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 사이

한 나무 여기, 또 그 곁에. 나무와 나무는 서로를 아는가?

살구나무와 소나무 “동네서 젤 작은 집 / 분이네 오막살이 / 동네서 젤 큰 나무 / 분이네 살구나무 / 밤사이 활짝 펴올라 / 대궐보다 덩그렇다” 기억하기로, 열두 살에 펼친 국어 교과서에 이 시조가 있었다.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면 덩달아 살구꽃도 그때 핀다. 벚꽃이 흥얼흥얼 흔들리지만, 살구꽃은 조용히 제자리에 머문다. 밤의 가로등처럼. 한편 소나무는 다갈다갈 솔방울을 달고 선선하게 서 있다. <대련 027> 2014. 

살구나무와 소나무

“동네서 젤 작은 집 / 분이네 오막살이 / 동네서 젤 큰 나무 / 분이네 살구나무 / 밤사이 활짝 펴올라 / 대궐보다 덩그렇다” 기억하기로, 열두 살에 펼친 국어 교과서에 이 시조가 있었다.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면 덩달아 살구꽃도 그때 핀다. 벚꽃이 흥얼흥얼 흔들리지만, 살구꽃은 조용히 제자리에 머문다. 밤의 가로등처럼. 한편 소나무는 다갈다갈 솔방울을 달고 선선하게 서 있다. <대련 027> 2014.

 

 

회화나무와 향나무완연한 고태를 풍기는 수종으로서 회화나무와 향나무는 각각 활엽수와 침엽수의 대표쯤 된다. 한 뼘이 자라더라도 붓으로 친듯한 회화나무의 선과 한 오백 년을 살아도 우악스레 뻗대는 법이 없는 향나무의 선은 그 자체로 시간을 압축해 놓는다. <대련 003> 2012. 

회화나무와 향나무

완연한 고태를 풍기는 수종으로서 회화나무와 향나무는 각각 활엽수와 침엽수의 대표쯤 된다. 한 뼘이 자라더라도 붓으로 친듯한 회화나무의 선과 한 오백 년을 살아도 우악스레 뻗대는 법이 없는 향나무의 선은 그 자체로 시간을 압축해 놓는다. <대련 003> 2012.

 

 

가죽나무와 버드나무가죽나무는 아무 데나 덜컥 나서 훌쩍 자란다. 그런 가죽나무가 한바탕 아름다울 때가 있으니, 한여름 석양에 놓였을 때다. 이파리 사이사이로 석양이 어쩔 줄 모르고 새어 들어올 때의 일렁거림이란. 하지만 아직은 석양이 이른 계절, 가죽나무는 연한 새잎을 내놓고 가만히 기다린다. 지금은 버드나무가 일렁이는 계절이니까. <대련 017> 2014. 

가죽나무와 버드나무

가죽나무는 아무 데나 덜컥 나서 훌쩍 자란다. 그런 가죽나무가 한바탕 아름다울 때가 있으니, 한여름 석양에 놓였을 때다. 이파리 사이사이로 석양이 어쩔 줄 모르고 새어 들어올 때의 일렁거림이란. 하지만 아직은 석양이 이른 계절, 가죽나무는 연한 새잎을 내놓고 가만히 기다린다. 지금은 버드나무가 일렁이는 계절이니까. <대련 017> 2014.

 

 

향나무와 팥배나무향나무 아래 팥알만 한 열매가 지천이라 갸우뚱했더니, 향나무의 것이 아니라 바로 옆 팥배나무가 떨군 것이었다. 만져보면 아직도 과육이 실하다. 떫고 시큼해서 사람보다는 산새가 좋아하는 열매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향나무는 제 몸을 둥글려 아예 회오리를 묘사한다. <대련 018> 2014. 

향나무와 팥배나무

향나무 아래 팥알만 한 열매가 지천이라 갸우뚱했더니, 향나무의 것이 아니라 바로 옆 팥배나무가 떨군 것이었다. 만져보면 아직도 과육이 실하다. 떫고 시큼해서 사람보다는 산새가 좋아하는 열매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향나무는 제 몸을 둥글려 아예 회오리를 묘사한다. <대련 018> 2014.

 

 

능수벚나무와 소나무4월, 돈화문에서 낙선재 쪽으로 가다 보면, 능수벚나무 여러 그루가 장관을 펼친다. 어떤 화려한 샹들리에에 비할 수 있을까? 흔들림은 또 얼마나 능란하던지. 가볍지도 더디지도 않은 미드 템포는 가히 우월할 지경이다. 한발 뒤로 소나무가 서 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틀린 말을 한 적 없는 집사처럼. <대련 047> 2013. 

능수벚나무와 소나무

4월, 돈화문에서 낙선재 쪽으로 가다 보면, 능수벚나무 여러 그루가 장관을 펼친다. 어떤 화려한 샹들리에에 비할 수 있을까? 흔들림은 또 얼마나 능란하던지. 가볍지도 더디지도 않은 미드 템포는 가히 우월할 지경이다. 한발 뒤로 소나무가 서 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틀린 말을 한 적 없는 집사처럼. <대련 047> 2013.

 

졸참나무와 버드나무참나무는 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를 두루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도 잎이 가장 작다. 이제 막 잎을 틔웠으니 더더욱 그렇다. 버드나무도 아직은 잎이 어려 보인다. <대련 007> 2014. 

졸참나무와 버드나무

참나무는 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를 두루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도 잎이 가장 작다. 이제 막 잎을 틔웠으니 더더욱 그렇다. 버드나무도 아직은 잎이 어려 보인다. <대련 007> 2014.

 

 

야광나무와 튤립나무맹렬한 벚꽃의 기세가 슬쩍 풀죽어갈 무렵, 야광나무는 갑자기 핀다. 꽃송이가 하나같이 위를 향하고 있으니,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같지 않은가. 밤에도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실제로 야광 효과가 나는 건 아니다. 뒤로는 튤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겨우내 털꽃처럼 피었던 눈에서 이제는 잎이 날 차례다. <대련 021> 2014. 

야광나무와 튤립나무

맹렬한 벚꽃의 기세가 슬쩍 풀죽어갈 무렵, 야광나무는 갑자기 핀다. 꽃송이가 하나같이 위를 향하고 있으니,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 같지 않은가. 밤에도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실제로 야광 효과가 나는 건 아니다. 뒤로는 튤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겨우내 털꽃처럼 피었던 눈에서 이제는 잎이 날 차례다. <대련 021> 2014.

 

 

소나무와 버드나무낙락장송 한 그루의 풍모는 실로 여러 계절을 함축한다. 언제나 같은 모습일지언정, 결코 딱딱하게 붙박히지 않으니, 봄에는 봄나무요, 겨울에는 겨울나무다. 한편 버드나무는 멀어도 그만, 가까워도 그만이다. 어디에 있든 그걸 보는 순간 우리는 관조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대련 039> 2014.

소나무와 버드나무

낙락장송 한 그루의 풍모는 실로 여러 계절을 함축한다. 언제나 같은 모습일지언정, 결코 딱딱하게 붙박히지 않으니, 봄에는 봄나무요, 겨울에는 겨울나무다. 한편 버드나무는 멀어도 그만, 가까워도 그만이다. 어디에 있든 그걸 보는 순간 우리는 관조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대련 039>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