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맥스를 갈라봤더니

도대체 나이키의 ‘에어’는 어떻게 생겼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품었던 궁금증. 그 속을 한번 시원하게 갈라봤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반, 스포츠 브랜드들 사이의 유행은 당시의 첨단 기술을 담은 운동화 시리즈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목표는 경량화. 각종 신소재를 응용한 신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에어’, 리복의 ‘펌프’, ‘헥사’ 아식스의 ‘젤’…, 모두 이때 등장했다. 지금이야 별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이름이겠지만, 열거한 운동화 시리즈는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로 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 운동화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퍼포먼스는 최중요 사항이 아닌 것일까? 그보다, 당시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획득하고자 했던 건 어떤 가벼움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이키의 ‘에어’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가벼운 것을 말할 때, 우리는 보통 공기에 비유하고는 하니까.

물론, 나이키의 에어가 예의 이름만으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쌓은 것은 아니다. 나이키는 더 확실한 이미지를 위해 사람들의 심리를 한 단계 더 파고들었다. 바로 무게의 시각화. 나이키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사람들의 인식 차이를 과거 테일 윈드의 사례를 통해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에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테일 윈드는 나이키 최초로 에어 쿠션을 장착한 신발이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그저 가벼운 운동화 정도로 여길 뿐이었다. 조금 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고, 나이키는 이 에어 쿠션을 외부로 드러내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혁신이 그러하듯, 보이는 에어 역시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현재, 측면에 있는 에어백의 마감면을 그냥 위아래로 바꾸면 될 일 아닌가?” 나이키 쿠셔닝 이노베이션 디렉터 데이비드 폴랜드는 불현듯 이처럼 단순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30년간 운동화의 쿠션에 대해서만 연구해온 그는 나이키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와 손잡고 지난 에어가 외부로 드러난 운동화 개발에 착수했다. ‘에어’가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최초의 운동화, 에어맥스 1은 그렇게 태어났다.

시각 효과는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데이비드 폴랜드는 에어맥스 1이 최초로 세상에 나온 무렵의 에피소드를 회상했다. “에어맥스 1이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공중전화 부스에서 연구실 직원과 통화를 하던 중이었어요. 성공에 대한 걱정이 가득할 때였는데, 눈앞에 에어맥스를 신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는 거예요.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죠. ‘에어맥스를 산 사람이 있어! 지금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여!’라고 말이죠.”

에어맥스 1의 성공 이후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에어의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하는 일. 에어를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명쾌한 방법이다. “지난 30년 동안 에어맥스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지켜보면 한 가지, 에어 쿠션의 크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게 보일 거예요.” 데이비드 폴랜드가 말했다. 에어맥스 180, 에어맥스 95, 에어맥스 97…, 그리고 오늘날의 에어맥스 2015까지. 에어 쿠션은 점점 커지는 동시에 확연히 더 많이 외부로 드러났다. 에어 쿠션이 신발 바닥 전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게 벌써 18년 전의 일이다. 물론 에어 쿠션의 확대는 단순히 크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기술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뜻. 에어맥스는 2015년 현재까지도 끊임 없이 진화하고 있다. 30년에 가까운 에어맥스 시리즈의 역사에 대해 폴랜드는 이렇게 정의했다. “운동화 바닥의 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서지고 분해 되죠. 하지만 공기는 절대 부서지거나 분해 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