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기다리며

피크닉의 왕자, 바게트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정말 맛있는 바게트를 파는 빵집도 함께.

01 프릳츠커피 바게트, 3천5백원. ‘오븐과 주전자’의 허민수 셰프가 만든다. 02 오월의 종 크랜베리 바게트, 3천원. 바게트는 생전 안 먹는 남자들의 입맛도 사로잡는 맛. 03 기욤 바게트 트라디시옹, 3천1백원. 기본 중의 기본. 0418 봉교 꿀 바게트와 짭짤이 바게트, 모두 2천6백원. 슬쩍 스며든 꿀과 버터가 퍽퍽한 아침 입맛을 촉촉하게 살린다. 05 브래드랩 랩 바게트, 2천8백원. 보리차를 발효시켜 만든 신제품. 06 콘트란쉐리에 바게트 오 세레알 커리, 4천5백원. 카레 향이 은근하다. 07 쿄베이커리 카망베르 먹물 바게트, 4천3백원. 먹물과 치즈가 바게트를 몰라보게 바꿔놨다. 08 오월의 종 옥수수 바게트, 4천원. 옥수수 가루의 어시스트. 09 라몽떼 바게트, 3천원. 장은철 셰프의 혼신이 녹아든 빵. 1013 몽상클레르 바게트 트레디셔넬과 프티 바게트, 4천8백원, 2천8백원. 도쿄 지유가오카의 빛나는 제과점이 남산 반얀트리 호텔 속으로 들어왔다. 11 브래드05 바게트, 2천원. 누룽지가 스친다. 12 콘트란쉐리에 무화과 트라디시옹, 6천5백원. 보이는 대로 숨김없이 꽉꽉 씹힌다. 14 리치몬드 바게트 오보루, 3천3백원. 가염버터가 짭짤한 맛의 재미를 더한다. 15 아오이토리 파랑새 바게트, 3천2백원. 일본식 바게트가 다양한 곳. 16 토미스 베이커리 치즈 바게트, 3천5백원. 바게트의 참맛. 치즈가 박힌 바게트가 인기다. 17 뺑드빠빠 르방 바게트, 3천5백원. 샌드위치 만들기 좋은 사이즈. 19 리블랑제 바게트, 3천5백원. 씹을수록 더 맛있다. 20 바타르 허니초코칩 바게트, 3천5백원. 생긴 지 아직 1년이 안 된 작은 빵집이지만 흥미로운 바게트가 넘친다.

 

[속 깊은 바게트]

프랑스 빵인 바게트는 빵의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밀가루, 물, 효모, 소금만으로 반죽을 만들어 60~70센티미터 길이로 구운 빵을 두고 (지팡이라는 뜻의) ‘바게트’라고 이름 붙였다. 같은 반죽과 숙성이라도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동일한 반죽 양으로 길이를 20센티미터 더 짧게 만든 것을 바타르, 동일한 길이인데 두께가 더 뚱뚱한 것을 파리지엥이라고 한다. 앞 페이지에 정렬한 바게트라 이름 붙은 빵들이 따지고 보면 모두 바게트는 아닌 셈이다. 빵은 제빵사가 빚어내는 일종의 요리다. 바게트는 아주 간단한 재료로 만드는 빵이지만, 만드는 이에 따라 반죽부터 숙성까지 방법이 천차만별이고, 맛도 확 달라진다. 그러니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빵의 이름을 구별하기보다는, 일단 먹자. 뜯자. 씹어보자. 달걀, 우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바게트의 밋밋한 매력을 곱씹고, 그 속을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식빵처럼 속이 촘촘하고 부드러운 바게트도 있지만, 최근엔 버터를 바르면 구멍 사이로 빠질 정도로 숭숭한 빵들이 세계의 골목을 점령했다. 풍미도 강하고 질감도 쫄깃한 사워 도우(용어사전 참조) 발효 빵이 인기라서 그렇다. 그래서 바게트 한 덩이가 나오기까지 3~5일이 걸릴 때도 있다.

 

[캄파뉴의 웃음]

요즘 캄파뉴는 이렇게 활짝 웃는다. ‘건강빵’, ‘식사빵’의 순풍에 캄파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게트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 빵으로 꼽히는 캄파뉴는 ‘시골빵’이라는 뜻이다. 바게트가 밀가루로 만든 빵이라면 캄파뉴는 통밀과 호밀이 섞인 빵이다. 거친 맛을 그대로 살리기도 하고, 색을 진하게 만들어 시골풍 매력을 더 살리기도 한다. 바게트처럼 길쭉한 것도 있지만, 주로 크고 둥글넓적하게 빚는다. 특히 강호동 얼굴보다 훨씬 큰 ‘미슈’는 미국에선 ‘잇 로프(용어사전 참조)’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 빵집에서 자주 보이는 ‘팽 드 세글’ 역시 캄파뉴인데, 호밀가루를 65퍼센트 이상 사용했을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브루스케타? 크로스티니?]

빵에 두세 가지 재료를 올려 한 입, 혹은 두 입에 먹는 이것. 바게트가 없다면 시작도 못할 요리. 브루스케타라고 부르거나 크로스티니라고도 한다. 브루스케타는 바게트를 구워 그릴 자국을 낸 뒤 재료를 올리고, 크로스티니는 굽지 않고 작은 조각으로 카나페처럼 만든다. 이름이야 어찌됐건, 몇 가지 레시피만 기억해두면 길고 큰 바게트를 하룻밤에 다 먹어 치우는 건 일도 아니다. 

