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나는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세 편의 영화를 찍어뒀다. 김고은은 그제 스키장에, 어제는 노래방에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은….

니트는 샤를로테 에스킬드슨 by 비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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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골든 구스, 청바지는 디스트로이드진 이로, 시계와 반지는 CK 주얼리,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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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드레스는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속에 입은 검정 원피스는 라펠라, 귀고리는 크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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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격의 여신’ 이런 말 지겹지 않아요? 그냥 그러려니 해요.

그런 거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이미지는 영화의 마케팅을 통해서 드러나잖아요. 마케팅의 방향은 그 영화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을 보여주니까…. 인물이 파격적이지 않아도 그 영화에 파격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됐어요. 속앓이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잔잔한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지금까지 다섯 편 찍었고 두 편 개봉했죠. <몬스터> 이후 인터뷰는 더 단단한 느낌이 있어요.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횡설수설하거나 많은 문장을 나열해 놓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더 신중하게, 정확하게 대답하려고 노력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최근에는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만 단어가 잘 안 떠올라요. 그러니깐 좀 멍청해진 기분으로 제가…. 그래서 좀 힘들어요.

정확한 말을 고르자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죠. 여기서 우리 둘이 하는 얘기가 출판되면, 독자의 세계는 또 다르니까요. 어디까지 생각하고 얘기하려고 해요? 항상 변하는 게 사람인 것 같아요. 해마다, 날마다 바뀔 수도 있잖아요? 내 생각과 가치관, 태도와 계기…. 인터뷰할 때는 그때 생각을 말하려고 해요. 바뀔 수도 있죠. 가끔 옛날 인터뷰를 봐요.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일기를 열심히 쓰는 이유도 그래요.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고,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지금은 이게 틀릴지언정, 나중에 보면 말도 안 되는 말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얘기하는 거예요. 이렇게 한 분 한 분 만나서 인터뷰할 때 솔직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기사를 통해 내 진심이 전달됐구나, 아니구나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안 느껴지면 좀 아쉽죠. 그냥 아쉬운 것밖에는 없어요. 왜냐하면 매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이 있어요. 여러 사람이 보는 것이고, 다수는 항상 대하기 힘들잖아요? 어느 순간엔 그냥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물론 자극적인 거 올라갈 때는 미울 때도 있지만, 그러려니 해요.

그 일기는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로 시작할 수도 있고, ‘오늘은 이러저러해서 마음이 복잡했다’는 얘길 할 수도 있죠. 어떤 식이에요? 메모 형식. 어떤 때는 밥을 먹다가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대해 수저를 내려놓고 가서 쓰고 와요. 기분을 기록할 때가 많아요. 스스로를 좀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객관화하려고? 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냐’ 그런 거? 주변의 다른 것들은 다 배제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가끔 필요해요.

그거 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힘들 때 그래요.

그 과정이 아니라 그런 시간을 성취하는 일이. 뭔가 성취하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 때문이에요. 가끔 스스로 오해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배신당한 것 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죠. 다행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그랬어요. ‘나는 이렇게 변했다, 그럼 이 변화는 원래 내 모습의 일부였는데 여태 몰랐던 걸까, 아니면 상황 때문에 진짜 변한 걸까?’ 답은 항상 ‘어찌됐든’이에요. 하하.

그제 스키장에선 즐거웠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그런 시간 오랜만이었죠? 최근엔 많이 없었어요. 만약 영화 촬영을 하면… 이제는 그렇게 되어버렸잖아요? 촬영 아니면 개인 시간. 촬영 끝나고 바로 다음 영화가 있지 않으면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여행을 가든, 좋아하는 것을 하러 가든. 특히 스키는 겨울 촬영이 있으면, 쉬는 날이 있어도 못 가요. 다칠 수 있으니까.

원피스는 퍼블리카 아틀리에, 귀고리는 크롬하츠.
원피스는 퍼블리카 아틀리에, 귀고리는 크롬하츠.

