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간 큰 네 여자 #미료

2015.09.03GQ

모피는 발망 x 에이치 앤 엠, 레이스 카디건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브래지어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목걸이는 버나드 앤 쇼.

앉으세요. 제가 허리가 아파서 좀 서서 할게요.

누워도 괜찮아요. 집처럼 편하게…. 집에 있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컴퓨터를 많이 했어요. 고향이 전라남도 순천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대도시를 동경했는데 제가 대도시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이었어요. 하이텔, 나우누리 막 나올 때. 혹시 아세요?

지금 제 이야기하는 줄 알았어요. 전 창원이요. 천리안을 했고요. 하이텔에 ‘블렉스’라고 엄청 큰 흑인 음악 동호회가 있었어요. 나도 가사를 써보고 싶다, 그러다 힙합에 빠졌어요. 친구들이랑 본드 마시다가 래퍼가 된 게 아니라.(웃음)

순천에 있을 땐, 서울의 어디가 제일 가보고 싶었어요? 교보문고랑 영풍문고요.

네? 서울 사는 작은아버지가 “어디 가고 싶냐?” 그래서 대형 서점을 말했어요. 진짜 좋았어요. 그 넓은 공간에 책이 가득 있고, 엄청 깨끗하고.

의외라는 말을 해도 될까요?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출신인 것도 사실 좀 놀랐어요. 근데 왜 99학번인가요? 나이는 00학번이잖아요? 중학교 때 영재반이었어요. 외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죠. 근데 떨어졌어요. 내가 공부를 잘할 거면 아예 잘하든가, 아님 아예 예능을 택하든가, 그런 고민을 하다가 가수 하려고 순천여고를 자퇴했어요. 변호사가 되길 원하셨던 부모님도 결국 자식 못 이기셨고요. 부모님이 그래도 대학교 졸업장은 따라고 하셔서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보고, 대학을 1년 일찍 간 거예요..

후회는 안 하죠? 안 해요. 그냥 요 몇 년 사이 제 모습이 어렸을 때처럼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할 뿐이지.

지난 몇 년간 어떻게 달라졌는데요? 한창 ‘브아걸’ 활동할 때도, 전 사람들 만나서 술 마시고 이런 쪽은 아니었어요. 근데 브아걸 활동이 좀 줄어들고 솔로 활동이 브아걸처럼 성적도 좋지 않으니 저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러니 아는 사람이 더 줄어들고, 알던 사람들도 날 점점 안 부르게 되고.

지난 7월에 컴백한 ‘Queen’도 기대만큼은…. 그게 첫번째 솔로 ‘Dirty’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와르르 무너졌나 봐요, 제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내가 그냥 ‘될 놈’은 아닌가 보다, 이런 생각도 들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요.

‘안 될 놈’이라고 하기엔 이룩한 게 많죠. ‘허니패밀리’ 시절부터요. 라이머나 그때부터 알던 지인들은 무슨 말을 해주나요? 그냥, 요새 애들은 듣는 귀가 많이 높아져서 잘해야 된다고. 근데 자기들은 다 잘되면서…. 술자리에선 많이 예뻐졌다, 이런 말도 들어요. 예전엔 “형이라고 불러” 그랬는데.

정말 예뻐졌어요. 예뻐진 건 마음에 듭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땐 예뻐지고 싶어서 의술의 힘을 빌리고 노력을 했는데, 사실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의 건강이라는. 무슨 미스코리아 당선자 같은 말이긴 한데,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에 더 집중했어야 하는데, 전 단점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죠.

집에 있을 땐 이런 생각을 주로 하는 거예요? 네. 잠자리에 누워서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계속. 남들은 그걸 불면증이라고 부르던데, 전 그런 두려움은 없고, 생각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몇 년 전에 답이 나온 문제를 가지고 또 고민하는 날 보면 아, 난 고민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구나….

앉으면 컴퓨터 게임하고, 누우면 고민하는? 하하. 그런가 봐요. ‘롤(LOL)’도 하고 ‘스타크래프트 2’도 해요. 컴퓨터를 켜면 모 게임 커뮤니티에 먼저 갑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게임에 빠져 있었던 시기가 몇 번 있어요. 대학교 때 그리고 요즘. 게임에 빠져 있는 시기는 항상 제 인생에서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하지 않고…. 최근에는 ‘브아걸’ 컴백 준비 때문에 전혀 못하고 있지만요.

<쇼미더머니 1>에 출연했을 땐 정면돌파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성향이 안 맞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솔로 앨범이 생각보다 잘 안 돼 위축된 상황인데 거기다 막 쪼아대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제가 연습을 안 해서 그렇게 된 것도 있겠죠.

예능에 또 나간다면 뭘 하고 싶어요? 게임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그런 거?

본명이 조미혜. 별명이 조미료. 그래서 미료. 예명을 다시 짓는다면 뭘로 하고 싶어요? 조하니? 제 첫 번째 솔로 앨범 제목도 <MIRYO AKA JOHONEY>인데 괜찮지 않아요? EXID 하니 때문에 안 되려나? 근데 저 지금 다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걱정돼요. 약간 이미지메이킹을 해야 했나?

꾸미고 싶은 부분 있어요? 없어요. 전 페이크를 못해요.

모피는 엘페, 톱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목걸이는 버나드 앤 쇼, 팔찌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