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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IT 산업의 새 물결

2015.09.15GQ

IT산업은 침체기다. 특히 반도체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중국 선전의 작은 도시 화창에서 생긴일이다.

무더운 7월 어느 날 중국 선전(Shenzhen)의 화창(Hua Qiang). 몇 블록에 걸친 동네 전체가 수산시장을 연상케 하지만, 노점에선 생선이나 고기 대신 전자회로판 부품과 휴대전화를 팔고 있다. <와이어드>는 AQS(엔지니어링 및 제조업체)의 전자제품 구매 담당자인 로저 왕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그는 산만하면서 발랄한 중국인이었다. 오늘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는 중국 최고의 제조업체이자 휴대전화 창업 신화를 일으킨 샤오미가 만든 홍미1S다. 샤오미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거나 온라인 반짝 세일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를 조정한다. 공급량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물량이 떨어지기 전에 몇몇 운 좋은 소비자들은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 대개 휴대전화는 결국 암매상의 손으로 들어가는데 오늘의 목표는 홍미1S 진품을 최상의 가격으로 구하는 것이다. 로저 왕은 사람들을 헤치며 수백 개의 휴대전화 판매 좌판으로 가득한 위엔왕Yuanwang 디지털 쇼핑센터로 나를 이끌었다. 구매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건을 살 생각으로 온 사람들은 다들 두툼한 현금 뭉치를 가지고 있었다. 좌판은 사이사이에 금고로 벽을 쌓아두었다. 현금 가방을 따로 들지 않은 이들은 관광객뿐이다. 관광객은 덤터기를 쓰기 쉽상이다. <와이어드>는 두툼한 돈을 가지고 가진 않았지만 대신 어깨에 가방을 메고 들어섰다. 로저 왕은 시장 뒤편의 허름한 좌판으로 데려갔고 거기서 봉인 포장된 박스 두 개를 내놓았다. 주인은 각각 약 15만원(8백 위안)이라고 했는데, 반짝 세일 기간의 가격보다 2만1천원 정도(11.5파운드) 비쌌다. 혹시 가품일까 싶어 시리얼 넘버가 숨겨진 스크래치 부분을 긁어내고 샤오미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았다. 확인 결과 진품이 맞았다.(적어도 박스는 그랬다.) 전원을 켜고 내부와 베이스밴드 버전 넘버를 확인했다. 우리가 이것저것 해보는 동안에도 좌판에서 휴대전화를 사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돈다발이 오가고, 끊임없이 지폐 계수기는 멈추지 않았다. 제품이 진품임을 확인한 <와이어드>는 돈을 내려놓고 다시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홍미1S는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수명이 꽤 긴, 괜찮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3에 탑재한 1.4 GHz 엑시노스 4412 쿼드코어 프로세서보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퀄컴의 1.6GHz 스냅드래곤 400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가 말해주는 듯했다.

샤오미는 2014년에만 6천만 개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어떻게 2010년 문을 연 신생 기업이 불과 5년 만에 삼성과 애플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휴대전화 안의 실리콘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프로세서 내에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존재한다.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소자와 소자 간 연결 거리를 의미하는 ‘게이트 길이’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간격이 좁을수록 좋고, 지난 반세기 동안 매년 16퍼센트씩 줄어들었다. 인텔사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는 1965년 <일렉트로닉스> 지에 실린 ‘집적회로에 더 많은 부품 끼워 넣기’(Cramming More Components on to Integrated Circuits)에서 이 같은 트렌드를 예측했다. 바로 여기서 ‘무어의 법칙’이 탄생했다. 하지만 물리학은 무엇이든 그 크기를 줄여도 무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할 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2001년 가을, 당시 인텔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아키텍처 그룹(Intel Architecture Group: IAG)의 전무이사이자 GM(General Manager)이었던 폴 오텔리니는 팬티엄 4의 속도가 10GHz에 도달하는 것은 보고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컴퓨터 제품은 5GHz에도 훨씬 못 미친다. 실제로 인텔은 2004년 더 빠르고 강력한 다중 코어 CPU에 집중하도록 자사의 코어 라인을 재정비하면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팬티엄 4는 부실한 내부 구조 때문에 자리를 잃고 밀려났고, 현재 코어 라인은 팬티엄 Ⅲ를 모태로 한다.

