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널 포켓속에

2015.04.27오충환

이중섭, 로지에,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방법.

 

진정한 예술은 마음에 새로운 자리를 만든다. 단락의 틈은 곧 생경한 생각으로 채워지고 모세혈관처럼 살을 타고 들어 결국 삶을 흔들어 깨우곤 한다. 그래서 미술관 계단에서 텍스트, 시궁창에서 걷어 올린 비아냥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남을 따라서 당연한 듯 끄덕이는 대신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이들이 있다. 자니코는 ‘일상에서 소비하는 예술품’을 주제로 실로 다채로운 작가의 작품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티셔츠, 모자, 다이어리, 에코 백처럼 몸에 닿는 물건들. 우선 휴대전화 케이스부터.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을 휴대전화 케이스에 프린트했는데, 시신경을 자극하던 우주의 질서가 손끝으로 전해지듯 새롭다. 단순히 한두 명의 작품을 이용한 작업이라면 갤러리 일 층을 뒤적이면 그뿐이다. 하지만 이번 자니코의 협업은 한국의 대가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 미술을 잇고 있는 로지에, 지구적인 펑정지에, 친숙한 요시토모 나라, 이수동, 성태진, 이현진처럼 초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모조리 모았다. 아름다움이 파도처럼 몰아친다. 누군가 해야 했지만 멈칫했던 일을 경쾌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이번 협업은 음악처럼 미술작품의 이미지 저작권을 활용한 상품이라서 더욱 반갑다. 미술작가도 저작권이라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니, 이 수입은 결국 작품 활동의 강철 같은 기반이 될 것이다. 휴대전화 케이스로 친애하는 작가를 후원할 수 있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진짜 뿌듯한 일이다.

 

www.zaniko.com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정우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