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돌아오라 물리아로

2015.04.13장우철

아름다운 저 바다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발리 최고의 시설 ‘물리아 발리’에서 보낸 사흘.

더 카페 리조트 투숙객의 기본적인 식사를 해결하는 인터내셔널 뷔페다. 사시미부터 육개장까지, 톰양쿵부터 초콜릿 퐁듀까지. 아예 나폴레옹의 말이 떠오른다. 더 카페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솔 레일 해변에 위치한 지중해풍 아시안 레스토랑으로 이탤리언, 프렌치, 그리고 동남아시아 콘셉트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일요일에만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뷔페는 물리아 발리에 머무는 동안 꼭 일요일을 포함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될 만큼 완벽한 순간을 약속한다.

에도긴 데판야키, 로바다야키, 스시는 물론 가이세키 코스 요리까지 즐길 수 있는 일식 레스토랑이다. 와규와 관자를 구워 먹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러운데, 시그니처 메뉴인 데판야키 아이스크림까지, 아예 사람의 혀와 마음마저 녹일 작정인 듯하다.

테이블 8 광동 및 쓰찬식 프리미엄 중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다. 비단에 수를 놓듯이 화려하지만, 적재적소의 단정한 선들이 착 가라앉은 고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딤섬 코스가 매우 훌륭한데, 이거다 싶은 딤섬이 있으면 추가로 제공한다. 

스카이 바 수영장과 해변을 바라보는 2층에서 라운지 음악과 더불어 칵테일을 마시기 좋은 곳이다. 해질무렵이 특히 좋은 건, 사방팔방 펼쳐진 둥그런 하늘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타파스 요리도 준비되어 있다. 모든 칵테일이 다 기대 이상이다. 

ZJ’s 바 & 라운지 밤이 기울면 인공호수를 배경으로 쿵쿵쿵 지축을 울리는 비트가 시작된다. 누사두아 지역의 유일한 클럽으로 주말엔 손님들로 왁자지껄 북적인다. 한바탕 클러빙을 즐긴 후 호숫가 소파에 눕는 일은 여기서만 가능한 쾌락이다. 어느새 별이 보일 것이다.

01 물리아 리조트 로비 02 더 물리아 '바론 스위트' 

01 해변에서의 모닝 요가 02 개인 풀이 딸린 물리아 빌라 03 물리아 스파 트리트먼트 룸 

 

귓속까지 흠뻑 달라붙는 공기, 물과 풀이 섞인 야릇한 냄새, 멀고 가까운 새소리, 이국의 언어와 미소…. 발리에 왔다. 그중에서도 여기는 최고라는 수식을 스스로 경신한 물리아 발리. 영어로 된 정식 명칭은 The Mulia, Mulia Resort & Villas – Nusa Dua, Bali. 별은 여섯 개. 총면적 9만 평. 테라스로 나가면 금세 ‘위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디귿자 형태로 놓인 리조트 객실 건물, 크고 작은 수영장과 정원이 만들어낸 파랑과 초록, 그리고 검은 사원이 보였다. 부러 새로 지은 게 아니라 원래 거기에 있었던 사원을 보존한 것이라고 했다.

끌리듯이 그리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여행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한 것. 눈을 씻고, 마음을 헹군다. 그리고 여지없는 사실. 발리는 여름이었다. 일행과 함께 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 물리아 발리에는 세 가지 숙박시설이 함께 있는데, 오직 스위트로만 구성된 호텔 ‘더 물리아’, 526개의 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춘 ‘물리아 리조트’, 그리고 전용 풀이 있는 단독 빌라 형태의 ‘물리아 빌라’가 그것이다. 세 곳은 각각 독립적인 공간(전용 출입구도 따로 있다)이지만, 여러 부대시설이 있는 물리아 리조트가 거실 같은 기능을 한다. 물론 그 사이엔 귀여운 버기가 수시로 오간다. 처음으로는 오직 스위트만 있는 호텔인 더 물리아를 둘러봤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코앞의 바다를 정면으로 향하는 전망에서 온다. 자쿠지가 설치된 널찍한 테라스는 그 여유로운 풍경의 명백한 증거. 투숙객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버틀러 서비스’ 또한 이곳의 품격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길고 넓은 수영장 에서는 거의 독립적이라 할 만큼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곳에선 ‘럭셔리’ 같은 말 자체가 거추장스럽다. 한없이 권태에 가까운 여유, 모든 근육과 신경을 느슨하게 풀 준비만 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스르르 공간이 알아서 제공한다.

