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체스터튼 <브라운 신부 전집> X 폭스 엄브렐라

1 정우영

브라운 신부의 몇몇 대사는 여전히 외우지만, 그가 드는 ‘낡고 커다란 검은색 우산’은 다시 읽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검은색 터틀넥을 입은 스티브 잡스는 기억했고 검은색 우산을 든 브라운 신부는 잊었다. 책은 물건에 대한 집중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매체다. 하지만 지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반듯이 정리해주기보다 흐트러뜨리는 능력이다. <신의 철퇴>에서 목사는 묻는다. “어떻게 이 모든 걸 알아냈소? 당신은 악마란 말입니까?” 브라운 신부는 대답한다. “나는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모든 악마를 가지고 있지요.” 브라운 신부의 범죄 수사는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다만 인간을 계급적, 사회적 한계 안에서 사유한다. <보이지 않는 남자>에서 그 누구도 범인을 보지 못한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골 저택의 부인에게 ‘댁에 함께 지내는 분이 계시나요?’라고 물어본다고 가정해보세. (중략) 비록 하녀가 방 안에 있고 하인이 그녀의 바로 뒤에 있다 해도, 그 부인은 아마도 이렇게 대답하겠지. ‘함께 지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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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