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X 르메르

유니클로와 르메르가 이렇게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더 이상 ‘컬래버레이션’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매달 새로운 협업 소식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실체는 대부분 지루하다 못해 공허하다. 참신한 발상도 드물고, 결과물도 예측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그러나 유니클로가 르메르와 함께 선보인 이번 작업은 기존의 어설픈 협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협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진짜 협업다운 협업이라는 얘기다. 사실 유니클로와 르메르는 아주 다른 브랜드인 듯 보여도 지향점이 비슷하다. 무작정 유행을 좇기보다 일상적인 옷에 초점을 맞추며, 괜한 허세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다. 실제로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그의 파트너 사라 린 트랜은 합리적인 일상복이라는 유니클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세련된 디자인과 섬세한 감성을 더해 높은 수준의 컬렉션을 구현했다. 실루엣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색상은 빛 바랜 흰색과 회색, 카키색, 남색, 검정색으로만 제한했음에도 컬렉션은 놀랍도록 풍성하다. 숄 칼라를 두른 코트와 칼로 자른 듯한 셔츠, 잠이 쏟아질 듯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와 독특한 스웨트 셔츠까지. 그렇게 탄생한 25벌의 남성복과 30벌의 여성복은 진정 유니클로와 르메르 두 세계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교집합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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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