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누구의 배우도 아닌 남자

이선균은 한참 힘들 때 부암동을 걸었다. 이제 그는 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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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는 까날리, 셔츠는 돌체&가바나, 구두는 헤리티지 리갈

 

예전부터 부암동에 자주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단골 카페가 있다고 해서 거기서 인터뷰하자고 했어요. 예전에 성북동 살았어요. 지금 이 카페를 지나는 길이 마실길이었어요. 북악스카이웨이, 삼청동을 지나면 한 세 시간 걸려요. <커피 프린스 1호점> 할 때 제가 맡은 최한성의 집도 이 근처인데, <하얀 거탑>의 최도영 집도 이 동네예요. 최도영 캐릭터 안 잡힐 때 많이 다녔어요.

<하얀 거탑>은 2007년의 어떤 영화보다 영화적인 드라마였어요. 하지만 최도영이란 캐릭터가 너무 착해서 비현실적이었어요. 제 자신과 너무 달라서 리액션을 못하겠는 거예요. 주변에선 다들 착한 척 ‘연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저를 잘 모를 때라서 부담이 됐어요. 보통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안(판석) 감독님이 바로 뽑으셨어요. 제 스스로 배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할 때였어요. <하얀 거탑>을 하면 한 단계 올라갈 것 같긴 한데 열심히 못하겠는 거예요. 전 어른들하고 연기해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들도 많고, 명민이 형까지 있으니 주눅이 들었어요.

근데 주연이었죠. 아유, 시작하기 전에 리딩을 하는데 준비를 너무 안 해간 거예요. 초반에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었어요. 나만 빠지면 완벽할 것 같은, 자학이 생겼어요. 안 감독님이 진짜 정말 대단한 게 만날 제 앞에서만 식사를 하는 거예요. 앉아서 아무 얘기도 안 하세요. 한 4~5회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야구로 따지면 전부 3할 치는데, 저만 1할 치는 느낌? 근데 계속 3번 타자인 거죠. 못 치니까 감독이 빼야 하는데, 뚝심으로 널 믿는다, 이런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아서, 겨울에 이 길을 걸은 거예요. 일종의 미신처럼. 매일 아침마다 걷고 촬영장에 가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 <하얀 거탑>은 정말 훌륭한 드라마예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좋아요.

전부를 보려고 딱히 챙긴 것도 아닌데 당신의 필모그래피 중에는 안 본 게 별로 없었어요. 최근에는 <미스코리아>를 재미있게 봤어요. 정말요? 진짜요? 저는 좀 많이 아쉬워요.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솔직하게 말하면 1부 2부 찍고 우리가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사실 <별에서 온 그대>가 여러모로 너무 세니까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냥 의미 있는, 퀄리티가 좋은, 마니아가 많은 드라마를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죠. 또 잘 만들어서 시청률이 2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10퍼센트만 나와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권석장 감독님하고 같이 만든 세 번째 작품이었는데 10부 넘어서는 이야기가 좀….

저도 10부까진 본방(송)으로 봤어요. 나중에는 너무 이야기가…. 감독님이 시청률이 안 나오기 시작하니까 손을 놓더라고요. 그게 속상한 거예요.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는 어느 순간 손을 놔요. 그럴 때 너무 힘들어요.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것 보다 그 사실이 더 힘들어요.

영화는 어쨌든 찍고 나서 결과를 기다릴 텐데요. 드라마는 아무리 힘들게 찍어도 반응이 좋으면 계속 만드는 사람들이 붙들고 가요. 그리고 그런 힘이 나는 상태로 흘러가요. 이틀 만에 찍어도 시청률이 올라올 때는 퀄리티 있게 만들고 싶어서 욕심도 내고 하는데요, (안 될 땐) 손을 놔요. 그때 기분이 나쁘죠.

