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OVIES – 재난의 끝

인간의 의지가 ‘운명’이라는 단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3편.

코엔 형제 <시리어스 맨> 2009 / 제프 니콜스 <테이크 쉘터> 2011 / 데이비드 핀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2008

재난 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대체로 가족 서사 위에 재난을 얹은 형태였다. 등장인물은 재난과 가족뿐이었다. 이 영화들에 나오는 재난은 극도로 비중이 낮은 단역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도와 의지가 ‘운명’이라는 신화적인 단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데는 그 정도 분량으로 충분했다. 단 하나의 실타래도 풀리지 않고 끝나는 <시리어스 맨>, 주인공을 정신병자로까지 몰아붙였다가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우연을 보여주는 <테이크 쉘터>,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간이라는 대상을 시적으로 감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인간이 자연에서 차지하는 아주 좁은 영역을 보여준다. 끝까지 보고 허무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을 학습하고 겸허해지는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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