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은 끝났어요

홍진영은 노래방에서도 ‘사랑의 배터리’를 부른다. 몇 번이나 불렀는지는 모른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갈색 상의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남색 바지는 아메리칸어패럴, 호피무늬 구두는 슈콤마 보니.
갈색 상의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남색 바지는 아메리칸어패럴, 호피무늬 구두는 슈콤마 보니.
“저 핑크 진짜좋아하거든요. 완전핑크 홀릭, 홀릭.여잔가 봐요.” 튜브 톱 드레스는 아메리칸어패럴, 반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역시 <라디오스타>가 전환점이 되었다고 느끼나요? 아무래도 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는 분이 많아요. <라디오스타>는 출연자 개개인의 자세한 얘기를 많이 끄집어내주니까요.

그날의 모습이 실제와 100퍼센트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그래요. “그냥 너던데.” 흐흐. 제가 전라도 사람이잖아요. 광주 친구들이 <라디오스타>를 봤대요. 그러면서 “야, 차라리 그렇게 방송하니까 훨씬 낫다”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하라고 했어요.

광주 친구들이 생각하는, 그러니까 어릴 때 홍진영은 어떤 친구였어요? 착하고 예쁘고 잘 노는, 4분의 4박자가 고루 갖춰진 그런 괜찮은 친구. 물론 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접 묻진 않았어요.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만약 안 좋게 생각하면 와서 얘길 했겠죠.

<라디오스타>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땐 좀 긴장한 줄 알았어요. 하필 김구라 선배님이 컴백한 날이어서 ‘어우, 내가 몰랐던 거, 좀 그런 거 물어보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좀 들어가지고….

‘좀 그런 거’? 열애설 같은 거 있잖아요. 근데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툭툭 튀어나오더라고요. 방송에서 너무 다 내려놓아서 반응이 반반 갈리긴 했어요.

방송에서 반말한 걸 꼭 사과해야 했을까요? 댓글 보면 다섯 개가 좋은 글이면 한 개 정도가 욕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내 방송을 언짢게 봤던 분들을 위해 사과해야겠구나. 습관인데 어떡하나 싶긴 하지만,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하니까 사과한 거예요. 시원하게.

그런데 사투리 하나도 안 쓰네요? 아, 인터뷰할 때랑 방송할 때는 일부러 서울말 쓰려고 해요.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왔는데, 흐흐. 데뷔 초에 욕을 엄청 먹었어요. 저렴해 보인다고. 장르가 트로트인데 여기에 사투리까지 써버리면 너무 그쪽으로만 가니까 회사에서 오빠들이….

너무 걸쭉해 보인다? 너무 그래 보이니까 말투를 바꿔라, 사투리 쓰지 말라, 그런 거였죠.

어려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지금 어려 보이지 않아요? 솔직히 그렇지 않으세요?

성형하고 나서 더 어려 보여요. 있잖아요, 성형하고 어려 보이는 게 아니고 앞머리 때문에 어려 보이는 거예요. 제가 안 고쳤다고는 안 했잖아요.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부기맨’ 처음 나왔을 때, 지난 3월 인터뷰 때만 해도 안 고쳤다고 했어요. 아니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시니까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도 깜짝 놀라서 “아, 앞머리 잘랐어요” 이렇게 대답한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에 얘기했잖아요. 했다고. 끝까지 안 했다고 하면 또 뭐라고 할거면서. 흐흐. 솔직한 쪽을 택한 거죠. 쭉 욕먹는 것보다 한 번 딱 욕먹는 게….

노래방 가면 자기 노래 불러요? 완전 잘 부르죠.

지겨워서 못 부르겠다는 가수도 많던데? 그게 제 노래의 특징이에요. 백 번, 만 번을 불러도 질리지가 않아요. 전 얼마나 불렀겠어요. 공개방송 같은 무대를 가잖아요? 제가 ‘사랑의 배터리’ 다음에 ‘내 사랑’을 발표했거든요. 그러면 ‘내 사랑’을 하고 ‘사랑의 배터리’를 불러요. 이번엔 ‘부기맨’이 나왔잖아요? 그럼 ‘부기맨’을 부르고 ‘사랑의 배터리’를 해요.

몇 번쯤 부른 것 같아요? 몇 번? 셀 수 없어요. 그렇지만 질리지 않아요. 평생 갈 것 같아요.

