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서울의 기념품 – 2

2015.05.22GQ

도쿄에선 야무진 과자 한 통을 샀고, 방콕에선 화려한 무에타이 쇼츠를 샀다. 베를린에선 작은 서점의 천가방을 갖고 싶었고, 멕시코시티에선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탐냈다. 서울이라면 어땠을까? 만약 우리가 서울을 여행한다면 무엇을 갖고 싶었을까? 이것은 서울에 사는 우리가 직접 고른 서울의 멋진 기념품 50가지다. 까다롭게 고른 최후의 조건은 이랬다. 그런데, 나도 정말 갖고 싶은가?

종로구 ‘생활폐기물용’ 쓰레기봉투 종로구에 사는 에디터는, 이 쓰레기봉투 때문에라도 종로구를 떠날 수 없노라,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만큼 드물게 예쁜 게 사실이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 단정한 선과 표, 그리고 귀여운 미소를 머금은 마스코트. 실제로 가까운 외국인 친구들에게 건네는 기념품으로서 호응도가 가장 높았다.

가격 3백60원(20리터).

가게 종로구 웬만한 슈퍼마켓들.

대안 3천원짜리 이마트 쇼퍼 백. 튼튼 그 자체.

 

산울림 LP 산울림의 음반엔 누구의 음악과도 닮지 않은, 서울내기들의 동시대 정서가 있다. 또한 여행 중 LP를 고르다 보면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지만, 커버만 봐도 산울림의 음반은 꼭 산울림의 음반처럼 생겼다. 어떤 것을 사도 좋다.

 

오설록 일로향 선물 세트 청명(4월 5일) 이후 제주에서 자란 차의 새순을 하나하나 따서 덖은 차다. 그러니까 5월이 되면 일로향 햇차를 맛볼 수 있다. 서울 오설록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15만원. 잎차보다 말차를 좋아한다면 세작 분말도 좋다. 그건 3만원.

 

이순직 펜 LSJ SP14 이순직 작가가 직접 손으로 만드는 붓을 재해석한 볼펜이다. 전부 은으로 만들어 무겁지만 대신 살짝만 눌러도 부드럽게 쓰인다. 90만원.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며 blog.naver.com/lsjcraft에서 다른 디자인도 확인할 수 있다.

 

모나미 플러스펜 3000 1970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역대 대통령이 서류에 서명을 할 때도, 교과서에 필기를 할 때도 쓴다. 단연 국제적인 필기감. 때론 중독적이기까지 하다. 서울을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거의 모든 문방구에서 판다. 3백원.

 

포대기 서울의 엄마들은 아기를 업는다. 단단한 천으로 만든 포대기를 질끈 동여매면 아이도 엄마도 편안하다. 절대 아기를 떨어뜨리는 사고도 없다. 유명 유모차 브랜드의 아기띠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재래시장에서 2만~6만원선.

 

TRVR 남성용 앞치마 TRVR이 직접 왁싱해 만든 방수 천에 소가죽 주머니를 달아 만들었다. 망치나 여타 공구를 고정할 수 있는 튼튼한 패치는 물론, 깊고 큼직한 주머니가 여럿 달려 있어, 꽤 거친 작업을 할 때도 끄떡없다. 8만3천원. trvr.cc

 

장지방 한지 봉투 한지라고 다 같은 한지가 아니다. 장지방에서는 숫제 고마운 마음으로 한지를 고른다. 최근엔 편지지와 봉투를 새로이 선보였다. 치자로 물들인 것, 옻으로 물들인 것, 길다란 것, 뭉툭한 것. 각 3천~4천원, 견지동 81번지, 02-723-0457.

