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준 – 아무도 모르게

2015.07.27손기은

이준은 어느새 성큼이다.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가는 중이다.

니트 상의는 샌드 by 존화이트.

니트 상의는 샌드 by 존화이트.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했다.) 지금 어디예요? 집 앞 카니발이요.

방에서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 지금 엄마가 피아노 치고 있어서요.

지금 되게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인상 같아요. 그 드라마가 많은 걸 바꿨나요? 네. 느끼는 게 많았어요. 전보다는 좀 여유가 생겼고요, 여유가 없더라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절 발견했어요. 조급해하지 않는 면들이랄까?

처음엔 안판석 감독의 요구에 따라 연기를 잘 맞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제 다시 <배우는 배우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안판석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했구나…. 사실 어떤 작품을 하든 감독님하고 견해차이가 좀 있었어요. 물론 감독님의 생각도 맞지만, 저도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저는 감독님 요구대로 해왔죠. 지금까지는요.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 마음대로 한 건 <배우는 배우다>랑 <풍문으로 들었소> 정도예요. 아예 저한테 다 맡겨주시고 “니가 정답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동안은 다른 ‘쎈’ 장면에 묻혀서 그런지, 그 뒤의 바삭바삭한 생활 연기가 잘 안 보였죠. 다른 감독님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다른 감독님들도 분명한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저도 따랐던 거고요. 그런데 <풍문> 안판석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제가 의견을 내면 “니가 하는 건데, 니가 챙겨야지. 내가 어떻게 그걸 아냐?” 그래요. 그런 말들이 크게 와 닿았어요. 보답을 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더 편안한 연기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 와중에 좀 멋있게 보이려는 배우들도 있고, ‘오버’가 더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준의 연기에선 그런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전 어떤 연기 스타일을 정해놓고 계속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작품마다 매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제가 너무 못하는 거 같아가지고…. 그렇다고 완전 막 못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뭔가 좀 아쉬운 거예요. 그게 뭔지를 알기가 쉽지 않은 거죠. 어쨌든 그런 과정 속에서 연기 인생을 끝마칠 거 같아요. 연기는 공식이 아니니까, 완성된 연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풍문>에서 ‘내가 좀 잘했다’ 싶었던 장면은 있겠죠? 제일 마지막, 택시 안 엔딩 신이랑요, 1회 때 자살하려고 한강을 향해 내려가는 장면이요. 발만 딴 장면인데, 마음에 들었어요.(웃음)

보통 연기를 할 때 습관이나 어투 같은 것이 묻어난다고들 하죠. 늘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네, 있어요. 그런데 그걸 밝힐 수는 없어요. 이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다 알게 되니까…. 그런 건 저만 알고 있어야 돼요. 누가 눈치를 챈다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스스로 제 단점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즐겨하는 말들을 발견하긴 했어요. “내 미래는 내가 선택하고 싶다”, “파도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런 생각이 명확하게 있어야 인생을 갈아가는 데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요. 일단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연기가 더 잘돼요. 자기를 못 믿으면 보는 사람도 불안하고요. 그리고 혹시나 의심이 드는 부분이나 실수가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예를 들어 ‘나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문제야’라고 생각하면 계속 그 말만 하게 되는 거죠. 그동안 제가 자신이 없었던 활동은 다 욕먹었어요.(웃음) 이것도 뭔지는 말 안 할래요.

독해요? 저요? 음…. 사람은 무조건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그냥 평타.

이번에 개봉한 영화 <손님>에 대해서 얘기할까요? 어제 언론시사회가 있었죠? 만족해요? 아 그게…. 어제 보니까, 제가 좀 많이 편집이 됐어요. 제 분량이 많이 없더라도 영화가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이성민, 류승룡 선배님이 연기하는 것 보면서 계속 감탄했죠. 두 분이 무섭게 표현을 잘하셔서…. .

눈빛이라면 밀리지 않잖아요? 아, 그런데요, 제가 정말 장면이 뭐가 없어가지고….(웃음) 그냥 개인적으로 씁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건 있지만요, 영화는 정말 좋았어요. 재미를 위해 제가 없어진 거라면 괜찮아요. 선배님들 졸졸 쫓아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천우희라는 친구도 얻었고요.