“최소 부품 비용은 매년 두 배 정도 증가했다. 확실한 건 단기적으로 이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향후 10년간은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고든 무어, 1965.”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소자의 연결 게이트 길이가 반으로 줄면서 속도는 증가했으나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10여 년 전 생긴 이 문제 때문에 빠른 속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팬티엄 4는 10GHz 속도로 작동될 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가동된 ALU (산술 논리 장치로서 CPU의 매우 중요한 부분)는 그 구조상 끓고 있는 용광로처럼 발열이 심해 누구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굳건했던 무어의 법칙이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작은 배터리 용량과 데스크톱 PC의 발열 문제는 저조한 발전을 야기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MHz급 속도의 플랫폼이 일반화되면서, 신생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이미 자리 잡은 기존 브랜드의 제품과 견주어 손색없는 실적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MHz 속도 경쟁과 달리 저장 용량 측면에서는 (2년마다 기억 소자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SSD(대용량 저장 장치)는 이제 테라바이트 이상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고가의 데스크톱은 열두 개의 CPU 코어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지녔다. 이처럼 사용자가 같은 가격에 두 배의 성능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을 비용 보정(cost scaling)이라고 한다.

무어의 법칙과 그와 연관된 비용 보정은 그 원리가 매우 간단해서 많은 사람의 신뢰를 꾸준히 얻어왔다. 과제 제출 전 매수 제한을 넘기지 않으려고 글씨 크기를 조정해본 학생이라면 무어의 법칙의 근간을 이해할 것이다. 문서 작성용 파일을 연 뒤 글씨 크기를 반으로 줄여보자. 같은 양의 정보를 이전의 반 분량에 담은 것이다. 이제 이 문서를 프린트하는 비용도 반으로 줄어들었으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린터는 고정된 비용으로 인쇄를 하니까 프린터를 통해 출력하는 정보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무어의 법칙이 말하는 비용과 성능 간의 보정이다. 기억소자의 연결 게이트 길이 보정도 이 프린트 사례와 같은 원리다. 업체들은 매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새겨진 회로의 ‘글씨 크기’를 줄여온 것이다. 문제는 이제 이 기억소자들 사이의 자간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우리가 글씨 크기를 계속 줄인 후에 직면하는 문제들을 업계 전체가 마주하고 있다. 줄일 대로 줄여 깨알만 해진 글자를 더 줄이면 읽을 수 없게 된다. 3D 스태킹이나 대체 소재 시스템과 같은 대안들이 무어의 법칙이 유효한 기간을 조금 연장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들 중 그 어느 방법도 게이트 길이를 줄이는 과정을 완벽하게 지속시킬 수는 없다. 앞으로 계속될 비용과 성능 향상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양자(퀀텀) 컴퓨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자 컴퓨터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극저온 냉각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10여 년이 지난다 해도 우리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비용 보정은 무어의 법칙이 컴퓨터 계의 리보Libor 금리(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임을 의미한다. 소자 연결 게이트 길이의 감소는 같은 크기의 실리콘 조각에 매년 30퍼센트의 트랜지스터 수가 증가한다는 의미다.(트랜지스터들은 이차원으로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게이트 길이 보정은 이차원의 밀도를 향상시킨다.) 이것은 마치 매년 30퍼센트씩 인상되는 국채가 컴퓨터 업계 전반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같다. 복리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금리가 몇 퍼센트만 어느 쪽으로 치우쳐도 한 국가의 경제 전체를 불황, 혹은 호황으로 이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어의 법칙이 계속해서 몇 퍼센트 차이로 어긋날 경우 컴퓨터 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차세대 공장을 짓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지만 비용 보정이 점차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GPU는 비용 보정의 지표가 된다. 수천 개의 처리 장치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성능과 비용, 주어진 실리콘 기판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끼워 넣을 수 있느냐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지난 2011년 데스크톱 게임 산업이 블록버스터급 게임 스카이림의 생생한 그래픽을 전하기 위해 GPU 업그레이드에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때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 무역 컨퍼런스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NVIDIA의 기술부회장인 존 첸은 이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오랜 시간 협력해온 실리콘 제조업체 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를 강하게 비난했다. 엔비디아의 분석에 따르면 TSMC의 20nm와 14nm 프로세서들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트랜지스터가 축소되는 것보다 칩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2012년 당시 운 좋게도 28nm GPU를 구매한 게이머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28nm GPU보다 나은 선택권을 찾지 못했다. 무어의 법칙이 1년여 정도 지체되었고, 엔비디아와 AMD사는 여전히 무어의 법칙이 현실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 현재 아이폰 6와 삼성 갤럭시 S6와 같은 고가 제품들이 각각 20nm와 14nm의 소자 연결 게이트 길이를 지니고 있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무어의 법칙이 말하는 비용 보정의 혜택을 누리려면 앞으로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화창 전자제품 시장에서 구입한 책의 표지.

