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의 소설

 

<자화상>에서, 소설은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장에서도 화자는 스스로에 관해 중얼거리고 있다. 대개 하찮은 술회로, 종종 자기 자신에 관한 정확한 묘사로 읽힌다. <풋내기들>은 카버의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편집 전 원본이다. 거의 그를 구성한다고 알려진 건조하고 날이 선 문체는 이 소설집에 없다. 편집자가 과감히 정리했다는 건데, 소설은 완성된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난다는 고전적인 명제를 이제야 알겠다. <새하얀 마음>은 견고하다. 동일한 의미의 사건과 문장을 주의 깊게 반복하면서 성적 추문에 얽힌 비극을 완성한다. 소설은 퍼즐이 아니어서, 소설을 초과하는 조각들에서 소설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