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몸과 마음 그리고 SNS <3>

2015.04.09GQ

요즘 SNS에는 20대의 몸과 마음이 무방비로 전시돼 있다. 그중 돋보이는 사진가 몇 명에게 왜 몸을 찍는지 물었다.

임경빈 | 23세 dlarudqlsdla.tumblr.com “사진은 기록이니까 꼭 가족을 찍고 싶었어요. 다들 손 사진이 어둡다고 말하지만 가족을 정물로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는 가족들의 몸에서 거슬리는 것을 빼다 보니 손만 찍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데 손을 볼 때마다 웃는다. “손이 두 개이고, 손가락이 열 개인 거 징그럽지 않아요?”

절대 찍고 싶지 않은 건? 18년 동안 살았던 고향. 고향의 느낌은 절대로 담을 수 없다. 회상을 사진에 담고 싶지 않다. 느낌은 느낌으로만 남았으면. 모델로서 부적합 사람? 가족 외의 모든 사람. 친하지 않으면 찍고 싶지 않다. SNS란?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것. 무거운 공간.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건? 한자. 섹시한 물건은? 엄마가 젊었을 때 입었던 파란 수영복. 혼자 있을 땐? 사람을 그리워한다. 방에선 뭐가 보이나? 나무의 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나뭇가지들. 아름다운 건? 사물이나 풍경이 고요한 상태.

 

방상혁 | 28세 rangbangs.com 여자의 몸을 흑백으로 촬영한다. 애인과 한 공간에 있을 때 찍는다. “관계라는 말을 좋아해요. 사진에서도 꽤 드러난다고 생각하고.” 관계의 거리만큼 카메라와 몸도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보통 누구를 찍나? 애인. 좋아하는 사람. 왜 흑백인가? 이유가 많다. 내 성격이랑 닮았고, 심플한 걸 좋아하고, 색에 현혹되는 게 싫고. 여자의 몸에서 좋아하는 곳 세 군데는? 눈, 코, 입. 꼭 촬영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 지금은 없다. 먼 미래의 내 딸. 카메라를 잡고 싶은 순간은? 사랑할 때.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싶을 때는? 없다. 돈이 얼만데. 좋아하는 장소는? 집. 우리 집이든, 남의 집이든, 빌린 집이든. 내 사진의 99퍼센트가 집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적절한 말은? 순수. 그런 얘길 자주 듣는다. 솔직하고 본능적으로 찍는다. 직접 이런 말을 하려니까 오글거린다.

 

한다솜 | 23세 mosadnah.tumblr.com 스무 살이 되어 교복을 벗을 때, 그는 친구들과 전부 벗고 사진을 찍었다. 누드는 대부분 그즈음 찍어둔 것이다. 최근에는 사진이 숫자같다. 다른 사진가보다 나은지 모자른지 비교하는 기준. “슬럼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괜찮아요. 전 느리지만 정직하고 진득하니까요.”

가장 찍고 싶은 건? 누군가의 아버지. 섹시한 모습은?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 섹시한 몸의 부위는? 남자의 손가락, 면도하지 않은 인중과 턱. 모델을 섭외할 때 하는 말은? 내가 찍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찍은 사진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말을 건다. 방에선 뭐가 보이나? 옆집 건물 벽. 모든 걸 가리고 있다. 카메라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백만원까지 써봤는데 지금은 1백만원 내외. 내 사진엔 값비싼 카메라의 성능이 필요 없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은? ‘Raw and Rare’. 요즘은 디지털 사진이 가공되지 않은 것 같다.

    에디터
    정우성, 손기은, 정우영, 유지성, 양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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