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위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길과 길이 아닌 곳의 경계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에는 분명히 도로로 표시돼 있는데 보이는 건 흰색 뿐이었다. 여기는 예측 불허의 땅 아이슬란드. 눈과 얼음으로 덮인 화산과 빙하, 강과 호수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를 타고 종횡으로 누볐다.

배기량 → 2,179cc 변속기 → 9단 자동 구동방식 → 사륜구동 최고출력 → 190마력 최대토크 → 42.8kg.m 0->100km/h → 8.9초

배기량 → 2,179cc

변속기 → 9단 자동

구동방식 → 사륜구동

최고출력 → 190마력

최대토크 → 42.8kg.m

0->100km/h → 8.9초

 

 

 

 

이런 눈보라는 겪은 적이 없었다. 바람이 거의 수평으로 불었다. 랜드로버가 미리 지어놓은 오두막은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허리를 굽히고 가까스로 걸었다. “으아어어” 소리가 저절로 났다. 고개를 들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너무 많은 눈알갱이가 정면으로 몰아쳤다. 숫제 물속에 있는 것 같았다. “웰컴 투 아이슬란드!” 오두막 옆에서 사진을 찍던 랜드로버 스태프가 웃으면서 소리쳤다. 그의 콧수염이 하얗게 얼어 있었다. 오두막에 들어서 제자리에서 몇 번 뛰니 외투에서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김이 낀 안경도 닦았다. 그제야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는 과연 아이슬란드. 화산 지형 위를 빙하가 덮고, 수평으로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들어서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핫초코를 마실 수 있는 나라.

 

약 24시간 전,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 막 내렸을 땐 아무도 이런 날씨를 짐작 못했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온화했다. 서울의 겨울보다 따뜻했다. 미리 챙겨간 패딩이 좀 머쓱할 지경이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는 랜드로버가 마련해놓은 브리핑 룸이 따로 있었다. “자, 여기 모인 분들은 전 세계에서 모든 차를 시승해온 분들이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긴 아이슬란드니까요.” 시승을 책임지는 랜드로버 스태프 알렉스가 말했다. 일단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시속 90킬로미터였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4시간 헤드라이트를 켠 상태로 운전해야 했다. 빨간불에서 우회전을 하면 안 된다. 이 모든 주의사항은 시승을 마칠 때까지 철저히 지켰다. 시속 90킬로미터 이상 낼 겨를이 없었다. 케플라비크, 크발 피요르드, 팅바틀라바튼 같은 낯선 지명을 지나면서 그보다 더 낯설고 환상적인 풍경에 압도되다시피 했다. 우리는 한국 출시를 앞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를 운전하고 있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프리랜더의 후속 모델이다. 디스커버리 4보다 작은 크기, 조금은 곡선을 강조한 것 같은 디자인에선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떠올릴 수도 있다.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를 험로 주파성으로 구분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둘 다, 다른 모든 브랜드의 사륜구동 SUV를 상회하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럴 만한 지형과 상황이 없어서 아쉬울 수는 있어도 이들이 네 바 퀴로 못 지나갈 조건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레인지로버는 우아한 품격을 기본으로 도시를 아우르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쪽이다. 그렇다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유전자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스커버리 4의 직선을 살짝 다듬어 부드럽게 만들고,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세련된 성격을 섞었다. 실내는 여지없이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랜드로버의 인테리어는 선이 굵다. 담백하고 직관적이다. 그러면서 섬세하고 효율적이기도 하다. 기어는 봉이 아니라 동그란 셔틀이고,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부분도 세 개의 동그라미다.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연 쉽고 예민하다. 디스커버리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나긋해졌 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공간 안에서 아쉬움을 논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상당한 식견과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감성적인 차원에서 이렇게까지 고유한 방식으로 마음을 풍족하게 만드는 인테리어는 흔치 않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을 녹여내는 일? 이런 의문문은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다. “그건 랜드로버라서 가능한 일이에요.”