전에 이런 말한 적 있어요. “그냥 연기가 하고 싶었다. 너무 하고 싶었다.” 그건 어떤 심정이에요? 글에 대해서 욕심이 크시잖아요? 저는 연기 욕심이 되게 커요. 애를 써야 되고, 그래야 내 만족에 조금 가까워지는 게 있어요. <은교> 끝났을 땐 성급해질까 봐 하고 싶지 않았어요. 현장이 너무 즐겁고 연기하는 게 행복했어요. 현장이 즐거워야 해요. 재밌고, 사람들끼리도 많은 교류가 있고. 그렇지 않고 그냥 촬영만 하면 저는 아직까지 영향을 좀 받아요. 불편해요, 그 현장에 있기가. 연기는 할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다만 그 외적인, 사회생활 같은 그런 것들이 좀 저를 지치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늘 그게 어렵죠? <은교> 때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부터는 뭔가 스스로 압박을 받을 것 같았어요. 그게 싫었고, 그냥 연기만 부담 없이 하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었던 것, 시도해보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어요. 상업 영화를 할 때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될 때도 있고, 그게 좀 두려운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생각 없이 그냥 그 즐거움을 되찾고 싶었어요. 내가 지금 연기가 힘든 건가? 쉬어야 하나? 막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사람과 사람들이 만날 때 생기는 이런 관계가 제일 힘든 거구나, 그렇다는 걸 좀 알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돼서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알았어요.

<몬스터>에서 했던 연기는 굉장히 발산하는 느낌이었어요. 복순이로 살 때 신났어요? 그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욱 영화의 전체를 보는 것을 잘 못했어요.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차이나타운> 찍을 때는? 매 신을 신중하게 했어요. 연기하기 전까지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했어요. 더군다나 그 친구는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역할이라 감정선을 갖고 가는 게 중요했어요.

왜 김고은한테는 어려운 역할만 시킬까요? 지금 대한민국에 쉬운 영화가 있나요? 제가 이건 이래서 부담스럽고 그런 게 딱히 없어요.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하고 싶어지는 그런 것.

아까 얘기했던 욕심인가요? 영화를 하게 되면 스스로 주문을 걸어요. ‘나보다 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난 할 자격이 없는 거라고 스스로 혹사시키는 것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 엄격하면 좀 다른 의미로 지치지 않아요? 오히려 후진 연기 타협하고, 후졌는데 나 힘드니까 타협하고 그럴때 더 지치는 거 같아요.

‘스타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이 있잖아요? 흔히 묻는데, 스타가 되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그게 뭔지 알겠어요. 근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할 때 그 배우됨은 뭐죠? 글쎄요, 저는 제 그릇이 스타가 되기에는 좀 작은 것 같아요, 하하. 불편한 거 싫어요. 일상에서도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해야 하나? 그냥 사는 게, 제가 조용히 있을 땐 작품 열심히 찍고 있는 거니깐…. 저는 놀지 않아요. 그러다 작품 나오면 홍보하고. 그 경계가 어느 순간 허물어질 거라는 생각도 해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출연하는 영화도 많아질 거고, 어느 순간 모두가 아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프리하게’ 놔두고 싶어요.

이 인터뷰 직전에 아르제니아(김고은 팬클럽)에 가입했는데…. 하하하, 정말요?

댓글도 달고 해야 ‘등업’이 되더라고요. 가끔 글도 쓰고 하죠?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글 남기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전 SNS에도 글을 잘 안 올려요. 학생 때는 다 친구들이니까 주저리주저리 쓰기도 했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보게 되는 순간이 오니까 힘들더라고요. 약간 오그라든다고 그래야 되나? 그런데 제가 워낙 활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니까 팬들의 그런 마음, 주는 거 없이 받는 그 사랑이 죄송할 때가 있어요.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 되게 따뜻해지고 그래서 힘들 때마다…. 아니, 사실 되게 자주 들어가요. 글을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해요. 많이 올리려고 했는데 올린 건 몇 개 없어요. 하지만 진짜 노력하고 있단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진짜 혼자 있을 땐 뭐 하세요? 노래방 가요. 어제도 갔다 왔어요. 감정 기복이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닌데, 그런 시기가 조금씩 올 때가 있어요. 그 상태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정말.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걸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노래방에 있으면 되게 마음이 편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요. 그 공간이 저한테 주는 안정과 친근함이 있어요. 혼자 가는 게 되게 마음이 편할 때가 있어요.

무슨 노래 불렀어요? 정준일, ‘새 겨울’.

리넨 재킷은 바네사 브루노, 구두는 스티브 매든, 바지는 골든 구스, 귀고리는 크롬하츠. 
리넨 재킷은 바네사 브루노, 구두는 스티브 매든, 바지는 골든 구스, 귀고리는 크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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