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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맥스, 진화의 시작

2015.03.16장승호

이번엔 에어맥스의 기념비적인 모델들을 시대별로 하나씩 짚어봤다.

에어맥스 1

에어맥스 90 

에어맥스 180

에어맥스 93 

에어맥스 95

에어맥스 97

에어맥스 2003 

에어맥스 360 

에어맥스 2015

 

한껏 과장된 옷과 음악, 80년대와 90년대는 안으로 소급하기보다 뭐든 밖으로 드러내길 선호하는 시대였다.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의 성공은 이 같은 시대의 부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에어맥스가 그저 에어 쿠션을 외부로 드러내는 데 그쳤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상징적인 운동화로 남았을까? 파격의 잔상은 생각처럼 오래가지 않는다. 에어맥스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건, 탄생부터 지금까지 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나이키 에어맥스는 그렇게 가장 역사가 깊은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운동화로 남았다. 이제 28년이 된 에어맥스. 당대의 역사를 스스로 고쳐 나간 에어맥스의 기념비적 모델들로, 그 진화의 시작부터 2015년 현재까지를 짚어봤다.

에어맥스 1 (1987년) “에어맥스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던 때, 퐁피두 센터를 직접 보기 위해 파리로 날아갔어요. 안과 밖이 뒤바뀐 설계. 거기서 에어맥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죠. 돌아오자마자 에어 쿠션 연구팀 엔지니어들에게 제 생각을 전했어요. 처음엔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지만 밀어붙였고, 결국 세상에 없던 운동화가 태어났어요.” 나이키 에어맥스 1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가 말했다. 에어 쿠션을 신발 외부로 드러낸, 즉 공기를 시각화한 첫 번째 운동화 에어맥스 1은 이 같은 노력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에어맥스 90 (1990년) 엄격하게 말하면, 에어맥스 90은 나이키 맥스 에어 시리즈의 세 번째 신발이다. 에어맥스 1과 에어맥스 90 사이에는 맥스 에어를 사용한 에어조던 3가 있었다. 당시 세간의 인기를 쓸어 담았던 마이클 조던, 그의 이름을 딴 농구화에도 맥스 에어를 사용했다는 건 에어에 대한 나이키의 야심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에어맥스 90은 전작 에어맥스 1보다 단순히 에어 쿠션의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더욱 날렵해진 라스트와 더 뚜렷해진 선, 그리고 당시로서는 꽤 과감한 색채의 사용. 팅커 햇필드는 기존의 운동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우아함과 확실한 존재감을 에어맥스 90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어맥스 90 오리지널 컬러에 사용한 빨간 색은 훗날 ‘인프라 레드’라는 고유한 이름이 붙었다. 나이키는 에어맥스 90을 통해 전작보다 못한 후속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에어맥스 180 (1991년) 두 에어맥스 시리즈의 성공 이후,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의 두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와 브루스 킬고어는 맥스 에어의 이미지 확립에 나섰다. 가장 명쾌한 방법은 역시 에어 쿠션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 측면만이 아닌 바닥에서도 에어가 보이는 에어맥스를 만들기로 했다. 180은 신발의 3면에서 에어 쿠션이 드러난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물론 쿠션의 크기 역시 전작 대비 50퍼센트 수준으로 커졌다. 한편, 시리즈 최초로 양말처럼 쑥 신고 벗을 수 있는 이너슬리브 구조를 적용했다. 에어맥스 180은, 무엇보다 명사들이 출연한 광고로 더 주목받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광고. 에어맥스 180을 신은 마이클 조던이 하늘 높이 뛰어오른 사진은 아직도 뇌리에 콱 박혀 있다.

에어맥스 93 (1993년) 발목을 단단히 감싸는 이너슬리브 구조는 에어맥스 93에 이르러 더욱 공고해졌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에어를 온전히 장착하기 위해선 신발을 잡아주는 더 강한 지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어맥스 93에는 기존의 에어맥스와 전혀 다른 차원의 에어 쿠션을 사용했다. 바로 270도의 방향에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어. 한층 더 충만한 에어 쿠션은 플라스틱 우유병에서 착안한 블로우 몰딩 기법을 통해 완성했다. 이는 신발 앞부분에도 에어가 드러나는 에어맥스 95 개발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팅커 햇필드는 에어맥스 93을 두고 자신이 만든 최고의 에어맥스라고 말한다.

