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의 모든 것

런던 사보이 호텔의 50년 경력 바텐더, 피터 도렐리에게 바턴더에 대해 물었다.

 

바텐더들은왜 정열적인가? 인터뷰할 때마다 넘치는 활기에 놀란다. 바텐더들은 풀패키지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가졌다.(웃음) 셰프는 기술, 지식, 창의력을 가졌지만 손님과의 친화력은 글쎄…. 소믈리에는 기술, 지식, 친화력을 가졌지만 와인을 만들진 못하고…. 바텐더는 네 가지를 다 갖췄다.

타고나는 걸까? 굉장히 노력한다.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하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다. 주의력이 결핍된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손님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유대를 맺으며 어떻게 서비스해야 할지, 당신에게 묻고 싶은 바텐더가 한국에 많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 바텐더들은 전체적으로 너무 각이 잡혀 있는 것 같다.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잘 웃지 않는 것도 같다. 바텐더로 일하면서 중요한 것은 진짜 자신을 꺼내놔야 한다는 점이다. 손님 앞에서 자세나 기술은 완벽한데, 틀을 깨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손님들도 바텐더들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 반면 유럽의 바텐더들은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경박하고 투박할 때가 있다.

50년 전, 당신이 처음 일했을 때의 바텐더들은 어땠나?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느려서 그런지,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편이었다. 바텐더마다 카리스마랄까, 독특한 개성이랄까, 이런 게 각자 다르게 발전됐다. 요즘 바텐더들은 습득한 정보를 굳힐 시간이 모자라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정보 채널이 워낙 다양해졌다. 이런 것이 없던 시절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손님들이 정보원이었던 시절이다. 그들이 자주 찾는 것들이 지금 우리가 부르는 ‘클래식 칵테일’로 추려졌고. 유명인들이 언급한 술 브랜드나 칵테일 이름이 유명해졌다.

당신을 ‘전설의 바텐더’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난 명예나 수식어는 상관없다. 굳이 ‘전설의 바텐더’라고 불러줄 거라면, 그 앞에 ‘살아 있는’ 이라는 말을 꼭 붙여줬으면 좋겠다. ‘Living Legend’.

꼭 한 번 칵테일을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헤밍웨이. 술에 대한 열정이 나랑 잘 통할 것 같다. 근데 수많은 유명인에게 술을 만들어줘봤지만, 그들 역시 나에겐 다른 손님과 똑같다. 믹 재거, 로저 무어, 마리아 칼라스, 해리슨 포드…. 다 똑같다.

요즘 유명 바텐더들에게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다면? 자기 세계에 갇혀 있는 걸 종종 본다. 자기만의 레시피로, 만들기 어려운 부재료로,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칵테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보단 좀 유연해졌으면 좋겠다.

바텐더 외에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 있나? 없다. 로마에서 런던으로 처음 옮겨와, 호텔에 취직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다. 포터, 콘시어지, 주방, 하우스키핑… 그러다 바에 처음 들어온 그 순간부터 다른 일은 쳐다도 안 봤다. 그때부터 바텐더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 그 자체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오늘 무슨 칵테일을 마시겠나? 네그로니.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