화창 전자제품 시장에서 구입한 책의 표지.

 

 

다시 화창 전자제품 시장. <와이어드>는 룽성 (Longsheng) 전자 시장으로 들어서면서 전자 산업의 맥을 짚는 여정을 계속했다. 이 블록 전체가 시장 건물로, 휴대전화와 부품들을 파는 벤더와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좌판이 3개 층 을 가득 메운다. 시장 방문은 마치 전자 산업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것과 같았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어떤 제품이 수리가 필요한지, 또 어떤 제품이 자취를 감추고, 어떤 제품이 해킹을 당하거나 복제되는지를 이곳에서 모두 알 수 있다.

세계 공급망과 연결되어 있으며 지독하리 만큼 효율적인 산자이(모조품 혹은 기존 브랜드 상품의 업그레이드 버전) 거래상들은 과대 광고를 했거나 철 지난 제품, 혹은 베이퍼웨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증기 제품)는 취급하지 않는다. <와이어드>는 설계도를 파는 곳을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설계도를 파는 좌판들이 내부 정보의 노다지다. 이곳저곳 둘러본 끝에 대놓고 짝퉁 배터리에 정품 인증 홀로그램을 붙이고 있는 배터리 상인과 아이를 눕히고 화려한 아이폰 베젤을 파는 한 여자 사이에 끼어 있는 한 좌판을 찾았다. 이 좌판은 ‘미스 추’가 운영한다. 수줍음이 많고 왜소한 그녀는 <와이어드>가 묻는 질문에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녀는 현지 광둥어 발음이 강한 북경어를 구사했다. 그녀가 가진 제품들을 눈으로 훑다가 땜납 스탠실 더미 아래 숨어 있는 책들을 발견했다. 잭팟이다! 휴대전화의 원리와 수리법 그리고 아이폰 6, 아이폰 5, 최신 삼성 스마트폰 몇 기종의 설계도가 담겨 있는 책들이었다. <와이어드>는 아이폰 6의 설계도가 담겨 있는 책을 약 4천5백원(25위안, 2.7파운드)에 구매했다.

<와이어드>는 호텔로 돌아와 설계도를 펼치고 아이폰 6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봤다. 마치 회로 디자인의 ‘끝판왕’을 보는 듯했다. <와이어드>는 어떤 백라이트 드라이버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메모했다. 또 정전기와 원치 않는 전파 방출과 같은 실생활 속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법들을 직접 시도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전기공학을 배우던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재학 시절을 떠올리며, 수많은 이론 중 실용적인 지식은 아주 적었다고 회상했다. 정규교육에서는 단 한 번도 상업적인 회로 디자인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배운 적도 없다고 했다. 아마도 교수들이 아이폰 설계도를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단돈 4천5백원으로 이 책을 구입할 수 있고, 설계와 디자인들을 공부하며 뛰어난 명문대생을 따라 잡을 수 있다. 독학 엔지니어가 제품을 복제하는데 몇 년의 시간과 거듭된 실패가 따르겠지만, 결국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정품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4년 전 아이폰 4의 1GHz에서 최신형인 아이폰 6의 1.4GHz로 아이폰 클럭 속도의 증가율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같은 상대적 침체기는 고질적이어서 엔지니어들이 최고의 디자인으로부터 충분히 배우고 그것을 모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우선 비난의 목소리를 내며 지적재산권 강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판결에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 학 또는 역설계)가 합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 다. 그 결과 이제 회로판을 들여다보면 설계도를 만들 수 있다. 소스 코드와 그로 인한 변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설계도와 회로기판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가전제품은 점검과 검사가 쉬워야 하기 때문에 암호화를 비롯해 하드웨어를 감추기 위한 방법들이 실용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역설계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 탓에 회로기판으로 설계도를 만드는 업체들이 합법적이고 당당하게 운영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 속도가 점차 늦춰지면서 유사 제품이 활발하게 나올 수 있고,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더욱 발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유사 제품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까? 무어의 법칙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엄청나게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전의 연 16퍼센트에서 현재 연 11퍼센트로 게이트 길이의 감축 속도가 5퍼센트만 낮아져도 제품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5배로 늘어난다. 즉, 전력 향상 주기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나는 일은 신생 기업부터 대학 연구실과 같이 자원이 넉넉지 못한 곳에는 희소식이다. 특히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이 바로 오픈 소스 하드웨어이다. 오픈 소스는 자리를 잡는 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수년의 개발 기간 때문에 제품 을 내놓자마자 구식이 되어버리곤 한다.

