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사물들 – 남국의 담배

남아있는 팔월의 밤, 남국의 담배 한 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울릴만한 때에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삼 년에 한 대쯤 이 인도네시아 담배를 꺼낸다. 입에 물면 대번 들큰한 맛이 번지는데, 그 맛으로부터 쉽게도 떠오르는 건, 하얀 리넨 수트, 권태롭게 천장을 도는 선풍기, 기름진 포마드, 한없이 적도에 가까운 밤, 그리고 레이밴 클럽 마스터를 쓰고 이 담배를 피우던 사진가 김용호. 도프 스튜디오와 카페 드 플로라, 그러니까 1997년쯤의 청담동. 그땐 알았던 것들. 남아있는 팔월의 밤, 이왕이면 남국의 성냥으로 불을 붙여 한 대 피워볼까 생각한다. 담배를 배웠다면 시간은 과연 다르게도 흘렀으려냐, 새삼 그런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