 

사실 이 차의 성격과 디자인, 인테리어는 좀 느긋하게 논해도 좋다. 여기는 아이슬란드니까. 첫날, 해는 오후 3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후 4시의 노을을 보면서 41번 도로를 타고 달렸다. 편평하지 않은 평원, 화산지형이라 나무가 없는 구릉지대, 지열 발전소로부터 도심으로 이어진 파이프 라인을 따라서. 해가 완전히 떨어진 이후에는 기온도 슬슬 내려가기 시작했다. 송풍구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텅 비어서 그저 선인 것 같았던 구릉 꼭대기부터 흰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파이프 라인을 따라 점점 더 내륙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블루 마운틴 스키 리조 트를 지나 네이스야베트리어Naysyavetlir 지열 발전소까지 이어진 길이었다. 거의 북극에 가까운 곳, 지열 발전소가 있는 곳은 북위 64도 6분 30.3초였다. 스키 리조트를 지날 즈음의 길은 빙산을 파서 만든 것 같았다. 길 좌우로 쌓인 눈 의 높이가 2층집 정도 됐다. 앞뒤로 한 대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한적해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다. 안과 밖은 또 다른 세계였다.

 

선을 아주 섬세한 수준으로 다듬었을 뿐인데 프리랜더에 비해 무척 세련된 얼굴이 됐다. 4미터 60센티미터에 달하는 차체를 시각적으로 단단하게 엮는다. 레인지로버와 랜드로버 사이에도 매우 새로운 균형이 생겼다. 

선을 아주 섬세한 수준으로 다듬었을 뿐인데 프리랜더에 비해 무척 세련된 얼굴이 됐다. 4미터 60센티미터에 달하는 차체를 시각적으로 단단하게 엮는다. 레인지로버와 랜드로버 사이에도 매우 새로운 균형이 생겼다.

 

 

 

 

ACROSS THE RIVER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깊이 60센티미터의 수심을 주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진룸은 물론 실내도 완벽하게 방수 처리됐다. 보시다시피, 바닥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끄러운 자갈이 깔려 있는 아이슬란드의 강도 아무렇지 않게 건넜다. 

ACROSS THE RIVER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깊이 60센티미터의 수심을 주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진룸은 물론 실내도 완벽하게 방수 처리됐다. 보시다시피, 바닥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끄러운 자갈이 깔려 있는 아이슬란드의 강도 아무렇지 않게 건넜다.

 

 

 

 

단순하고 조직적인 구성, 살이 닿을 때마다 상쾌한 가죽이 디스커버리 스포트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오프로드와 온로드, 험로와 도시를 더 넓은 품으로 포괄한다는 뜻이다. 공간의 확장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단순하고 조직적인 구성, 살이 닿을 때마다 상쾌한 가죽이 디스커버리 스포트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오프로드와 온로드, 험로와 도시를 더 넓은 품으로 포괄한다는 뜻이다. 공간의 확장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냉기는 혹독하다기보단 은근한 쪽이었다. 막상 내렸을 땐 춥지 않았는데 약 10초가 지나자 표피부터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보다 먼저 아이슬란드의 내륙을 느낀 건 그때 신고 있었던 부츠였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달렸던 땅은 그냥 두꺼운 얼음이었다. 강원도 어디처럼 도로 위를 덮고 있는 얼음이 아니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짜 얼음 덩어리 위였다. 그 위에서 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불안, 초조, 놀라움도 없었다. 라디오에선 어떤 재즈 가수가 부른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그 순수한 얼음길 위에서 부츠는 어떤 접지력도 확보하지 못했다. 얼음 위에 모래라도 좀 뿌려져 있거나 자갈이라도 있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눈이라도 쌓여 있었다면. 하지만 몇 발자국 걷기도 어려웠다. “우와, 여기 완전 얼, 아이쿠!” 말 한마디가 끝나기 전에 미끄러지길 여러 번 했다. 다시 디스커버리 스포트 안으로 들어온 건 거의 대피하듯, 안전을 향한 본능이었다.

 

이런 얼음 위에서도 무감각할 정도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건 랜드로버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spons 의 덕이 컸다. 아스팔트, 자갈, 진흙과 얼음을 막론하고 디스커버리 스포트가 가는 모든 길의 조건을 자동으로 파악해 최상의 구동력을 확보하는 시스템이다. 걷기도 힘든 얼음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가파른 내리막이 등장한다면? 그럴 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랜드로버 스태프가 랜턴을 들고 웃으면서 창문을 두드렸다. “여기까 지 오느라 고생했어! 이 앞은 가파른 내리막이 있으니까 저기 저 버튼을 한번 눌러봐. 그게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Hill Decent Control)야. 오케이?” 그러고 나면, 내리막에서도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최상의 접지력을 실시간으로 확보한다. ‘드드득, 드득’ 소리가 나는 건 각각 의 네 바퀴를 바쁘게 조율하는 랜드로버 기술력의 증거. 아니면 타이어가 얼음 위를 느긋하게 지날 때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인지도 몰랐다. 산악지대가 끝나고 도로가 나왔을 때 마음은 좀 편안해졌을까? 아니, 단 한순간도 조바심 을 낸 적이 없었다. 첫날은 북위 64도 7분 1.6초 에 있는 호텔 이온ION에 묵었다.

