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015

여름을 기다리는 더운 마음을 위한, 청량하고 명랑한 물건 10.

Louis Vuitton / Reversible Satin Bomber Jacket 특수 세공을 거친 금속사인 루렉스 실로 자수를 놓은 이 보머 재킷은 최근 킴 존스가 만든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 중 가장 돋보인다.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고, 일상복으로는 물론 컬렉션의 대표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가슴의 트리플 패치, 뾰족한 알파벳 브이 세 개의 의미는 각각 ‘Volez 날다, Vougez 항해하다, Voyagez 여행하다’ 이다.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인 데다 허리 부분을 짧게 디자인해 무척 귀여워 보이는 것도 장점. 이런저런 색깔로 나오지만 킴 존스가 영감을 잔뜩 받고 돌아왔다는 인도 자이푸르와 70년대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오렌지 컬러가 일순위.
Rolex / Oyster Perpetual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을 말할 때 계절이나 시절을 들먹이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이 시계처럼 영원히 아름답고 처음처럼 잊지 못할 시계도 없으니까. 하지만 데님과 화이트, 맨발에 신는 예쁜 신발들로 풍성한 이번 봄에는 특별히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이 더 생각난다. 그야말로 오이스터 퍼페추얼 시리즈의 가장 기본적이고 담백한 모델. 그래서 오이스터 퍼페추얼 다음에 붙는 다른 명칭도 없다. 다이얼 색깔은 여럿 중 화이트 그레이프로 골랐다. 이 계절에 정말로 어울리는 명사 같아서.
Levi’s / 501 Ct Jean 지금부터 백 년도 더 전에 광부들이 금 캐러 다니던 시절부터 존재했다는 이유로 리바이스는 요즘 ‘클래식’의 숙명을 겪고 있다.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들이 모던과 뉴 웨이브를 주장하는 때에 유구한 역사를 얘기하는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클래식도 시절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2015년 버전의 501은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았다. 발목 헴 부분이 클래식 컷보다 2인치 좁은 테이퍼드 핏. 이 501 Ct 스타일은 아주 예전부터 501 다리 부분을 조금 줄여서 입던 멋쟁이들에게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
Bottega Veneta / Mist Calf Shoes 레이스업 슈즈는 지천에 널렸지만 보테가 베네타의 레이스업 슈즈는 수많은 별들과 북극성만큼이나 그 존재감이 다르다. 미스트 카프 슈즈라는 함축적인 이름의 이 신발은 리버 카프 가죽을 오랫동안 워싱하고 여러 번 가공해서 제품마다 모두 다른 각자의 주름을 만들었다. 반지르르한 광택이 있는 앞코와 뒤꿈치의 낡은 가죽 루프 또한 멋지고. 안쪽까지 최상급 가죽으로 마무리한 미스트 카프 슈즈는 크림색과 초콜릿색, 검정색 3가지가 있다.
Saint Laurent / Canotier 생로랑 카노티에는 1946년부터 모자를 만든 프랑스 제조사에서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공들여 만든다. 포르투갈산 최상급 토끼털을 눌러 평평하고 부드럽게 가공한 이 모자는 안감의 실크와 염소 가죽, 플랫한 챙과 살짝 들어간 브림이 특징이다. 오리지널 카노티에를 찾는 방법은 그로그랭 소재 밴드와 페전트 깃털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얇은 메탈릭 스트랩, 골드 또는 실버 톤 스터드가 있는 가죽 스트랩, 작은 깃털로 전체를 감싼 스트랩 등 4가지 스타일이 더 있다. 안쪽에서 생로랑의 헬베티카 폰트 로고가 아닌 다른 폰트의 로고를 찾아보는 것도 카노티에를 쓰는 각별한 재미다.
Bang & Olufsen / Beoplay A2 뱅 앤 올룹슨 최초의 블루투스 스피커인 베오플레이 A2는 드라이버 유닛을 양면에 넣어 스피커를 어디에 두건(천장, 코트 걸이, 냉장고 위 어디든) 풀 스테레오 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 가장자리의 트위터 덕분에 360도 전 방향에서 힘 있고도 섬세한 소리가 나온다. 이외에도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배터리, 묵직한 베이스 음 등 이 스피커를 사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 첫 째는 역시 디자인이다. 부드럽고 매트한 독특한 촉감, 이럴 줄은 몰랐던 가로세로 비율, 옛날식으로 달린 가죽 끈. 덴마크의 산업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가 만들었다.
Gucci / Gucci Navy Backpack 바다와 항해, 여름과 한낮의 태양이 떠오르게 하는 구찌 네이비 컬렉션 중에서 러기지 백은 누구에게든 꼭 권하고 싶은 제품이다. 선원들이 출항하기 전 온갖 짐을 우르르 넣어 훌쩍 메고 나서면 그만이었던, 크고 넉넉한 작업용 가방. 둥글든 네모건 뭐든지 다 넣을 수 있고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며, 그러고도 가볍다는 게 이 러기지의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랑프리 가죽으로 만들어 유연한 형태, 남색과 빨강색의 지극히 해군적인 산뜻한 색 배합, 꼭 필요한 곳에만 쓴 골드 장식도 이 가방에 면 티셔츠 몇 장을 넣고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유다.
Ralph Lauren / Drake Denim Suit 데님의 엄청난 유행을 굳이 신경 쓰지 않더라도,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스리피스 데님 수트는 지금 갖고 싶은 이유가 분명하다. 깊고 진한 인디고 색깔의 면 리넨 데님 소재를 린스 처리해 빳빳하지 않게 바꿨고 프레스 가공을 거쳐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어떤 수트보다 가볍고 산뜻하며, 구김이 생겨도 그게 그대로의 멋이 되는 것도 이 수트만의 변별력이다. 구조적인 어깨와 티켓 포켓 장식이 있는 재킷, 둥글고 유연한 더블 베스트 라펠, 벨트 루프가 없는 고전적 방식의 팬츠. 가장 클래식하고 정통적인 스리피스 수트 디자인을 그대로 둔 채 소재만 데님으로 바꾼 것이야말로 이 수트의 가장 큰 매력이고.
Delvaux / Cartable Presse 벨기에 브랜드 델보는 눈에 띄는 로고나 화려한 프린트 없이, 가죽의 질감과 단정하고 우아한 형태만으로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잔재주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묵묵하게 만들지만 최상의 소재를 써서 수공으로 작업하니, 보는 순간 좋은 혈통임을 단번에 깨닫는다. 남성용 브리프 케이스인 카터블 프레세는 토리용 가죽을 과감하게 잘라 만들었고, 금속 잠금 장치에도 가죽을 감싸 어딜 만지든 나긋하고 부드럽다. 게다가 저 풀색은 또 얼마나 ‘델보스럽게’ 예쁜지.
Hermès / Kick Slipon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제일 갖고 싶은 건 얇고 바스락거리는 코튼 셔츠, 색깔이 청량한 청바지, 그리고 맨발에 신을 수 있는 새 신발 한 켤레다. 에르메스의 킥 슬립온을 못 봤다면 아마 모래색 에스파드류나 카프 스킨 로퍼 정도를 생각했겠지. 하지만 에르메스의 상징적 문양인 샹 당크르에서 파생한 아름다운 프린트로 뒤덮인 이 슬립온을 보고 나면 다른 생각은 다 사라진다. 실용적인 코튼 캔버스 소재, 발등과 발뒤꿈치의 섬세한 가죽 트리밍 장식, 딱 그만큼이어서 예쁜 둥근 앞코까지. 신어보면 마음은 더 커진다. 방금 신은 걸 잊을 만큼 가볍고 말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