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오늘의 탁구

2015.09.03GQ

어제나 왕년 말고, 지금 당장 탁구와 친해지기 위해선 새롭게 알아둬야 할 것이 많다.

[펜홀더의 시대는 정말 끝났나?]
현대 탁구에서 셰이크핸드 라켓이 백번 유리한 이유.

셰이크핸드> 현대 탁구는 서브를 짧게 넣는 추세다. 셰이크핸드를 사용하면 백핸드 쪽으로 짧은 서브가 들어와도 곧바로 공격 기술을 넣을 수 있다. 셰이크 라켓을 사용하는 선수가 선제 공격권을 갖게 되면, 펜홀더를 쓰는 선수는 그 흐름을 뒤집기 어렵다. 셰이크핸드 특유의 포어핸드와 백핸드 구분 없는 빠른 공 처리로 펜홀더를 탁구대에서 멀리 밀어낼 수 있어서다. 물론 약점도 있다. 손목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잔기술을 구사하기 다소 어렵다. 

펜홀더> 탁구대에서 떨어져, 앉았다 일어나다시피 하며 드라이브를 걸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기억한다. 그렇게 펜홀더 선수들에겐 검객 같은 풍모가 있었다. 일격필살. 하지만 현대 탁구에선 거의 장점이 없다. 기본적으로 박자 싸움에서 밀린다. 포어핸드에서 백핸드로 전환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굳이 펜홀더를 고집하고 싶다면 빠른 발놀림이 필수다. 물론 ‘한 방’이 있다는 점, 그리고 손목을 비틀어 자잘한 회전을 먹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비장의 일격]
결정적 순간, 상대를 속일 수 있는 두 가지 기술.

진격의 드라이브> 드라이브가 걸린 탁구공은 받는 사람의 생각보다 빨리 튀어 오른다. 강력한 드라이브(그림 기준 점선)을 몇 번 보여주고 나면, 상대방은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똑같은 공격 상황에서 손목을 몸 뒤쪽 방향으로 젖히며 드라이브를 걸면 공은 실선의 궤적(그림 참조)처럼 반대쪽으로 휜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오른쪽 가슴도 손목과 같은 방향으로 살짝 열어주면 공에 힘이 더 붙는다. 공은 감는다는 느낌이 아닌, 쓸어 넘긴다는 인상으로 친다. 기존 드라이브와 같은 폼을 유지하다 재빨리 동작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거꾸로 가는 서브> 낯선 사람과 탁구를 칠 때 가장 애를 먹는 점은 서브를 받는 일이다. 랠리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서브를 겨우 받았다 해도 곧바로 강한 공격이 다시 들어오곤 한다. 즉, 서브만 잘 넣어도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라켓을 90도로 세운 뒤 손목을 몸 안쪽으로 감아서 넣는 횡회전 서브의 궤적은 점선(그림 참조)과 같다. 하지만 서브를 넣기 직전, 공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재빨리 손목을 반대쪽으로 비틀어주면 상대방은 미처 그 움직임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미 몸은 점선 궤적의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공이 반대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달리 말하면 횡회전 서브를 넣는 동작에선 공을 맞추지 않고, 그보다 좀 더 낮은 타점에서 재빨리 손목으로 역회전을 걸면 된다.

[전가의 보도]
라켓부터 휘두르기 전, 공부해야 할 장비들.

01. 목판 통판 라켓은 반발력이 뛰어나다. 합판 라켓은 그보다 공을 섬세하게 컨트롤하기 좋다. 파워를 중시하는 펜홀더에 주로 통판, 컨트롤이 중요한 셰이크핸드에 합판이 쓰이는 이유다. 합판 라켓은 5겹, 7겹 등이 있는데, 사이사이 카본 소재의 판을 섞는 경우도 있다. 반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3겹보단 5겹, 5겹보단 7겹이 더 센 타구를 날릴 수 있다. 목판, 그 중에서도 특히 통판을 고를 때는 라켓의 상단 끝부분을 잡고 손잡이 뒷부분을 사용자의 머리에 통통 두드려봤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다. 높은 음이 나면 타구가 쭉 뻗어나가고, 상대적으로 낮은 음이 나면 타구가 안정적으로 날아간다. 눈으로 살펴봤을 땐 나무의 결이 일직선으로 가지런히 나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02. 접착제 지금은 수성 접착제만 쓸 수 있다. 수성풀은 러버의 반발력에 영향을 주는(지금은 금지된) ‘스피드 글루’와 달리 러버를 목판에 붙이는 역할을 할 뿐이다. 러버를 한 번 붙인 뒤 계속 탁구를 치다 보면, 러버 가운데 부분이 떨어지기도 한다. 가끔씩 러버를 떼어냈다가 다시 붙이는 게 좋다.

