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야 – 서영희

칸에서 돌아온 서영희를 폐공장에 데려갔다. 그녀는 샴페인을 달라고 했다.

검정색 브래지어는 라방 by AP, 검정색 스립은 켈빈 클라인 언더웨어, 가운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혹시 담배 피워요? 영화 <마돈나>의 시작 장면에서 피우기 직전에 바로 ‘컷’이에요. 안 피워요. 그 장면에서 잘 피웠는데 아쉬워요. 못 피워서 잘린 것처럼 보여요. 원래는 담배 피우는 신이 하나 더 있어요. 그땐 더 잘 피웠는데 그 장면마저 잘렸어요.

해림(서영희)이 호흡기를 떼는 장면에서 의외의 요소로 완성돼요. 해림이 흘린 눈물이 머리카락 끝 부분에 걸리는데, 하필 그게 참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맞아요. 눈물이 머리카락을 붙잡아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도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요. 후반부에 김복남이 처음으로 뭍에 올라갔을 때 뒤쪽 계단으로 아주 큰 바다 바퀴벌레가 지나가요. 우연이겠지만 덕분에 앞으로의 전개를 더 싸늘하게 만들었죠. 아, 그 장면에서 벌레가 지나가요? 대단한데요. 꼭 다시 봐야겠어요.

당신이 출연한 영화엔 그렇게 우연한 미장센 덕분에 연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많아요. 데뷔작인 <질투는 나의 힘>에선 떡이 된 밥을 천연덕스럽게 먹는 신이 그랬어요. 추운 겨울이라 밥이 얼었어요. 출연 배우들이 거의 연극배우여서 더 연극 같았을 거예요. <질투는 나의 힘>을 작정하고 다시 본 적은 없어요. 민망해요. 가끔 케이블 TV에서 해줄 때, 옛날 일을 추억하듯이 볼 때가 있어요.

고향이 어디예요? 서울 방배동이요. 근데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일산에서도 살았어요.

지금은요? 신사동에 살아요.

거실에선 뭐가 보여요? 수많은 술집.

어떤 술을 주로 마셔요? ‘된장녀’ 같은데 샴페인을 좋아해요.

의도하진 않았는데 모엣&샹동을 준비했어요. 최고죠. 어떤 샴페인을 좋아해요?

굳이 꼽자면 뵈브 클리코요. 뵈브 클리코에는 좋은 추억이 많아요. 신혼여행 때 비벌리 힐스에서 이른 낮부터 뵈브 클리고를 마셨어요. 졸려 죽겠는데도 ‘낮이 되었으니 술을 마셔야 한다’며 계속 마셨죠. 샴페인은 마시기 시작하면 힘이 들어요.

힘이 ‘안’ 들지 않고요? 시작하면 너무 마시니까요.

그 정도로 샴페인을 마신다는 건 경제적인 여유를 의미하는 건가요? 나중에는 꼭 이탈리아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와인이 저렴하니까요. 거기 있을 때는 밤마다 엄청 마셨어요.

크루그는 어떤가요? 그렇게 비싼 건 필요 없어요. 무조건 양이 중요해요. 그리고 안주!

고기 쪽인가요, 물고기 쪽인가요? 원래는 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매일 같이 먹는 사람이 고기를 하도 먹으니까 고기 쪽으로 바꿨어요. 쇠고기는 양념 안 된 게 좋아요. 돼지는 상황과 장소에 맞게. 시끌벅적하게 이야기하고 싶으면 돼지갈비가 좋고, 놀러 가면 목살이죠. 먹는 거엔 섬세하게 집착해요.

그렇다고 하기엔…. 아니에요. 최고로 쪘어요.

살이 좀 붙으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장점이…. 술과 고기를 먹고 찐 살이라 피부와는 전혀 상관없어요. 특히 밤과 낮이 바뀌어서 찐 살이라서 더욱 그래요.

당신을 인터뷰한다니까 주변에서 ‘서영희에겐 오직 배우 이미지만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최근에 산 백이 뭘지 궁금했어요. 조그마한 마르지엘라 백 샀어요. 깔끔해서 좋아요. 저는 진짜 ‘셀렙’과는 안 어울리죠. 배우로 남고 싶고요.

가장 탐나는 재능을 지닌 여배우는 누구예요? 하지원 씨요. ‘로코’를 어쩜 그렇게 잘하죠?

