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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폴로의 도시

2015.05.19GQ

모든 자동차는 자기 언어를 갖는다. 폭스바겐 신형 폴로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봤더니, 서울의 계절이 그토록 산뜻해졌다.

아침에 길을 나섰더니 어제 그 자리에 폭스바겐 폴로가 가만히 서 있었다. 당연한 얘기, 하지만 때로는 뿌듯하고 기특하기까지 한 풍경. 어제는 흰색 폴로를 타고 온 서울을 종횡으로 누볐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라갈 때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고, 다시 한남대교를 건널 때 빗발은 좀 약해져 있었다. 라디오를 켜놓고, 타이어를 타고 운전석으로 넘어오는 기분 좋은 진동을 느꼈다. 폴로를 운전하면 할수록 잊게 되는 건 이 차의 장르와 크기다. 물론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으니까. 왼쪽을 보면 조수석에, 생각보다 조금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누군가의 어깨와 볼…. 하지만 여전히 풍만한 공간감, 그럴 때 차분해지는 마음. 

폴로는 폭스바겐이 만드는 콤팩트 해치백이다. 지금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폭스바겐이자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 골프보다 조금 작은, 폭스바겐의 엔트리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형 폴로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딱딱한 단어만 늘어놓으면 안 된다. 집 앞에 폴로를 세워놓고 엔진을 껐을 때가 새벽 몇 시쯤이었지? 폴로는 그때부터 이미 이튿날 아침을 기대하게 만드는 차이기도 했다. 둘이서 빈틈없이 꽉 찬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같은 심정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면 과연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믿음 때문에. 

이번 폴로는 5세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이 한층 당당해졌다. 그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속을 주목해야 옳다. 그것만 바뀐 게 아니다. 다양한 옵션이 꽉 차있다. 일단 핸들을 쥐는 순간 아래쪽이 은근하고 예리하게 깎였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완전히 둥근 형식이 아니라 아랫부분이 약간 평평하다. 주로 고성능 모델에 적용하는 D컷 핸들이다. 곡선에서 직선으로 꺾이는 그 부분에 손바닥이 닿을 때, 폴로는 조금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운전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은 핸들 위에 있는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폴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폴로는 이런 식으로 장르의 한계를 성실하게 뛰어넘는다.

R-라인 패키지 폭스바겐 고성능 모델 R-라인을 구성하는 외관 패키지를 기본 적용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광택 검정색이다.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는 더 넓어졌다. 리어 스포일러도 기본, 배기 파이프는 크롬이다.  

R-라인 패키지

폭스바겐 고성능 모델 R-라인을 구성하는 외관 패키지를 기본 적용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광택 검정색이다.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는 더 넓어졌다. 리어 스포일러도 기본, 배기 파이프는 크롬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이번 폴로에 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했다. 속도를 설정해놓으면 두 발을 떼고 유유히 이동할 수 있다. 정체가 시작되거나 정면에서 장애물이 감 지되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운전자가 설정해 놓은 간격을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선 이 기능이 큰 위안이 된다. 여기에 다중충돌 방지 브레이 크 시스템도 기본으로 적용했다. 7세대 골프가 출시됐을 때 경험한 바, 1차 충돌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2차 사고를 거의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에어백 센서가 1차 충돌을 감지하면 차량 의 속도를 시속 10킬로미터까지 알아서 줄인다. 갑작스러운 순간, 당황한 운전자가 차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때 폴로가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와 언덕 밀림 방지 장 치도 기본이다. 피로 경보 장치는 과연 믿을 만 하다. 폴로는 운전자의 운전 패턴을 실시간으 로 분석한다. 그 결과치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피로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경보를 울린다. 약 5 초간, 다시금 주의를 환기할 수 있게 하는 소리 다. 화면에는 ‘주의’ 아이콘을 띄워준다. 그래도 운전자가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15분 후에 경고 를 다시 띄운다. 폴로가 쌓아놓은 운전자의 데 이터를 바탕으로 주행습관에서 벗어나는 신호 를 감지하는 식이다. 실시간 모니터링 결과 별 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않아도 주행 후 약 4시간 이 지나면 휴식을 유도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다.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순간, 그 소리를 들었 다면 무조건 쉬어가는 게 좋다. 안전은 가장 평 화로운 시기에 지켜야 하는 거라고 폴로가 웅변 하는 방식이니까.

엔진 배기량은 이전 폴로보다 적다. 전에는 1.6리터였다. 이번엔 1.4리터다. 하지만 전고는 5 밀리미터 높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 는 14밀리미터 길다. 당당해진 이미지와 더 고 급스러운 승차감이 그저 기분 탓은 아니라는 근거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가 넓어지면 흔히 말하는 ‘승차감’이 편안해진다. 단 1.5센티미터 라 해도 실내에서 느끼는 감각은 아주 다른 차 원일 수 있다. 1.4리터 디젤 직분사 엔진이 내는 최대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이다. 1.6리터 디젤 엔진이 내던 힘과 정확히 같다. 엔 진 사이즈는 줄었지만 힘은 같고, 무게는 거의 25킬로그램 가벼워졌다. 따라서 같은 힘으로 느낄 수 있는 역동성에도 차이가 생겼다. 이번 폴로가 더 날쌔다. 이게 90마력이라고? 한남대 교를 건널 땐 빗방울이 수평으로 앞유리를 때 렸다. 가슴이 시원해졌다.

진짜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균형이다. 헤드램프 끝에서 뻗어나오는 선은 강직하게 리 어램프의 끝에 가서 닿는다. 휠 아치 두 개가 정 직하게 둥글고, 그 사이를 다시 곧은 직선이 잇 는다.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이렇게 담백하고 효 율적이다. 장르와 크기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 런 방식을 폴로에 적용하면 이렇게 당당한 결 과물이 나오는 법이다. 디자인의 통일성이 폴로 에 성격을 부여했고, 그렇게 형성된 성격은 꼼 꼼히 적용된 옵션과 성능에 솔직하게 가서 닿 는다. 가격은 90만원 정도 올랐다. 이전 모델은 2천5백30만원, 신형 폴로는 2천6백20만원이다. 전혀 야속하지 않다. 충분히 설득력 있다.

폭스바겐 폴로는 내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콤팩트 해치백이다. 서두르지 않고 원하는 만 큼의 실력을 알차게 보여줬다. 서울을 가로질렀 던 새벽, 다시 하루를 약속하는 아침에도. 이런 차라면 마냥 친근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믿고 탈 수 있다. 오늘 봤는데 내일 또 그리운 친구, 같이 여행하고 싶은 동료처럼.

THE HISTORY OF POLO 폭스바겐 폴로는 1975년 데뷔했다. 지난 40년 동안 약 1천6백만 대 이상 팔렸다. 충실하게 진화했고, 이번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여러모로 고마운 수준이다.    

THE HISTORY OF POLO

폭스바겐 폴로는 1975년 데뷔했다. 지난 40년 동안 약 1천6백만 대 이상 팔렸다. 충실하게 진화했고, 이번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여러모로 고마운 수준이다.

 

인테리어내관은 아주 고급스러워졌다. 이전 모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꼼꼼하게 메웠다. 6.5인치 멀티컬러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SD카드, CD와 MP3, AUX와 USB, 블루투스까지 지원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열선이 깔려있다.

인테리어

내관은 아주 고급스러워졌다. 이전 모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꼼꼼하게 메웠다. 6.5인치 멀티컬러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SD카드, CD와 MP3, AUX와 USB, 블루투스까지 지원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열선이 깔려있다.

    에디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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