걸그룹 출신이잖아요. 다른 아이돌 팬들의 반응이 부럽진 않아요? 저도 나쁘지 않아요. 아하하. 아유, 저 괜찮아요. 요즘엔 남자 분들이 정말 에너제틱하시더라고요.

<위문열차> 가면 최고죠? 솔직히 장난 아니에요. “판타~스틱.”

“제 입으로 말하긴좀 그렇지만, 저정말 잘 부르는트로트가 많아요.옛날 노래 같은 것.시작은 제 의지가아니었지만, 지금은정말 좋아요.노래하는 게.” 상의는 H&M, 검정색 레깅스는 아메리칸어패럴, 구두와 액세서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여전히 트로트 신의 막내죠? 막내 계속하고 싶어요. 철이 좀 덜 들어도 귀여워해주시잖아요.

더 예쁜 후배가 들어오면 어떡해요? 솔직히 이렇게 생각해요. 처음 ‘사랑의 배터리’ 부를 땐 세미 트로트 붐이었어요. LPG도 나왔고, 삼총사라는 남자 트로트 그룹도 있었고. 그런데 ‘내 사랑’ 할 때부터 트로트가 많이 죽었어요. 신인이 안 나오고, 나와도 방송도 못하고. 정말 저보다 예쁘셔도 되고, 노래 잘하셔도 되니까 이쪽에 도전하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트로트 부를 땐 뭐가 제일 중요해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 보니까 애교스럽게 부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 신나게 불러야죠. 즐겁게.

구슬픈 트로트도 있잖아요? 그건 슬프게 불러야죠. 기가 막히게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이.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하나씩 꺼내서 보여드릴 거예요. 저는 제 손에 힘이 달려서 마이크를 못 잡을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운동화 신고 싶지 않아요? 성격은 딱 운동환데. 저는 원래 힐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몇 살 때부터요? 응? 고등학교 1학년 때. 힐이 좋더라고요. 이유 없이. 친구들도 힐 신고 다니니까. 학교 갈 때 신발을 두 켤레를 챙겨 다닙니다. 그래서 하교 시간 때 힐로 갈아 신고…. 어렸으니까요. 지금도 운동화가 몇 켤레 없어요. 다 힐 아니면 슬리퍼. 매사에 중간을 별로 안 좋아해요. 좋은 사람은 완전 좋고, 싫으면 완전 지구 끝까지 싫고요.

지구 끝까지 싫은 사람도 있어요? 제가요, 솔직히 막 싫다, 이런 사람은 없지만 만약에 저한테 실수를 하거나 잘못한 일이 생겨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이가 되면 정말 싫겠죠.

질투 같은 거 해요? 잘 안 해요. 굳이 질투까지 하면서 머리 아프게 살 필요 있나, 해서요. 만약에 다른 사람이 절 질투한다면 ‘뭐, 걔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누가 저를 좋게 생각을 하면 ‘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식이에요.

그래도 기분 나쁠 때 있죠? 사람인데. 졸릴 때요. 여자니까 잠들기 전에 할 게 너무 많잖아요, 씻어야지, 머리 말려야지, 로션 발라야지, 뭐 해야지 뭐 해야지…. 너무 짜증나요.

오늘 한 끼도 안 먹었다고 했죠? 네. 빈속. 완전 공복.

1일 1식은 언제까지 해요? 계속할 건데요? 어쩌다 두 끼 먹는 날도 있겠죠. 그래도 세 끼까진 안 갈 거예요. 지금 6킬로그램쯤 빠졌어요. 딱 2킬로그램만 더. 아, 그 마의 2킬로그램이 참 안 빠지네. 하하. 근데 제 발톱 예뻐요? 예쁘죠?

콘셉트가 뭐예요? 도도? 시크? 섹시! 진짜 마음에 들어요. 하고 나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직접 그리기도 해요? 저 그림 같은 거 진짜 못 그려요.

화장은 아주 잘할 거 같은데. 맞았어요. 대신 머리는 못해요. 그러니까 애가 막 뭘 좀 확 잘했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으로 걸쳐만 놓아요.

내년에 서른이죠? 하아…. 시간 빨라요. 받아들여야죠. 20대는 말없이 보내주려고요.

말없이? 조용히? 마지막 20대를 파이팅 넘치게. 연애도 파이팅 넘치게 한번 해보고.

연애해요 지금? 이상하게 안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