생활하면서 처음 배운 홍어는 주로 신안촌에서 먹는다. 흑산도에서 가져온 홍어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격 대비 맛이 좋다. 양꼬치가 아니라 양갈비를 먹고 싶을 땐 양마을을 찾는다. 향이 강한 카레와 커민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맥주를 반주로 걸칠 때도 있다. 닭꼬치가 아닌 오리꼬치를, 부위별로 세심하게 먹고 싶을 땐 조원으로 간다. 1인당 3만원 정도면 아쉽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간혹 영 입맛이 없는 날은 점심 식사로 양념이 강하지 않은 낙지초무침을 먹으러 간다. 애피타이저 겸 먹기도 하고 밥을 비벼 먹을 때도 있다. 맛있는 스테이크집이야 서울에 많지만 광화문 근처, 가격도 좋고 돌판에 구워 먹는 재미도 있는 베니니의 스테이크가 자꾸 생각난다.

 

김형욱(현대카드 컬처마케팅 팀장)

  1. 대치동 은마상가 만나분식 – 떡볶이
  2. 을지로2가 만선호프 – 노가리와 황태
  3. 한남동 나리식당 – 삼겹살
  4. 삼성동 현대백화점 송 – 냉모밀국수
  5. 주교동 우래옥 – 불고기

누구나 좋아하는 곳,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갈 수 있는 곳, 뒷맛에 약간의 중독성이 남는 곳을 좋아한다. 만나분식의 떡볶이, 노가리를 찍어 먹는 만선호프의 양념장, 나리식당의 새콤달콤한 파무침, 텁텁하지 않은 송 냉모밀 국물 모두 뒷맛에 묘한 끌림이 있다. 우래옥은 이북이 고향인 부모님을 따라 오래전부터 다녔다. 미국 유학을 가서도 챙겨 먹었다.

 

윤재웅(프리랜스 에디터)

  1. 연희동 몽고네 – 연어카르파초
  2. 동해 묵호항 부흥횟집 – 물회
  3. 논현동 파르테 – 라자냐
  4. 운니동 비스트로 차우기 –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요리
  5. 반포동 파크로얄 – 곰취갈릭파스타

도톰한 연어에 향긋한 풍미가 터지는 카르파초, 새콤하면서도 진한 육수의 물회,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미트 소스를 채운 라자냐, 닭육수와 버터를 넣고 조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고추장 없이 비비는 비빔밥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소한 곰취 파스타. 모두 눈이 번쩍이는 맛.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게 되는 맛.

>> 미식가들의 맛집과 요리 <3> 10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