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사물들 – 마른 이파리

책갈피 속엔 계절이 머물러 있다.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았던 영한사전을 펼치게 되었다. 여기저기 형광펜으로 칠한 단어 중엔 지금은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accumulate’ 같은 단어를 그땐 알았구나. 그러다 은행잎 하나가 나왔다. 언제 어디서 주운 것인지, 무슨 각별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인지,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게 없는데, 다만 바스라질 듯 얇은 은행잎은 끝내 뭔가를 간직한 듯 보였다. 서울로 돌아와 몇 년 전 유럽여행을 하며 꽃이나 이파리 따위를 모았던 노트를 찾았다. 그걸 보면서 따뜻했다. 밖으로는 선선하니 마른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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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