셔츠는 바톤 권오수, 재킷은 포튼가먼트.

셔츠는 바톤 권오수, 재킷은 포튼가먼트.

 

 

요즘 또래 남자 배우들을 보면 어때요? 유아인, 박서준, 이종석, 임시완, 김수현…. 질투나 경쟁심이 치솟을 때도 있나요? 질투보다는…. 유아인 선배님 보면, 되게 행보가 멋있어요. 그 사람의 연기와 변신이 멋있는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뭐,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위치도 안 되고요, 그냥 저는 또래 배우들이랑 같이 걸어가고 싶은 거죠. 제가 좀 늦더라도 뒤처지지 않고 잘만 쫓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게 조심스럽나요? 누군가가 나를 자신과 비교하는 말을 하면 막 기분이 좋진 않을 거 같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존중 받고 싶으니까, 다른 분들도 다 존중하는 거죠.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로서 어떤 지향점이 있다면요? 나탈리 포트만이요.

왜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의 연기를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그런 범접할 수 없는,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특히 <블랙스완>이요.

본인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무용수, 광기…. 아유, 전 하나도 못했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보다 더 스타가 된 자신을 상상할 때도 있나요? 아, 그런 거 상상 안 해요. 그런 걸 왜 해요?

한류스타, 광고계의 블루칩…. 그런 날이 와도 되고 안 와도 상관없어요. 뭐 지금보다 더 못한 순간이 오든…. 사람은 항상 그렇잖아요. 백억이 있어도 천억이 있어도 고민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자기 생활부터 만족을 해야죠.

요즘 지인들한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뭐예요? 솔직하다. 솔직해서 탈이다. 뭐 물어보는 거 있으면 다 대답하고, 그냥 거짓이 없어 보인다고요.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해요? 그냥 웃어요.

속으로는요? 전 속으로도 똑같아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일부러 꾸며서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어요. 자기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뭔가를 보여주게 된다면 언젠간 다 ‘뽀록’이 날 거 같아요.

혹시 우리가 이준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아니요, 없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 한창 나올 때는 4차원이라는 소리도 들었잖아요. 그것도 저 맞아요. 그 이미지가 후회되는 건 없어요, 절대.

맥주파예요? 소주파예요? 맥주요. 에일 좋아해요. 소주는 맛이 없어요. 근데 사람들이랑 술 잘 안 마셔요. 항상 차를 갖고 다니니까, 특별한 날 아닌 이상 콜라 마시고 제가 운전해요. 그게 훨씬 편해요.

차 안에 혼자 있는 시간에 뭐해요?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혼자서 정말 많은 문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달리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안 들려요. 제 얼굴도 안 보이고요. 막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 연습은 집에서 할 수 없으니까, 차에서 하면 재미있어요. 지하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한참 막 그러고 있어요.

차 타고 어디로 훌쩍 갈 수 있다면요? 음…. 남해?

왜요? 그냥 거기까지 달리고 싶어요.

20대의 마지막 여름인데, 해보고 싶은 것도 없어요? 마지막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야죠. 사실 저는 취미도 없고요, 아직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거의 한 시간이나 흘렀네요. 이제 휴대폰이 너무 뜨거워요. 전 촬영한 사진 고르러 가볼게요. 아, 참! 저 부탁드릴 거 있어요. 이번 화보에 연기와 표정이 많이 들어가서, 잘못 고르면 되게 오글거릴 것 같아요. 백짓장 한 장 차이인데, 얼굴 주름도 1~2cm 차이로 확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많이 접히면 막 인위적으로 보이는 그런 거 있잖아요. 잘 골라주세요.

갑자기 기분이 상쾌하네요. 감사해요. 최대한 다양한 표정을 해본 건데, 화보 사진이 ‘발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요.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는 드리스 반 노튼.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는 드리스 반 노튼.

 

 

 

재킷과 셔츠는 모두 마크론슨.

재킷과 셔츠는 모두 마크론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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