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여잔 다 예뻐 – 김나영

카랑카랑한 목소리. 말할 땐 꼭 눈을 맞추는 버릇. 웃으려면 그냥 팍! 김나영과 마주 앉은 개운한 시간.

검정 레이스 드레스와 귀고리는 모두 돌체 & 가바나, 드레스 안에 입은 브라 톱은 월포드, 브리프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얇은 사각형 링은 베켓, 두꺼운 링은 HR.

이쪽으로 오더니 그녀가 먼저 물었다. “어려운 질문 이런 거 막 하실 거예요?”

글쎄요. 뭐가 어려워요? 흐흐흐, 막 깊이 있는 거 있잖아요. 제가 그런 거 하나도 없어가지고.

무슨 대답이든 김나영의 말이면 되잖아요. 며칠 전 매니저와 통화하자마자 곧장 직접 전화했을 때처럼요. 연예인처럼 굴어서 죄송하다고 했죠. 네, 인터뷰 얘기는 제가 직접 했는데, 스케줄은 매니저 통해 체크하는 게 민망하고 죄송했어요.

그 얘길 듣고 잠깐 생각했어요. 김나영은 이런 사람이구나. 근데 이중삼중 가식일지도! 흐흐흐.

그렇게 웃으니 더 할 말은 없어요. 근데 사람들이 김나영을 왠지 쉽게 보지 않나요? 그거 좋아요. 쉬운 거. 제가 전지현 씨나 이나영 씨가 아니어서 좋아요.

음, 김나영만큼 ‘셀렙’이라는 말에 들어맞는 이도 없을 거예요. 스타, 연예인, 그런 말과는 다르죠. 무엇보다 요즘 말이고요. 맞아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 노력이 분명히 있긴 있었던 것 같지만, 뭔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노력이라면 어떤 노력인가요? 말하자면 “이런 ‘컨셉’이 먹힐 거야” 노린 게 있나요? 맞아요. 그런 거 있지요.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이 사람은 배우도 아니고 뭐 특별한 걸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패션 행사 같은 데 다니는 사람들 있어요. 어,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지, 그런 생각했었어요. 우리나라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봐야지, 그랬죠.

없는 자리라는 말이 재미있네요. 네, 그런데 한참 그렇게 하다가 결혼식을 좀 후다닥 치르긴 했어요. 어느 술자리에서 친구가 “야, 제주도에서 해!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그런 결정에도 ‘셀렙’은 스스로의 생각보다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끼리 얘기했죠.“인생역전이야. 조용히 결혼하면 화제가 될 거야.” 응? 정말 그럴까?

이런, 천진난만 자체군요. 무슨 일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거, 저한테 너무 도움되는 거 같아요.

알고 보면 김나영이 굉장히 똑똑할 거라는 추측은 틀렸나요? 흐흐흐. 아닌 것 같아요. 저 안 똑똑한 것 같아요. 운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보이지 않나? 그런 거 같아요.

무슨 운이 얼마나 좋으면, 똑똑하지도 않은데 똑똑해 보이고, 천진난만하고, 사람들이 막 좋아해주고…. 누가 지켜봐 주나 봐요, 하늘에서.

맙소사. 하늘은 모르지만, 김나영에게 ‘좋아요’를 연발하는 이들은 분명히 있죠. 이 사람들은 누굴까? 혹시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이런 얘기 들은 적 있어요. 경제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유명함은 불편함일 뿐이다. 이 일을 선택했고,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거고, 그러니 즐겁게 생각해야죠. 고맙게 생각하고.

많이 듣던 얘긴데 새삼 간결하네요. 이래서 똑똑해 보이나? 흐흐흐,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왜 아까 저 사람이 같이 사진 찍어달라는데 안 찍어줬어? 넌 지금 한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저도, 맞아, 맞아, 그러죠.

호흡이 척척 맞는군요. 어젯밤엔 어떻게, 재밌게 잤나요? 하하, 어젯밤에요? 푹 잤죠. 쾌면했죠, 쾌면!

신혼에 빠져 있어요? 빠져 있는 건 영어공부예요.

계획이 있어요? 포부가 있지요. 맞아요. 포부가 있어서 하는 거죠. 제가 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어요. “나영씨가 영어를 하면 훨씬 기회가 많을 텐데….” 너무 똑같은 말만 하는 제가 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공부를 해요.

우등생이었나요? 아니었어요.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러진 못할 거다 그랬죠. 서울은 너무 먼 곳, 방송국은 더 먼 얘기.

이제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신기한 점은 김나영은 여전히 신선하다는 건데요. 흐흐흐. 한 번 변했잖아요. 패셔너블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때부터 사람들의 시선도 변한 거 같아요. 다르게 보는 거죠.