귀여운 버기를 타고 물리아 빌라로 향했다. 각 채마다 대문과 마당과 풀장이 있는, 숫제 집이(었으면 좋겠)구나 느끼게 되는 곳. 대문으로 들어서자 말쑥하게 깎은 잔디 위로 꽃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지 5분도 안 되었을 신선함이 절로 미소를 만들었다. 풀장은 고요했다. 수면은 미동도 없었다. 손을 넣어 조그맣게 물결을 만들었다. 푸른색 타일들이 일렁이면서 기이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실내는 거의 완벽하리만치 개인적인 공간을 표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크지 않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아무리 달콤한 두 사람이라 해도, 서로를 ‘찾아야’ 하는 지경이라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 사랑스런 공간을 여유롭게 확장시키는 건, 넓이가 아니라 높이였다. 발리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도입한 사각뿔 형태의 천장은 누워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완전한 쾌락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온다면 어느 곳에 묵으시겠어요?” 일행들과 서로 그런 질문을 나누는 게 자연스러웠다. 의견은 충분히 미뤄지는 쪽으로 모였다. “누구와 오느냐에 따라.” 나는 빌라에 누워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 뿔처럼 높은 천장, 그것으로 충분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니. 그 순간 풀장을 헤엄치는 소리가 들린다면 과연 누구라야 할까? 잠시 뒤로 처져서는 마당에 떨어진 꽃을 주웠다. 이곳에 다시 오게 될까? 그런 생각. 오후엔 스파에 갔다. 빌라보다 세 배는 더 높은 천장에서 세월아 네월아 나무로 된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물리아 스파에는 발리식, 아시아식, 서양식 등의 다양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20개의 트리트먼트 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스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강조되는 시설이었다. 아이스룸과 핀란드식 사우나와 이모셔널 스팀 룸을 번갈아 오가며 즐기는 ‘웰니스’라는 프로그램은 생각만으로도 풍요로운 시간을 약속하고 있었으니, 즐기기도 전부터 평화로운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물리아 스파는 다른 물리아의 모든 공간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개인적인’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었다. 

마사지를 받고, ‘웰니스’를 즐기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담당 마사지사와 웰니스 안내인 단 두 사람뿐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샤샤샥’ 흘러가는 걸까? ‘웰니스’는 가히 즐거운 프로그램이었다. 아예 노는 기분으로 온온냉, 냉온냉, 냉온온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쾌락이라니. 스파를 마치고 리조트까지 잠시 걸었다. 혼곤한 기쁨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졸음이 쏟아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졸리면 자면 되는, 여기는 낙원인데. . 동틀 무렵, 해변을 면한 잔디밭에 요가 매트를 깔았다. 원하는 투숙객이라면 누구든 이 낭만적인 요가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아주 쉬운 동작으로 시작해, 끙끙 웃음이 새는 동작까지, 한 시간쯤 땀을 빼면 가벼운 해풍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하루가 길겠군. 사실 물리아 발리에 머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혹시 이런 순간을 위해 사는 걸까?’ 걱정을 내려놓고 여유로 들어가는 것, 겨울을 비우고 여름으로 다이빙하는 것. 모든 걸 잊는 것 혹은 모든 걸 더욱 생생히 기억하는 것. 물리아 발리가 제공하는 휴식은 그저 해변에서 시간을 탕진하는 식이 아니었다.

아침 요가처럼, 거기엔 원하면 닿을 수 있는 온갖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약, 테니스, 스노클링, 사이클링 등 뭔가를 신청하는 순간 생글생글 웃는 담당자가 나타나는 식이다. 무엇보다 물리아 발리에는 각 섹션마다 아주 유능한 한국인 매니저가 상주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들의 따뜻한 얼굴과 모국어를 대할 때면, 부모님끼리 오셔도 아무런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구나 한국 음식까지 야무지게 잘 나오니. 밤에는 별을 봤다. 별은 하늘을 올려다보기 전부터 이미 눈썹을 간지럽히며 쏟아지고 있었다. 밤하늘은 쳐다볼수록 점점 환해졌다. 그건 시각적 정보가 아니라 몸의 기운이었다. 영하의 온도가 뭐였지? 살을 에는 바람이 뭐였지? 한파주의보는? 서울로 돌아왔다. 며칠 후, 이보나 매니저가 사진을 보냈다. “지금 막 찍은 뜨끈뜨끈한 노을입니다.” 어쩐지 낯설었다. 그토록 만끽하듯이 누렸던 풍경이었는데…. 발리에 다시 가게 될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다시 발리에 간다면 분명 물리아 발리에 머물 것이다. 어쩐지 ‘돌아온’ 느낌이 들 것도 같다.

    에디터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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