 

이튿날 아침은 일치감치 길을 나섰다. 아침 식사와 브리핑을 마치니 오전 9시였다. 그런데 밖은 새벽 2시처럼 어두웠다. 가로등이 없는 곳은 그냥 검정색이었다. 아이슬란드의 해는 오전 11시 즈음 뜨기 시작했고 오후 3시를 지나면서 떨어졌다. 4시 즈음에는 노을이 졌다.

 

해가 뜰 즈음, 우리는 온통 푸르스름한 흰 색밖에 안 보이는 땅 위를 달리고 있었다. 저 멀 리 구릉, 더 멀리 산, 더 더 멀리 있는 하늘 혹은 여백. 눈보라가 수평으로 치고 있었다. 앞에 누가 있는지는 빨간색 리어램프 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떤 지형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흰색과 푸르스름한 냉기의 농도뿐이었다. 차마 내릴 엄두도 안 나는 얼음과 눈의 나라.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윈터펠 Winterfell’의 장벽 밖이 바로 여기였다. 영원히 죽지 않는 자와 야인들이 유랑하는 살벌한 지형. 하지만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너무나 압도 적인 흰색, 그뿐이었다. 가슴이 탁 트이다 못해 뭔가 차올라서 일렁이는 것 같았다. 디스커버리 스포트의 실내는 내내 온화하고 고요했다. 이런 길을 이런 기분으로 횡단할 수 있다니.

 

랜드로버가 지어놓은 오두막 안에서 우린 몸이 다 녹을 것 같은 핫초코를 마셨다. 다시 아스팔트 도로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1시 즈음. 해가 중천에 있었다. 눈이 사라진 곳에는 거친 잔디밭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위, 햇빛이 있는 곳에 몸과 목이 두껍고 털이 많은 아이슬란드 말이 조각상처럼 한 방향으로 서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해안도로는 아이슬 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향하고 있었다. 고래를 보는 장소로 유명해서 웨일 피요로드Whale Fjords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왼쪽은 절벽이 얼어 있었다. 오른쪽은 검푸른 색깔 바다였다.

 

우리는 2일 동안 20시간 이상을 달렸다. 얼음과 자갈 위를, 비탈과 내리막을, 거칠게 흐르던 강을 건너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온화하고 나긋한 감성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만의 매혹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을 주파하는 과정에는 고급한 여유가 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가 다른 모든 사륜구동 UV와 구분되는, 오로지 혼자서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적인 도로에서도 더 날쌔게 움직일 수 있다. 가파른 코너에서는 안쪽 바퀴에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잡아 코너를 더 날렵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을 TVB, 토크 벡 터링 브레이크라고 한다. 시속 50킬로미터 이하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는데 운전자가 브레 이크를 밟지 않으면 알아서 멈춘다. 시속 80킬로미터 이하에서는 충돌의 강도를 현저히 줄여 준다. 여기에 보행자의 안전까지 챙기고 나섰다. 시속 24~48킬로미터 사이에서 범퍼 부분에 보 행자와의 충돌이 감지되면 앞유리와 범퍼 사이의 에어백이 60밀리초 안에 터진다. 보행자의 2차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에는 2,179cc 디젤 엔진을 쓰는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2.2 SD4 HSE를 출시할 예정이다.

 

몇 날 며칠을 달려도 좋을 것 같았다. 길과 길이 아닌 곳을 가릴 필요도 없고 어디서나 이렇게까지 온화하며 역동적으로 달릴 수 있다면. 마침내 레이캬비크에 들어섰을 때, 도시의 매끈한 아스팔트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디스커버리 스포트는 태생부터 자연에 속해 있는 것 같았다.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어디서나 경계 없이 달리려고.

 

DRIVING ICELAND 다채롭고 압도적인 풍경 속에서, 아이슬란드의 변화무쌍한 지형을 하루 종일 주파했다. 밤처럼 보이지만 오전 10시 즈음이고 하늘이 불타는 것처럼 보이는 노을은 오후 4시경의 풍경이다.

DRIVING ICELAND 

다채롭고 압도적인 풍경 속에서, 아이슬란드의 변화무쌍한 지형을 하루 종일 주파했다. 밤처럼 보이지만 오전 10시 즈음이고 하늘이 불타는 것처럼 보이는 노을은 오후 4시경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