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 X 조니 워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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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뜻밖의 친구가 < 상실의 시대 >를 건네줬다. 아직도 그 친구의 말이 생생하다. “야 이거 장난 아니야. 접어놓은 데 봐봐.” 그 부분을 읽을 때, 엄마가 과일을 가져오셨다. 고등학생 때는 < 댄스 댄스 댄스 >를 펼쳤다가 지겹다는 말만 연발했다. 대학에 가서 처음 읽은 소설은 < 해변의 카프카 >. 항상 소설보단 영화였던 내게 < 해변의 카프카 >는 글이 그린 이미지로 남았다. 군대에선 < 어둠의 저편 >과 < 도쿄 기담집 >을 읽었지만 별로. 전역 즈음엔 < GQ >와 하루키의 끝내주는 인터뷰를 봤다. 그리고 < 1Q84 >를 만났지만 진도는 여전히 1권에서 멈춰 있다. 그렇게 하루키에 대한 기억은 온통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한 가지, < 해변의 카프카 >에 나오는 조니 워커만큼은 뚜렷하다. 카프카처럼 내게도 조니 워커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어떤 술보다 조니 워커 블루 라벨을 아끼셨다. “소주는 빨간색 두꺼비, 양주는 조니 워커 블루 라벨. 30년산 위스키나, 코냑도 필요 없어.” 평생 소주만 드시던 아버지의 유일한 사치. 가끔 싱글몰트를 선물해드려도 줄어드는 건 조니 워커 블루라벨뿐. 실은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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