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모터쇼를 달군 자동차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동차 잔치가 열렸다.오로지 주관으로만 10대를 추렸다.

01 혼다 HR-V 

혼다가 HR-V를 부활시켰다. 무려 10년 만이다. 소형 SUV의 인기에 뒤늦게나마 편승하기 위해서다. 1세대 HR-V는 1999년 데뷔했다. 그때부터 공간은 널찍했고 시야는 높았다. 북미형은 지난해 뉴욕 모터쇼에서, 제네바에선 유럽형이 베일을 벗었다. 신형은 웬만한 쿠페 못지않게 매끈하고 늘씬하다. 유럽형의 엔진은 모두 직렬 4기통이다. 디젤은 1.6리터 120마력, 가솔린은 1.5리터 130마력이다. 변속기는 6단 수동이 기본. 가솔린 엔진엔 무단변속기CVT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긴급자동제동, 교통신호인식, 전방추돌경고 등의 최신 안전기술을 몽땅 챙겼다.

 

 

 

02 폭스바겐 파사트 올트랙 

파사트 올트랙Alltrack은 유럽형이다. 북미형과 외모부터 딴판이다. 이번 모델이 8세대째다. 외모는 파사트 바리안트를 쏙 빼닮았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폭스바겐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을 달고 최저지상고를 높여 험로 주파성을 높인 크로스오버다. SUV의 색채를 가미한 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짐 공간을 외면한다면 일반적인 세단의 역할로도 쓸 수 있다. 엔진은 가솔린 두 가지와 디젤 세 가지. 굴림 방식은 사륜구동이 기본이다. 운전 모드엔 일반 파사트와 달리 오프로드 모드도 더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 올트랙을 ‘할 수 있다(Can do)’란 표현으로 정의했다.

 

 

 

03 메르세데스-벤츠 G 500 4×4 

위장막을 뒤집어쓰고 다니며 호기심을 모았던 차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 500 4×4다. 기존 G바겐의 험로 주파성을 극단적으로 키운 콘셉트카다. 이 차를 설명한 모든 수치는 황당 그 자체다. 구동축과 바퀴 사이에 기어를 넣어 일반 G바겐보다 차체를 45센티미터나 더 띄웠다. 1미터 깊이의 물길도 거침없이 헤친다. 차체 높이는 2.25미터나 된다. 너비도 G바겐보다 30센티미터 더 넓다. 차선을 꽉 채우는 덩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엔진은 500 붙는 나머지 벤츠와 같은 V8 4.0리터 가솔린 트윈터보다. 외모는 하드코어지만 실내는 여느 G바겐처럼 고급스럽다. 유쾌한 역설이다.

 

 

 

04 포르쉐 카이맨 GT4 

포르쉐가 금기를 깼다. 카이맨엔 결코 911 엔진을 얹지 않겠다던 스스로의 다짐 말이다. 911은 엔진을 꽁무니에 얹는다. 반면 카이맨은 좌석과 뒷바퀴 사이에 얹는다. 그래서 밸런스가 좋다. 한때 포르쉐는 연구소에서 911 터보 엔진을 카이맨에 얹은 적이 있다. 포르쉐는 경악했다. 911보다 월등히 좋은 운동성능을 뽐냈기 때문이다. 이제 봉인이 풀렸다.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돈 벌 궁리하라는 폭스바겐 그룹의 엄명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덕분에 우린 이렇게 흥미진진한 차를 만나게 됐다. 카이맨 GT4는 911 카레라의 수평대향 6기통 3.8리터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385마력이다. 차마 터보는 올리지 못했다. 변속기도 수동 6단만 얹었다. 911의 수요를 갉아먹지 못하게 쳐놓은 최후의 저지선인 듯싶다.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 4.4초, 최고속도 시속 295킬로미터로 911과 우열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몸놀림이 예술일 테니까.