 

쿨토시 한국에서 ‘쿨’은 ‘쿨거래’처럼 비유적으로 쓰이지만 쿨토시는 예외다. 차가운 면 소재를 썼다. 햇볕으로부터 팔을 보호한다. 그런데 좀 세고 위험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용 호랑이, 밀리터리, 심지어 LA 다저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북 소사이어티 5주년 기념 배지 독립 서점 북 소사이어티의 5주년을 맞아 워크스의 디자이너 박지성이 배지를 디자인했다. 예쁘기도 하지만, 북 소사이어티의 가치를 생각하면 자랑스럽게 모자 위에 달 수도 있다. 3종 세트 1만원. thebooksociety.org

 

해병대 커스텀 메이드 가방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군용’ 기념품을 구입하기란 꽤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는지. 흔히 ‘사제’라 불리는 용품 중에는 특히 해병대를 위한 독창적인 것이 많은데, 새빨간 나일론 쇼츠나, 화려하게 수놓인 가방 등은 거의 ‘스타일리시’한 면모까지 갖췄다. 게다가 (이 가방처럼) 원하는 문구를(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 넣는다든지, 빨간 대명찰을 박는다든지, 추가로 마크를 붙인다든지 ‘커스텀 메이드’가 가능하다. 새삼 ‘오버로크’라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격 가방은 1만5천원, 마크와 오버로크는 별도 요금 추가.

가게 오성마크사,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 720-5번지, 031-989-1037

대안 조계사 앞 불교 용품점에서 파는 회색 배낭에 고상한 패치를 다는 건….

 

카카오봄 초콜릿

면세점에서 파는 고무 맛의 기념품 초콜릿을 사느니, 제대로 된 쇼콜라티에가 만든 초콜릿을 산다. 카카오봄에선 전통주 문배술을 넣은 ‘뜨거운 밤’, 현미로 만든 초콜릿 바를 판다. 논산 딸기 트러플은 지금이 제철이다. 4개에 약 1만6천원.

 

구하산방 세필, 서첩, 먹물

인사동 구하산방은 1913년에 창업한 서화 재료 전문점이다. 들어서는 순간 종이와 먹의 그윽한 냄새가 난다. 붓, 먹, 벼루, 먹물에 문진까지 한 상자에 담은 세트도 있다. 세필 8천원, 서첩 1만6천원, 먹물 2천원. 02-732-9895.

 

전민조 사진집 < SEOUL 1969-1990 >

2006년에 나온 사진집이다. 신문사 사진기자였던 전민조 선생의 시각에는 ‘그 시절 흑백사진’ 하면 으레 떠오르는 진부한 이미지를 훌쩍 뛰어넘는 참신함이 있다.

대안 김한용 <광고사진과 소비자의 탄생> 2011, 한미사진미술관.

 

헬리녹스 택티컬 체어

헬리녹스는 DAC의 가볍고 튼튼한 텐트 폴을 이용해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든다. 그중 백패커용 의자는 875그램에 불과한데 145킬로그램까지 끄떡없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택티컬 시리즈가 제일 ‘심플’하다. 11만원.

 

육형제바둑 바둑판과 바둑알

동북아 바둑 강국에서 바둑판 하나를 고른다면 단연 육형제바둑이다. 한편 비자나무로 만든 최고급 바둑판의 위용을 보면 물건 중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대번 떠오른다. 6brothers.com

 

아크비어

지금 서울은 크래프트 맥주 태풍 속에 있다. 소장용으로 챙기기 좋은 아크비어는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에서 만든다. 생강으로 맛을 살린 밀맥주 ‘허그미’를 꼭 챙긴다. 백화점, SSG 푸드 마켓에서 판다. koreacraftbrewery.com

 

우일요 백자 소품

우일요가 성북동 한갓진 골목길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우일요 백자는 묘하게 각진 듯한 선과 면이 참 좋다. 정돈된 사랑방을 보는 것 같달까? 그저 흰색일 뿐인 소품을 대하다 보면 마음까지 헹구는 느낌이 든다. 5만~10만원 정도.

 

블랭코브 PBS 04 헬멧 백

블랭코브는 2012년 이후 매 시즌 겉과 속이 조금씩 달라진 헬멧 백을 출시하고 있다. 이 가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한 소재로 만들었고, ‘바텍 봉재’를 거쳐 놀라울 만큼 튼튼하다. 캔버스 가방만큼 가벼우면서 그렇다. blankof.com

 

홍상수 <극장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DVD

예쁘고 추하고 우악스럽고 연약하고 더럽고 깨끗한 서울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 두 편. <극장전>에는 겨울이, <누구의 딸도 …>엔 봄이 들어있다. 대안은 이만희 감독이 1966년에 만든 영화 <휴일> DVD.