03. 신발 최대한 발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신발 바닥은 대부분 얇은 편이다. 탁구는 점프하거나 발을 세게 구르기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단, 미끄럽지 않고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하중이 실리는 새끼발가락 부분이 견고한 것을 골라야 한다.

04. 러버 러버 표면이 평평한 평면 러버(사진 오른쪽)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양만큼 회전을 줄 수 있다. 세기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표면의 요철이 확실한 롱 핌플(사진 왼쪽) 러버는 회전을 흡수한다. 효과적으로 상대의 회전을 차단하는 데 용이하다. 또한 공격할 때도 일반적인 평면 러버로 쳤을 때와는 궤적이 완전히 달라, 수비하는 쪽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롱핌플 러버에 익숙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공에 자유롭게 회전을 걸기 어려워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롱핌플 러버보다 돌기가 짧고 단단한 돌출 러버는 속공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쓴다. 적당히 상대 공격을 무마시키며 빠른 공격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평면 러버로 줄 수 있는 회전이 1백이라면 돌출 러버는 50, 롱 핌플은 그보다도 적다. 러버의 종류와 상관없이, 두껍고 질감이 무른 러버가 반발력이 좋다. 러버가 공을 순간적으로 흡수했다 발사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반면 얇은 러버는 그보다 공을 때린다는 느낌을 준다. 탁구대에 붙어 스매시를 주무기로 쓰는 사람에게 좋다.

05. 공 별 세 개짜리가 주로 시합구, 두 개짜리가 연습구로 쓰인다.(별 세 개라고 전부 시합구는 아니다.) 완벽한 구에 가까울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탁구대에 공을 굴려봤을 때, 직선으로 굴러가는 공이 좋다. 올해부터 1백 년 넘게 사용해오던 셀룰로이드 탁구공이 모두 플라스틱으로 바뀐다.

06. 러버 클리너 러버 클리너는 크게 거품형과 스프레이형으로 나뉜다. 러버 전체에 골고루 바르거나 뿌린 후 스펀지로 손잡이 부분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닦아낸다. 선수들이 경기 중 러버에 입김을 불어 닦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클리너가 없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 그렇게 하면 된다.

[퐁당퐁당 비어퐁]
탁구만큼 재미있는 비어퐁.

보통 세 가지 방법으로 던진다. 대부분은 1번 같이 아치를 그리는 방식을 쓴다. 키가 클 경우 2번처럼 직선으로 던져 성공률을 높일 수도 있다. 규칙에 따라 아예 술잔을 통째로 탁구대 밖으로 떨어뜨리면 성공으로 인정해주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3번 같이 바운드를 이용할 경우 탁구공이 깨지진 않았는지, 물이나 맥주에 얼마나 젖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취하기 전에.

비어퐁은 베이루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팀을 나눠 각각 6개 또는 10개의 잔에 맥주를 채운 뒤 볼링핀처럼 배열한다.(그림 참조.) 맥주는 보통 1/3에서 1/4 정도 채운다. 테이블 가운데에 놓인 잔은 탁구공이 땅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물을 채워놓는다. 손으로 탁구공을 던져 상대팀의 맥주잔에 공을 넣으면, 상대팀은 그 잔을 테이블에서 치우는 동시에 다 마셔야 한다. 모든 컵에 공을 먼저 넣는 팀이 이긴다. 비어퐁 전용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그냥 탁구대에 놓고 하거나 긴 탁자를 쓸 수도 있다. 원래는 미국 대학가에서 꾸준히 유행하던 ‘술 게임’이다. 이제는 서울의 여러 술집에서도 비어퐁을 할 수 있다. 물론 여느 술 게임처럼, 동네마다 자잘한 규칙은 꽤 다른 편이다.

 

    에디터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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