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철에게

 

한 번 인터뷰를 했고, 세 번쯤 함께 술을 마셨다. 나는 대개 이런 얘길 했다. “더 세게, 막 해 붙여요, 영철 씨. 아니다, 영철 씨는 뭔가 억울한 캐릭터가 매력이니까, 이겨버리면 안 되겠다.” “그래도 김희애 씨 눈치는 그만 봐요. 흠, 하지만 눈치를 보는 게 또 어울리긴 어울리니까….” 아무리 잘해도 꼭 ‘오버한다고’ 싫은 소리 한 번은 듣는, 그럴 때마다 쌜쭉 민망해하는 캐릭터. 새삼 느끼는 건 본래 타고난 심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엔터테이너로서, 요즘 김영철은 쭉쭉 잘나간다. 맘껏 이 분위기를 누리겠다는 얼굴을 숨기지 않는다.(숨겨 뭐 해?) 아예 나한테는 인스타그램에 이런 댓글까지 썼다. “나 8월 <보그>, 9월엔 딴 거 잡혔어. 10월 11월 12월 셋 중 해줘. 톱스타가 3개나(3개월이나) 줬어. ㅋㅋ 할 거지? ㅋㅋㅋ 아오 한심해 ㅋㅋㅋ.” 눈에 선하다. 만나면 기고만장한 포즈로 거들먹거리며 메뉴판을 넘기겠지. 그러다 또 슬쩍 부끄러워하며 잇몸을 감추겠지. 여기 물건들은 딱히 김영철을 위해 구입한 게 아니지만, 준다면 이런 걸 주고 싶다. 써본 것 중 제일 좋은 면도크림이라든가, 사긴 샀는데 뭘 담을지 모르겠는 그릇이라든가, 다이앤 드 클레르코가 만든 넥타이가 어떻게 특별한지 얘기하면서, 빈 컬렉션 메밀 베개를 쓰면서부터 잠이 한결 가벼운데 한번 써보겠냐며, 그저 좋은 걸 나누고 싶다. 잘나가는 그는 내게 뭘 주려나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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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