 

스타 폴라리스 족구공

족구는 한국에서 생겨난 유일한 구기종목이다. 삼국시대부터 즐겼다는 설도 있지만, 1966년 공군 조종사들이 규칙을 만들어 시합한 것이 현대 족구의 시작이다. 그러니 종주국인 한국 브랜드가 믿을 만하다. 스타에서 나오는 폴라리스 족구공은 전국족구연합회에서 인증한 공식구이자 시합구다.

가격 최저가 3만원대.

가게 스타스포츠 서울대리점, 02-2265-1388

대안 스타와 같이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낫소에서도 족구공을 만든다. 특히 프리미엄 패트리어트 족구공이 예쁘다.

 

명가스포츠 외야 글러브

우리나라 야구 동호인들은 자신만의 글러브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엔 수제 글러브를 잘 만드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그 수준이 어떤 해외 브랜드만큼 뛰어나다. 명가스포츠에서 2등급 가죽으로 만드는 외야 글러브는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매무새와 착용감이 훌륭하다.

가격 이대형 선수가 직접 주문한 금색 글러브는 42만원. 2등급 외야 글러브는 29만원부터.

가게 명가스포츠

대안 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말. “외야는 명가, 내야는 골드, 미트는 죠이리”.

 

KCDF 갤러리 숍의 품목들

요즘 KCDF 갤러리 숍이 한층 환해졌다. 맵시 좋은 신상품이 많이 추가된 덕이다. 명주를 쫑쫑 누빈 누비지갑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좋아할 선물이고, 각지게 빚어 푸른 줄을 그린 머그는 침묵하듯이 빛난다. 한편 2014 공예 디자인 상품개발사업의 결과물은 보다 확실한 상품성을 무기로 ‘한국적인’ 뭔가를 찾아냈다.

가격 김상민의 컵은 10만원(4개 세트), 정숙희의 누비 지갑은 5만원.

가게 KCDF 갤러리숍, kcdfshop.kr

대안 몇 배의 품과 몇 배의 안목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황학동 서울 풍물시장을 뒤진다.

 

일민미술관 전시 카달로그

일민미술관의 전시엔 언제나 인문학적인 관점이 꼿꼿하다. “지금 왜 xx인가?”라는 부제가 늘 따라다니는 것만 같달까? 도록 디자인도 마찬가지. 서울에서 가장 뾰족하게 앞선 이름이 여태 그걸 만들어왔다. 별, 박우혁, 슬기와 민, 워크룸…. 5월 17일 까지 열리는 전시는 <우주생활>이다.

가격 지난 전시의 경우 무료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다.

가게 일민미술관 내 기둥서점.

대안 영등포구 경인로 커먼센터의 도록들.

 

PRRC 러닝 클럽 2주년 기념 티셔츠 호돌이 에디션

PRRC는 서울에서 가장 열심히 뛰는 러닝 클럽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는 서울의 곳곳을 달린다. 또한 PRRC의 멤버들은 여행을 갈 때마다 다른 도시의 러닝 클럽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도쿄나 상하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반대로, 서울을 찾은 여행자 역시 PRRC와 함께 러닝을 할 수 있다. PRRC의 독창적인 러닝 코스를 달리며 서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면, 미리 prrc1936@gmail.com으로 이메일을 보내두면 된다. PRRC가 2주년을 맞아 만든 호돌이 티셔츠 역시 이메일로 주문할 수 있다. 방배동 rm360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 3만9천원.

가게 서초구 방배3동 985-11번지 1층 rm360, 02-3474-0360, prrc1936.tumblr.com

대안 스트릭틀리 바이닐 로고 비니. 지금 서울에서 가장 돋보이는 ‘로컬 파티’로, 역시 rm360에서 판매한다.

    에디터
    GQ 피처팀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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