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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에라스는 누구인가?

2015.06.03윤웅희

프랑스에서 건너 온 라이프스타일 슈즈 브랜드 리비에라스의 두 디자이너를 만났다.

투르 드 몽드 프랑스.

로드 오로스

술탄 10 아바느

진 블루 진

 

리비에라스의 시작이 궁금하다. 둘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 DAN(이하 D) 우리는 사촌지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사가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해 자주 어울려 놀았다. 리비에라스를 론칭하기 전에는 파리에서 함께 디자인 프로젝트 스튜디오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좀 더 신나는 일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판을 벌였고, 결국 브랜드를 설립했다. 그게 2009년의 일이다.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신발이었나? D 언젠가 아내가 신발을 한 켤레 선물한 적이 있다. 우리 제품보다 발볼이 넓고 굽도 없는, 말하자면 할아버지들이 신을 법한 디자인이었는데 신발 자체는 참 가볍고 편했다. 그 신발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조금 손보고 소재와 색깔로 변화를 주면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리비에라스라는 이름은 어디서 따왔나? FABRIZIO(이하 F) 리비에라(Riviera)에서 따왔다. 리비에라는 좁게는 지중해와 면한 남동 프랑스 지역, 넓게는 스페인 북동부부터 몽펠리에, 니스, 모나코에 이르는 지방을 일컫는다. 요즘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1960년대에는 다들 그렇게 불렀다. 방금 얘기한 신발도 사실 1950년대에 이 지방에서 많이 신었다. D 리비에라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대표적 고급 휴양지였다. 우리는 당시 이 지역이 갖고 있던 감성과 삶의 방식을 브랜드로 구현하고 싶었다.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 해변에 누워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풍요로우면서도 예술적인 분위기. 알랭 들롱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를 거다.

그런데 제작은 스페인에서 한다고? D 맞다. 프랑스에는 더 이상 이런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없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생산을 위한 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 일부 지역에는 아직도 제작 기술과 기계가 남아 있다.

라인이 많던데, 각각의 라인은 어떻게 다른가? F 소재와 패턴 조합에 따라 7개 라인으로 분류하며, 그 안에서 또 10도, 20도, 30도 모델로 나뉜다. 이는 각도가 아니라 온도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여름용 신발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술탄 라인이라도 10도 모델은 통 스웨이드로 제작하고, 30도는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펀칭 디테일을 더한다.

광고 이미지도 상당히 독특하다. 이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F 덴의 아이디어다. 어느 날, 그가 수영장에 누워 찍었다는 자신의 발 사진을 보냈는데, 그런 식으로 광고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첫 캠페인이 되었다. 매번 배경과 주제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기본 틀은 지금까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델은? F 로드. 모든 바지에 두루 어울려 좋아한다. D 한 가지 모델을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바뀌는 편.

댄이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참 멋지다. 페이턴트 레더로 만든 신발도 있나? D 이건 우리의 F/W 모델인데, 정확히 말하면 페이턴트 레더가 아니라 바이닐 소재다. 밑창과 갑피를 모두 검정색으로 처리하고 끝 부분에는 선을 두른, 일종의 턱시도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깔끔하고 근사해 자주 신는다. 한국에는 아마 8월쯤 소개될 거다.

리비에라스의 신발이 다른 슬립온과 차별되는 점은 뭘까? F 우선 가장 큰 차이는 형태가 날렵하고 굽이 있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캐주얼한 슬립온에 굽을 적용한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D 또 한 가지는 소재와 색깔로만 모델을 다양화한다는 점이다. 모든 제품은 기본적으로 형태가 동일하며, 그래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매우 확고하다. 리비에라스 하면 떠올리는 신발의 모습이 명확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브랜드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D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며, 추구하는 감성과 방향성이 뚜렷해야 한다. 요즘은 옷부터 액세서리, 화장품, 리빙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종합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우리는 그렇게까지 욕심을 내고 싶지 않다. 그러면 본래의 감성을 온전히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카테고리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인가? D 가치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지 확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일관된 방향성이다. 이미 우리는 모자를 선보인 바 있고, 앞으로는 캔버스 가방이나 타월 같은 제품도 소개할 계획이다. 바다에 가면 해변에 깔 비치 타월이 필요할 거고, 잡다한 물건을 담을 실용적인 가방도 있어야 할 테니까. 이렇듯 리비에라스가 추구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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