01 마늘, 토마토, 오레가노 마늘과 토마토를 오븐에서 푹 익힌다. 천천히 뭉그러질 때까지 팬에 구워도 된다. 마늘을 짓이겨 빵에 바르고 토마토를 올린다. 02 크림치즈, 래디시, 처빌 구운 바게트 위에 크림치즈를 펴 바른다. 얼굴에 마사지용 오이 붙이듯, 저민 래디시를 가지런히 올린다. 다진 처빌을 높은 곳에서 흩뿌린다. 03 크림치즈, 귤잼 구운 바게트에 크림치즈를 바른다. 귤잼과 크림치즈를 1:1 비율로 섞어서 바르면 더 좋다. 그 위에 귤 껍질이 씹힐 수 있도록 잼을 듬뿍 올린다. 04 사과, 프로슈토, 브리, 메이플 시럽 바게트 위에 프로슈토와 얇게 썬 사과를 입맛대로 올린다. 브리 치즈 덩어리를 올리고 그 위에 메이플 시럽을 살짝 흘린다.

 

[바게트라 부르리]

브루스케타도 귀찮다면, 아예 토핑과 스터핑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바게트를 구입한다. 바게트가 딱딱하고 밋밋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빵집마다 응용 바게트가 한 자리씩 떡 차지하고 있다. 윈도 베이커리가 지금만큼 다양해지기 전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선 바게트 대신 과자처럼 딱딱한 ‘마늘 바게트’를 팔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선택지가 풍성하고 길어진 데다 맛도 훨씬 야무지다.

01 아오이토리 명란 바게트, 2천6백원. 일본인 셰프가 운영하는 빵집. 바게트의 반을 자르고 명란젓을 아낌없이 올렸다. 02 쿄베이커리 명란 바게트, 3천6백원. 명란도 짭짤하지만, 무엇보다 카레 향이 미묘하게 올라온다. 03 빵나무 마롱 바게트, 4천5백원. 달콤한 밤이 바게트 사이사이 대범하게 박혔다. 04 바타르 산딸기 바게트, 3천6백원. 산딸기 크림을 꼼꼼히 발랐다. 빵 껍질부터 속살까지 모조리 녹아내린다. 05 브레드 앤 서플라이 그린 통올리브 바게트, 3천2백원. 올리브가 통째로 들어가 한 입 씹으면 짭짤함이 드문드문 터진다. 06 퍼블리크 토마토 치즈 바게트, 4천2백원. 묘한 외피 속엔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들어가 있다. 씹을수록 매콤함이 코를 통해 올라온다.

 

[용어사전]

로프loaf

빵 한 덩어리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 보통 우리나라에선 ‘식사빵’이라고도 부른다. 바게트, 캄파뉴, 호밀빵을 포함해 덩어리가 크고 담백한 빵 전체를 일컫는다.

 

르방levain

효모. 이스트인 르뷔르Levure 도 ‘효모’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하기 위해 ‘천연 효모’라고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워 도우sour dough 

천연 효모를 배양한 것으로 빵을 부풀릴 때 쓰는 발효종을 일컫는다. 미국에선 르방과 사워 도우를 같은 뜻으로 쓰지만, 유럽에선 자연 발효한 흰 밀빵만 르방 발효빵이라고 할 때도 있다. 

쿠프coupe

바게트 표면의 절개된 부분. 집집마다 쿠프를 달리해 특유의 바게트 모양을 완성한다. 빵이 급격하게 부푸는 것을 막고, 동시에 빵에 적당한 ‘볼륨’을 불어넣는다.

 

[샌드위치도 고기도 씹 어야 제맛]

샌드위치의 속재료는 바게트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바게트의 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바게트에 칼집을 낼 때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경사각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연결 부분을 남겨둔다. 그래야 빵 뚜껑이 날아가지 않고, 내용물이 빵 안에 차곡차곡 자리 잡는다.

01 비어싱켄, 고르곤졸라, 블루베리잼 비어싱켄 햄을 넣고 고르곤졸라 치즈를 취향대로 넣는다. 그 위에 블루베리잼을 올려 먹는다. 향도 강하고 먹고 나면 손도 지저분해지겠지만, 입은 즐겁다. 02 참치와 갖은 채소, 루콜라 캔 참치의 기름을 쫙 빼고 다진 샬롯, 다진 블랙 올리브,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를 넣고 잘 섞는다. 취향에 따라 올리브 오일을 뿌려도 좋다. 빵 사이에 버무린 참치를 넣고 그 위에 루콜라를 듬뿍 올린다. 03 시금치, 베이컨, 발사믹 비네거 샐러드용 시금치, 혹은 베이비 시금치를 원하는 만큼 빵 사이에 끼운다.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워 먹기 좋게 조각 낸 다음 시금치 위에 올리고, 발사믹 비네거를 흩뿌린 뒤 뚜껑을 닫는다. 04 장봉, 그뤼에르, 버터 잎채소를 한 겹 깔고, 장봉 햄을 접어 넣는다. 그뤼에르 치즈도 썰어 넣고, 버터도 치즈만큼 두툼하게 썰어 빵 사이에 끼운다. 햄과 치즈가 고급일수록 맛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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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