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어둠 속의 댄서 #선미

2015.09.24정우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미는 춤을 추고 있다. 선미는 자신에게 어둠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선미는 플래시가 터지듯 웃었다.

요즘도 매일 베이스 연습해요? 네, 숙소에 작은 앰프가 있어요. 유빈 언니가 <언프리티 랩스타> 촬영 때문에 너무 바빠서 합주는 못하고요.

손에 물집이 없어서 아쉽다고요. 네, 없어요! 진짜 깨끗해요. 사람들은 물집 없으면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하니까. 아, 근데 정말 없었던 건 아니고 생기고 벗겨지고 생기고 벗겨지고 하다 보니까 지금은 없는 거예요. 흐흐.

베이스 초보자들은 대개 피크로 시작하잖아요. 왜 손으로 쳐요? 오! 맞아요. 베이스 연주하는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핑거링이 좀 더, 뭔가…. 더 있어 보였어요. 하하하.

당연히 멋있어야죠. 그쵸? 맞죠? 베이스 선생님도 “베이스는 핑거링이지”해서 손으로 치고 있어요. 손가락 힘이 세서 여자치곤 소리도 잘 나온댔어요. 곧 피크로 치는 것도 배울 거예요.

베이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베이스 배우기 전에는 잘 몰랐어요. 알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베이스가 튀는 것들이었어요. 사실 베이스 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요. 근데 이어폰으로 들으면 전체를 은근히 감싸는 느낌이 있어요. 그 진동이 심장 소리랑 탁탁 맞아 들어가면 기분이 좋고요. 아, 베이스 좋아요.

선미 씨랑 비슷하달까요. 조용하지만 존재감이 있죠. 겉으로 보기엔 기타나 피아노가 어울리지 않아요? 화려할 것 같고…. 누구나 다 그런 부분이 있을 텐데, 이런 말 웃기지만 제 안 깊은 곳에는 어둠이 있는 것 같아요. 어둠으로 깊숙이 빠지는 걸 좋아하고요. 저 실제로 보니까 성격이 어때요? 원래 생각했던 거랑 달라요?

 

막연히 차갑고 도도한 줄 알았어요. 근데 최근에 사람들 인식이 많이 바뀐 계기가 <주간아이돌> 아니었어요? 저도 그걸 보면서 그렇지만은 않겠구나, 했어요. 하하하, 맞아요. 오늘도 흥이 폭발할 뻔했는데 조금 자제했어요.

‘뿌잉뿌잉’은 힘내라고 거는 주문인가요? 예? 제가 그래요?

네, 틀림없이 촬영 시작하기 전에 ‘뿌잉뿌잉’ 하는 걸 몇 번 들었어요. 아, 제가 혼자서 이상한 기합 소리를 많이 내요. 예! 아! 오!

베이스를 쳐서인지, 원더걸스를 다시 시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눈빛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엔 좀 지쳐 보였죠. 남자들이 그걸 좋아한 거 알죠? 근데 지금은 좀 더 여유롭고 깨끗하달까. 그땐 지쳤다기보다 얼이 빠져 있었어요. 지금은 멤버들이 있으니까 든든하고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요.

하이파이브를 정말 좋아하던데, 하이파이브할 사람이 생긴 거네요. 네, 근데 잘 안 해요.

왜요? 안 받아줘요? 아뇨, 저는 다른 사람들 힘내라고 하이파이브 해주는 건데, 멤버들은 그 자체로 힘이 되니까.

아….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솔로 활동할 때는 영혼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섹시했다는 거니까 나쁜 뜻은 아니고, 하여튼 그렇게 보였는데 뭔가 연기를 하는 감각인가 궁금했어요. 아, 네. 제가 고민이 많은 부분이에요. 어떻게 설명해야지…. 맞아요, 연기를 했어요. 곡에 따라 다른 연기죠. 솔로곡은 어두운 분위기로, 이번 노래는 신나니까 밝게. 연기라고 생각하고 올라갈 때도 있고 무대에서 표정 짓다가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근데 연기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신나면 신나는 대로 할 거예요.

연기를 하든 자유롭게 펼쳐놓든 각각 미덕이 있어요. 하지만 선미 씨는 연기를 안 하는 쪽을 원하지 않을까 짐작했어요. 인스타그램 사진을 봐도 그렇고, 사진가 샌디 킴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양심의 가책이 좀 들었어요. 자유로운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해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 저를 틀에 가두려고 하니까.

