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브라이언 윌슨을 추억하며, 영화 ‘러브 앤 머시’

2015.07.29GQ

영화는 브라이언 윌슨의 재능을 감동으로 양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담백한 맛도 아니다.

 

<러브 앤 머시>는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 Pet Sounds >를 작곡하던 전성기와 그때로부터 20년 후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한 영화다. 영화 속(이지만 실제로도) 젊은 브라이언은 비틀스를 뛰어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강아지가 짓는 소리를 녹음하고, 악기를 새로 만들고, 우연히 녹음된 대화를 그대로 음악에 넣는다. 하지만 팀 동료 마이크 러브는 생각이 다르다. “그런 소리, 다 처넣어봤자 노래가 처지는데 누가 사?” 비치보이스는 이미 밝고 시원한, 서핑 음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마이크는 인기를 얻은, 지금까지 계속해온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자며 화를 낸다. 브라이언이 답한다. “여름 노래, 밝은 노래는 지겨워. 우린 서퍼도 아니고, 진짜 서퍼들은 우리 노래를 구리다고 말해.” 영화는 브라이언 윌슨의 재능을 감동으로 양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처럼 실제 인물을 관조하(면서 감정을 숨기)는, 담백한 맛도 아니다. 단지 사실만을 담아내는데도 다양한 맛이 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노래들은 (당연히) 기분 좋게 달고, 폴 다노와 존 쿠삭이 연기한 브라이언의 모습은 속이 쓰릴 정도로 맵다. 그리고 “새로운 걸 해야 제대로 크지”라는 브라이언 윌슨의 말은 괜히 쓰다. 지금 그런 아티스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에디터
    양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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