 

 

 

05 기아 스포츠스페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기아 디자인센터에서 11번째로 개발한 콘셉트카다. K5 후속의 예고편으로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기존 K5엔 없는 왜건이다. 외모는 기존 K5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었지만 창의적으로 진화시켰다. 보닛의 좌우를 끝까지 늘려 헤드램프를 품은 그릴이 좋은 예다. 뒷모습은 다소 아쉽다. 알파로메오를 너무 닮아서다. 하지만 비율은 어떤 알파로메오보다 낫다. 엔진은 1.7리터 디젤 터보다. 여기에 소형 전기 모터와 48볼트 배터리를 짝지었다. 기아는 ‘T-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였다. 수석 디자이너 그레고리 기욤은 “우리는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그랜드 투어링 차량을 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의도는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

 

 

 

06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50-4 슈퍼벨로체 

성능을 높이되 무게는 줄인 궁극의 람보르기니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적극 활용해 무게를 50킬로그램이나 덜었다. 외모도 공격적이다. 뒤 범퍼엔 큼직한 디퓨저를 달아 고속에서 차체를 끌어당길 공기의 소용돌이를 사정없이 찢는다. 그 결과 공기의 흐름으로 차체를 꾹 누르는 다운포스가 180퍼센트나 더 늘었다. V12 6.5리터 엔진은 750마력을 낸다. 아벤타도르보다 50마력 더 높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2.8초 만에 가속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50킬로미터. 아벤타도르보다 0.1초 빠르다. 고작 그 정도 차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성능의 차에선 피 말리는 노력의 결과다.

 

 

 

07 벤틀리 EXP 10 스피드 6 콘셉트

벤틀리가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EXP 10 스피드 6. 2인승 정통 스포츠카의 미래를 영국식으로 해석한 모델이다. 1930년대 르망24 레이스를 재패했던 벤틀리 스피드 6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물론 일부 요소를 빼면 당시의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EXP 10 스피드 6은 지난 2012년 12월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디렉터가 벤틀리의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부임한 이후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이상엽 디렉터는 “1920년대 벤틀리 초기 모델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차들의 디자인적인 장점을 연구해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완벽한 비율,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면의 조화, 기능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디테일 등 구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통해 한눈에 벤틀리임을 알 수 있으면서도 누가 봐도 한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순수한 스포츠카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손에서 태어날 미래의 벤틀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08 애스턴마틴 벌칸 

벌칸은 고속 기관포란 뜻. 이 차는 트랙 전용 스포츠카다. 24대만 만드는 한정판이다. 각각의 벌칸은 오너의 주문을 충실히 반영해 맞춤 제작하고 나아가 애스턴 마틴은 벌칸만의 오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가령 오너의 실력에 따라 다양한 운전 기술을 가르쳐준다. 엔진은 V12 7.0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최고출력이 800마력 이상이다. 미끈하면서도 흉흉한 외모는 애스턴마틴 디자인팀의 수장 마렉 라이히만이 빚어냈다. 애스턴마틴 고유의 DNA를 유지하되 기존 틀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인피니티 출신의 CEO 앤디 팔머는 “벌써 고객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09 메르세데스 S 600 풀만 마이바흐 

풀만은 열차 객실 개조 업체였던 미국의 풀만 팰리스 카 컴퍼니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1965년부터 S-클래스를 리무진으로 개조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로 풀만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S 600 풀만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보다 1미터 이상 늘어난 리무진이다. 차체 길이는 6.5미터로 중형 버스와 맞먹는다. 정원은 6명이다. 2~3열 좌석은 4명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 형태다. 맨 앞좌석과 2~3열 사이엔 유리 격벽으로 막아 밀폐시켰다. 이 격벽은 스위치만 누르면 투명과 불투명을 오간다. VIP가 앉을 3열 좌석의 등받이는 19~43.5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10 아우디 뉴 R8 

아우디 R8이 2세대 신형으로 거듭났다. V8 엔진을 없애 이제 540마력의 R8 V10과 610마력 내는 R8 V10 플러스 두 모델로 재편했다. 외모는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되 한층 날카롭고 정교하게 다듬었다. 성능은 반론의 여지없는 슈퍼카다. R8 V10 플러스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3.2초 만에 마친다. 최고속도는 시속 330킬로미터로 벤틀리나 람보르기니 부럽지 않다. 2세대 R8을 밑바탕 삼은 형제자매도 함께 데뷔했다. R8 e-트론이 대표적이다. 100퍼센트 전기차지만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3.9초로 휘발유 태우는 R8과 별 차이가 없다. 나아가 새로운 배터리 셀을 적용해 한 번 충전으로 45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 기존 R8 e-트론의 두 배다. 이래서 차든 가전이든 최신 제품을 사야 한다. 레이스를 위한 R8 LMS도 동시에 데뷔했다. 내년부터 적용될 GT3 규정에 맞춰 단장했다. 대대적으로 성능을 키웠지만 여전히 절반의 부품을 일반 R8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