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물 ‘JE T’AIME BOWIE’

< JE T’AIME BOWIE >, 안 트리오.

며칠 전, 비가 애매하게 내리던 밤, 안 트리오의 어머니 이영주 선생님과 안 트리오의 첫째 마리아를 만났어. 몇 년 만이었는지 세어보진 않았어. 그녀들의 진한 홍채가 여러 잔 술과, 친구로서 입회한 준철 PD의 다정함에 섞였어. 빗방울은 적절한 속도로 흘러내렸어. 이 선생님께선 석양빛에 물든 당신 어머니의 생과 사에 관해 말씀하셨어. 그 어조는 씻긴 듯 담담하였으나… 마리아가 막걸리 두 잔을 마시곤 앨범을 선물했어. 워낙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을 좋아해서, 그의 명곡을 새롭게 편곡했다는 거야. 기교를 뺀 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거지. 슬픈 이야기를 나누다가 듣는 첼로 소리는 내내 몽롱하게 슬펐어. 마리아의 활달한 음악적 신념이 취약한 마음을 만지자 감당이 잘 안된 거야. 앨범 커버의 다리는 실제 마리아의 근육 섬유질. 이런 게 일상의 위트인 것 같아. 우리 얼른 또 만나요.

SHARE
[GQ KOREA 편집장] 2001년부터 GQ KOREA 편집장을 맡고 있음. 잡지를 통해 문화와 스타일을 다루어온 그 시간 동안, 정작 자신이 얼마나 세속적인지 허무하게 깨닫게 됨. 그래도 잡지 만드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해보지 않은 ‘여타의 것’들에 대한 어떤 아쉬움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