그래도 베이스를 친다는 건 좀 더 자연스러운 쪽으로 한 발짝 간 거 아니에요? 그쵸.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 근데 이것도 문제예요. 무대 위의 연주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니잖아요. 아직도 저는 프렛 위치랑 힘 조절 신경 쓰면서 자꾸 아쉬운 무대를 해요. 제가 자책이 좀 심하거든요.

라이브를 네 번 했죠? 라이브가 아닐 때도 프렛 위치를 신경 써요? 음악 방송에서 자꾸 눈 돌아가는 게 보일 거예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라이브로 해서 그런지 자꾸 신경 쓰이더라고요.

베이스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네, 제 가까운 목표는 베이스 치면서 스탠드 마이크 세워놓고 노래 부르는 거예요.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게 ‘센 것’이라고 했잖아요? 오늘 했잖아요.

겨우 이게? 네, 우리 팬들한텐 진짜 센 거예요. 이번 앨범 재킷의 수영복 사진 위에 한복 치마 합성해서 막 가려주고 그래요. 정말 어릴 때부터 절 보셔서 ‘내 새끼’ 이런 느낌이에요.

마음이 약한 여자가 오히려 방어적으로 행동하면서 세 보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그렇다는 얘긴가요? 저는 안 세 보이지 않아요?

세 보이지는 않고 알 수 없어 보여요. 좋은 말이네요.

<주간아이돌> 나오기 전까지. 아…. 괜히 나갔나…. 솔로할 때 모습이랑 <주간아이돌>할 때 모습 둘 다 평소의 저한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센 거는 자유로운 거예요.

자작곡 ‘Rewind’랑 ‘사랑이 떠나려 할 때’를 들어보면, 미련도 많고 후회도 많은 여자의 이야기 던데요. 솔직히 전 자유로운 거랑 거리가 멀어요. 집에 극도로 처박혀 있어요. 퍼즐 맞추고 <심슨> 보고 책 보고 그게 다예요. 클럽 가고 술 마시고 이런 게 없어요. 언젠가는 그게 터질 날이 오겠죠? 그쵸?

자유가 터진다는 거예요? 속에 있는 것. 모르겠어요.

속 깊이 있는 어둠이요? 어쨌든 원더걸스는 아이돌이고, 아이돌에게는 틀이 있잖아요. 그 틀을 깨는 게 제가 말한 세다는 의미일지 몰라요. 정말 평온한 음악도 아이돌로서는 셀 수 있잖아요?

사실 궁금했던 게 스스로 곡을 쓰고 연주하면서 아직도 아이돌이라고 생각할까? 였어요. 네, 자기 음악을 연주하고 만드는 아이돌인 거죠. 아이돌 이미지를 깨려고 밴드한 건 아니니까요. 좀 더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자작곡인 ‘Rewind’는 무대도 올렸잖아요. 어땠어요? 되게 편하달까. 의상도, 안무도, 편곡도 다 제 의견으로 진행했으니까요. 책임감이 들긴 했는데, 디렉터 입장에서의 재미가 더 크더라고요.

그 두 곡으로 유추하건데, 미드 템포의, 어두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무조건. 밝은 노래는 잘 안 들어요. 전부 다 마이너 곡들이에요. 저는 트랙(반주)을 열심히 듣는데, 처음 10초에 승부가 안 나면 가차 없이 넘겨버려요.

그 안에 좋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대중음악인 것 같아요. 듣자마자 소름 돋는 노래. 빅뱅 ‘거짓말’, 원더걸스 ‘노바디’. 하하. 죄송해요.

좋은 예인데요? 스스로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보단 오락가락하는 사람이요.

뭐가 선미 씨를 오락가락하게 만드는데요? 그냥 저요. 저는 제 안에서 너무….

상대방은 관계없고요? 네, 예를 들면 베이스를 어디까지 완성하려고 했는데 못했어요. 그러면 진짜 극도로 제가 싫어져요. 다른 사람과 부딪힐 일이 별로 없어요. 멤버들이랑 싸우는 건 싸운다기보다 ‘흥’ 하는 거고요. 하하.

늘 자기 자신이 문제다? 늘 제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럼, 셀프 하이파이브라도 좀 해요. 힘내라고 해준다면서요. (박수를 치며)이렇게요? 아!, 그래서 내가 박수를 많이 치나? 그런가 보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선미야 힘내? 진짜 그런가 봐요!

하이파이브 한 번 할까요? 좋아요.

이너웨어는 캘빈클라인, 시스루 상의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오버롤팬츠는 기라로쉬, 슈즈는 지니킴, 모든 쥬얼리는 렉스. 코르셋은 라펠라. 보디슈트는 서리얼벗나이츠, 쥬얼리는 스와로브스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지양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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