그 문제적 지점, 파리 컬렉션에 갔던 모습 봤어요. 뭔가 흉내내거나, 어떤 척을 하거나 거짓말이 없었어요. 말 많은 그 동네를 천진난만 직구로 돌파했죠. 진짜요? 내가 그랬구나.

제가 볼 땐 그랬어요. 밝음, 긍정, 웃음 소리…. 근데 그런 것이 진짜 ‘내 거’라는 생각이 드나요? 와, 되게 깊이 있는 대답을 하고 싶어요. 이게 내 건가? 저는 새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디서 왔고, 이런 거 잘 몰랐어요. 나중에 커서 이모들을 보고서야 알았어요. 이모들이 다 너무 밝은 거예요. 막 웃고, 낮술 먹고, 놀고…. 나한테 원래 있구나. 가라앉은 사람이 돈 벌려고 즐거운 척하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렇구나.

살아갈수록 자신의 많은 부분이 과거나 고향, 유년과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공간에 대한 인지랄지, 안정감이랄지, 버릇이나 말투, 입맛도요. 저는 춘천에서 자란 게 너무 고마운 거 같아요. 소양강에서 한 3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살았어요. 거기 살았던 게, 제게 너무 좋은, 양분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래요? 그런 감성? 그런 걸 만들어준 거 같아요. 가장 기억나는 게, 아침에 학교 가려고 나오면 물안개가 진짜 많이 껴서 앞이 잘 안 보였어요. 막 이렇게 무거운 추위? 그런 거 많이 느꼈어요. 뭔지 모르지만 그런 우주적인 에너지가 저한테 분명히 왔던 거 같아요.

소양강변 안개 소녀는 이제 서울에서, 뉴욕에서, 파리에서 활개를 치죠. 김나영은 김나영을 믿나요? 제가 저를요? 저는 되게 나약해요. 훅 바람 불면 훅 넘어지는 그런 사람인 거 같아요. 그렇지만 실전에 강한 건 있어요. 저는 그걸 믿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꺾이진 않는다. 그런 거 딱! 있어요. 저는 약속이 중요해요.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지금 나는 그걸 한다. 저한텐 정말 중요해요.

책임. 제가 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근데 소속사는 누군가랑 제가 다이렉트로 얘기하는 걸 싫어해요. 제가 그걸 까먹었죠. 그러니까….

모든 책임은 나, 김나영이 진다? 네, 약속했잖아요.

‘좋아요’가 쏟아질 것 같네요. “멋있어요 언니” 이러면서. 흐흐, 맞아요, 저는 여자들이 좋아해요.

그것도 미리 생각했어요?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아뇨, 어떻게 하다 보니 여자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남자는 이제 버렸고….

하하, 나영 씨 쪽에서 먼저 버린 거군요. 남자들은 좀 촌스럽게 예쁜 거 좋아하잖아요. 흐흐흐.

패셔니스타에게 촌스러움은 죄죠. 네, 저는 저보다 어린 여자들이 ‘저 언니처럼 멋있게 살아야지’ 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저는 꼭 그런 사람이 될 거예요.

이렇게 개운할 수가. 친구가 많아요? 나이가 들면, 아는 사람은 많아도 친구를 새로 사귀기는 어렵잖아요. 맞아요. 근데 저는 “친구, 뭐 없어도 돼” 이런 쪽이에요. 사람이랑 너무 가까워지는 걸 좀 두려워하기도 해요. 싫어요. 너무 가까워지는 거.

가까워진다는 건, 이 꼴 저 꼴 다 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맞아요. 뭔가 안 보이던 게 나오잖아요. 나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를 들키게 되잖아요.

아니, 갑자기 왜 윙크를 하고 그래요? 지금 저 윙크했어요? 하하, 저도 모르게!

뭔가 들킬 게 있나 봐요? 하하, 그런가 봐요.

김나영은 언제 제일 예뻐요? 세수했을 때?

민얼굴이 예쁘다는 다소 뻔한 속셈이…. 하하, 그럼 푹 자고 일어났을 때.

그것도 민얼굴인데. 자, 마지막 질문. 패션이 좋아요? 예뻐요. 너무. 저한테 예쁨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한 세상이 있죠. 그런데 여기서 끝내요?

왜요? 뭔가 깊이 있는 얘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저를 막 이렇게 꺼내면서.

깊이 있는 거 없다면서요. 하하, 제가 그랬죠 참!

 

실크 화이트 셔츠는 더 쿠플스, 화이트 와이드 팬츠는 김서룡, 레이스 브라 톱은 월포드, 뱅글과 링은 모두 베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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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