아이폰 6 내의 전력 배분망 조직도. 마더보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하위체제 전압들까지 표시해 놓았다.

아이폰 6 내의 전력 배분망 조직도. 마더보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하위체제 전압들까지 표시해 놓았다.

 

 

책에는 다른 자세한 도면들과 함께 아이폰 6의 마더보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부품과 커넥터들은 기능에 따라 이름이 붙어 있고, 불량일 경우 나타나는 증상 또한 함께 적혀 있다.

책에는 다른 자세한 도면들과 함께 아이폰 6의 마더보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부품과 커넥터들은 기능에 따라 이름이 붙어 있고, 불량일 경우 나타나는 증상 또한 함께 적혀 있다.

 

 

 

시대가 변했다. 나와 내 동업자 션 크로스의 사례를 보자. 우리는 가정집에서 노트북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들 알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신생 기업이 아니다. 바닥엔 판지와 오래된 요가 매트가 깔려 있고 3D 프린터는 수건걸이 역할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3년 만에 노베나 Novena라고 불리는 오픈 소스 하드웨어 노트 북을 디자인, 제작, 판매했다. 한 대의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데 3년이 걸린다는 것은 큰 실패다. 무어의 법칙대로라면 3년 전 700MHz의 라즈베이 파이Raspberry Pi가 출시되었으니 라즈 베리 파이 2는 2GHz 이상의 속도를 자랑해야 한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가 만든 1.2GHz 쿼드코어 노베나 노트북은 고물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현실은 달랐다. 라즈베리 파이2는 쿼드코어를 탑재했지만 속도는 900MHz다. 수치가 크게 변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라즈베리 파이의 CPU, 라즈베리 파이 2의 CPU, 그리고 노베나의 CPU는 모두 40nm 공정 기술을 사용해 만들었다. 엔비디아처럼 지난 3년간 CPU 벤더들은 무어의 법칙에서 벗어나 그보다 조금 더 이득이 될 회로 디자인과 구조 개선에 집중해왔다. 아마도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듯하다. 이제 오픈 소스 하드웨어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결과물이 구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플랫폼 주변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 다. 이제 우리 개발자들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계획을 공유하며, 최종 디자인에 착수하기 전에 여러 개의 원형(原型)을 시험해볼 수 있다. 또한 추가적으로 주어진 시간 덕분에 하드웨어 개발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이제 촉박한 기한을 맞추기 위해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취미 삼아 3년 동안 여가 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노트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드웨어, 특히 오픈 소스 하드웨어를 개발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대다. 이러한 추세는 시스템에서부터 실리콘 기판까지 확대 되었다. 캠브리지 대학의 한 컴퓨터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low RISC(명령어 축약형 컴퓨터) 프로젝트는 RISC V 명령 집합을 활용한 오픈 소스 CPU 제작을 목표로 한다. “마치 열려 있는 문을 미는 것 같다”고 캠브리지 대학의 로버트 뮬린스 교수가 전했다. 그리고 이어 말한다. “현재 떠돌고 있는 수많은 획기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칩 디자인이 필 요하다. 오픈 소스 방식만이 그에 필요한 자유와 규모를 제시할 수 있다.” 뮬린스 교수의 연구 보조인 알렉스 브래드버리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약 1년 후 40nm 혹은 28nm 공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노베나와 라즈베리 파이, 현재의 GPU에 사용된 공정과 같다. 그는 또 “28nm 공정은 트래지스터당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 맞다면 low RISC는 대학 연구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실리콘 공장에선 여전히 하나의 칩 위에 더 많은 소자를 얹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무어의 법칙이 흔들리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혁신가들이 힘을 모아 주류업체와 나란히 경쟁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오늘날의 산자이와 오픈 하드웨어 현상은 기존 대기업 위주의 판도를 바꿀 첫걸음 일지 모른다.

    에디터
    글 / 앤드류 버니 황(싱가포르의 하드웨어 디자인 회사 코사기 Kosagi의 디렉터이자 치비트로닉스 Chibitronics의 공동 창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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