탐나는 외모를 가진 여배우는요? 전도연 선배. 이렇게 얘기했대요. “옛날에 나는 예쁘다는 말을 자주 못 들었다.” 근데 이제 사람들은 전도연 선배를 예쁘게 보잖아요. 그건 오직 본인의 능력이에요. 전도연 선배는 그냥 ‘백도화지’ 같아요. 어려 보이는 이미지를 어떻게 깨고 깨서 여기까지 왔을까….

 

당신에겐 ‘힘들거나 거친 과거가 있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마돈나>에선 그 이미지를 이용해요. 김 사장은 해림에게 “당신의 눈은 굶주리고 배고픈 눈이다. 나도 그렇게 될까 봐 겁난다”라고 말하니까요. 사실 가난한 적은 없어요. 게다가 좀 까다로웠죠. 시골 할머니네 집에 가면 발바닥에 먼지 닿는 게 싫어서 혼자서 바로 올라왔어요. 지금이야 그때 할머니 집이 참 좋았다고 떠올리지만 그땐 정말 싫었어요. 집에선 양말 신고 잤어요. 한동안 엄청나게 깔끔을 떨었죠. 그리고 (손으로 파리를 쫓으며) 파리를 제일 싫어해요.

<김복남….> 찍으면서는 엄청 힘들었겠네요. 단지 더럽거나 험악한 공간을 이용하면 되는 거니까 싫지는 않았어요. 만약 힘든 상황을 연기할 때 자신이 겪은 환경과 비슷하다면 오히려 슬플 것 같아요. 너무 잘 알고 있는 일상이라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버틸 힘이 부족할 것 같아요. 자신의 속을 너무 드러내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배가 고픈 것이 뭔지는 예상할 수 있지만 그게 계속되는 끝 중의 끝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죠.

하지만 그런 극단에 있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어요. 저도 실제로 경험해본 적 없이 연기를 했으니 여전히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뉴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나오잖아요? 그건 픽션이 아니라 팩트예요. 누군가는 “죽을 용기로 살지”라고 말해요. 하지만 99퍼센트를 경험했다고 100퍼센트를 예상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 1퍼센트가 사람의 선택을 바꾸는 게 아닐까요?

갑자기 <질투는 나의 힘>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작가라는 게 근본적으로 원한이 있어야 돼, 영혼의 상처.” 그렇다고 겪어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제 연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죠.

아직 신혼 아닌가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거의 안 했어요.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적인 생활이잖아요. 근데 그걸 굳이 내 입으로 “와 저 행복해요”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인스타그램을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뭔가를 티내는 것 같아서 항상 망설여져요.

저도 일상을 SNS에 올리는 게 힘들어요. 이를테면 연애나…. 혈액형이 뭐예요?

A형이요. 아이고.

무슨 형이에요? O형이요. 쌍둥이자리에 O형은 여자 친구로 최악이래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서 오해받는 스타일인데 또 자기 속은 드러내지 않는.

음…최악이네요. 하하. 남자친구를 엄청 화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어요? 원래 알고 있었어요. 한데 제게 남자를 소개시켜주려고 남편 친구랑 저를 불렀는데 우리 둘이 눈이 맞았죠. 연애부터 결혼까지 모든 과정을 다 포함해서 6개월 걸렸어요.

여배우에게 결혼은 어떤 걸까요? 여배우가 롱런 하려면 안정된 삶이 필요해요.

안정된 삶엔 결혼이 꼭 필요한 걸까요? 배우는 나이에 걸맞은 삶을 경험해야 해요. 일반적인 삶이 뭔지 알아야 하는 거죠. 결혼할 나이엔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나아야 할 땐 애기를 키우면서 아내와 엄마를 경험해야 보편적인 역할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 역할을 하려면 할머니에게 손주가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전 꼭 아흔 살까지 해서 공로상 받고 싶어요. 여배우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해요. 결혼해야 안정된다는 말뜻을 이제 알겠어요.

경험을 위해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전 그래서 결혼했어요. 게다가 이상형을 만났으니까요. 사랑 많이 받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

외모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말할 건 아니죠?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얼굴에서 ‘유함’이 다 표현돼요.

혹시 보편적인 삶을 위해서 아이도…. 결혼을 빨리해서 계속 연애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혼자 있을 때는 뭐 해요? 저요? 음, 뭘 하지…. 저는 거의 혼자 안 있어요.

드레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반짝이는 샌들은 스티븐메든.
흰색 레이스 드레스는 페이유, 반지는 먼데이에디션.
검정색 브래지어는 라장 by AP, 원피스는 에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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