에어맥스 95 (1995년) 모든 에어맥스 시리즈는 에어맥스 95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에어맥스 95는 시리즈 최초로 앞부분의 에어까지 드러낸 모델이다.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에어맥스 시리즈 최초로 어두운 색 중창을 사용했으며, 마치 나이키의 상징은 에어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스우시의 크기를 확 줄였다. 에어맥스 시리즈의 로고 또한 이때부터 새롭게 바뀌었다. 에어맥스 95의 디자인엔 인간의 신체에 관한 많은 상징이 담겨 있다. 탄탄한 중창은 인간의 척추, 연달아 이어진 신발 끈 구멍은 늑골, 그리고 메시 소재 외피는 근섬유를 상징한다. 에어맥스 95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하나의 인체 해부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온통 혁신으로 무장한 에어맥스 95는 뉴욕, 런던, 도쿄, 그리고 서울 등의 여러 도시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파장은 2015년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에어맥스 97 (1997년) 드디어 바닥 전체에 에어가 깔린 에어맥스가 등장했다. 1997년에 출시한 에어맥스 97은 전장 에어 쿠션을 사용한 최초의 에어맥스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 에어맥스 97의 디자인은 당시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편 에어맥스 97은 역대 에어맥스 시리즈 중 가장 날렵한 라스트로 기억되기도 한다. 각도에 따라 빛을 제각각 반사하는 등고선 스카치라이트 갑피와 유선형 몸체는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에서 영감을 얻었다.

에어맥스 2003 (2003년) 에어맥스 시리즈가 단지 에어의 기술만으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은 건 아니다. 에어를 받쳐주는 갑피 또한 에어 맥스 시리즈의 중요한 부분이다. 에어맥스 2003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 같은 갑피의 디자인에 있다. 트랙용 스파이크화와 축구화에 주로 사용하는 특수 소재, 테이진을 사용해 갑피의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 단단함만 보면 모든 에어맥스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에어맥스 시리즈에서 본 적 없는 색상 조합. 담백한 모노톤 디자인은 당시의 흐름에 맞춘 결과였다. 물론 에어에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발과 지면 사이의 유격을 줄여 유연성을 증대했다. 에어맥스 97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것이다. 커다란 스우시도 이때 다시 돌아왔다.

에어맥스 360 (2006년) 에어맥스 시리즈의 지상 명령과도 같은 과제는 바로 ‘공기 위를 걷는 듯한 운동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에어맥스 360은 이 과제를 비로소 풀어낸 최초의 에어맥스다. 에어맥스 1의 탄생 이래 중창에 늘 존재했던 폼을 모조리 제거했다. 에어가 운동화 창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게 된 것. 그러니까, 이제 발과 에어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각도에서도 훤히 드러나는 에어. 360이라는 이름은 앞뒤, 좌우 어느 곳에서도 에어를 볼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에어맥스 1에서 사용한 고유의 색상을 고스란히 되살렸으며, 에어맥스 95의 상징적인 디자인, 그러데이션을 다시 반영했다. 에어맥스 360을 에어맥스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결정판이 시리즈의 끝을 뜻하는 건 아니다. 에어맥스 360은 그만큼 완벽에 가까운 에어맥스라는 말이다.

에어맥스 2015 (2015) 더이상 발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은 에어맥스 2015를 보는 순간 사라진다. 에어맥스 2015엔 나이키의 모든 기술이 집약됐다. 나이키 고유의 메시 소재로 갑피를 둘러 통기성을 강조했으며, 박음질을 최대한 줄여 더 간결해졌다. 플렉스 그루브가 적용된, 에어에 가장 최적화된 쿠션은 에어맥스 시리즈 최고의 탄력을 자랑한다. 에어맥스 2015에 최초로 사용한 역방향 스우시는 에어맥스 시리즈의 새 출발을 암시한다. 에어맥스 2015는 에어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지금 가장 최신의 에어맥스다.

    에디터
    장승호
    COURTESY OF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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