권석장 감독과 만든 <파스타>가 좋은 케이스겠죠? 누군가한테 “왜 여자들은 이선균을 좋아하는 거야?” 물었더니 <파스타>에서 서유경(공효진)과 키스하는 영상을 보내줬어요. 그러곤 이랬어요.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눈빛을 봐봐.” 그거 모르겠어요. 하하하하. 전 재방송을 안 봐요. 제 드라마를 혼자 보고 있는 것도 웃기고, 같이 보는 것도 얼마나 민망해요. 사실 <파스타>는 그냥 너무 쉬운 드라마예요. 이야기가 정말 심플해요. 복잡하지 않은 그냥 만화예요 만화. 주방 식구들을 비롯한 출연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너무 단순하고요.

순정 만화 같은. 순정 만화가 아니고 그냥 만화예요. 인물들이 약간 좀 덜떨어지고 쉬워요. 제가 볼 땐 사람들이 드라마가 복잡하면 싫어해요. 주방 애들이 막 리액션을 (놀라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응? 이런 거 해요. 최현욱이란 캐릭터도 만화고요. 그래서 다들 좋아하는 거 같아요. 생각 없이 볼 수 있으니까.

그 키스하는 영상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까 다른 영상도 보내줬어요. <내 아내의 모든 것> 시작할 때, 연정인(임수정)과 테이블 밑에서 만나는 장면이요. 그 장면도 물론 잘 모르겠는 거예요. 하지만 그 영화에서 연기한 이두현이란 캐릭터는 그나마 공감이 갔어요. 저도 이두현이 정말 이해가 돼요. 대본을 보자마자 이건 해야겠다. 하하.

G02_140345반면에 <파스타>는…. 저는 <파스타>를 못 보겠어요. 그 뽀뽀하는 장면을 좋아하잖아요. 그 장면 밤새우고 아침 여덟 시에 찍은 거예요. 둘 다 정말 피곤해서 서로 입에서 막 단내 나고요. 하하. 권석장 감독님이 그런 거 찍을 때 저랑 효진이를 그냥 냅둬요. 효진이가 웃음을 잘 못 참아요. 얼굴도 쉽게 빨개지고. 감독님이 그걸 또 재밌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촬영을) 돌린 거죠.

그건 ‘리얼’하네요. 효진이가 다른 여배우랑 다르게 예쁜 척을 안 하고 진짜로 풀어지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이게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르게 하는 엔딩 포인트가 생겨요. 엄청 오버하는 캐릭터지만 마무리가 진짜처럼 보이니까 시청자들이 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가장 리얼한 드라마로는 <태릉선수촌>을 꼽을 만한 것 같아요. <태릉선수촌>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아요. 한데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지금 보면 촌스러워요. 그것도 약간 민망해요.

그래도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아주 판타지는 아니었어요. 뭔가 믿을 만한 설정이 촘촘했어요. 이를테면 드라마는 보통 주인공들이 타는 자동차를 협찬 받잖아요? 한데 당신이 연기한 최한성은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도 않았던 우핸들 닛산 큐브를 타고 나와요. 그 큐브는 제가 감독님한테 하자고 한 거예요. 이윤정 감독님은 그런 게 달라요. 감독님과는 <태릉선수촌>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은 배우들한테 컬러링까지 물어봐요. 굉장히 디테일하죠. 한데 세 번이나 작품을 같이 하니까 이제 저는 거의 연출부예요.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하죠. 한 감독님하고 작품을 너무 여러 편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드라마는 이윤정, 권석장 감독님과 각각 세 작품씩 하고 다른 감독님하고는 거의 안 했어요. 이를테면 애인처럼 잘 아는 것도 있고 편한 것도 있는데, 설레는 게 없는 거죠. 연출가가 배우를 볼 때 궁금해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야 해요.

미스터리가 제일 중요하죠. 감독님들이 제 호흡을 너무 잘 알아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항상 “네가 해. 어떡해. 빨리 해.” 희생을 바라고 책임지길 원하는 것 같아요. 보통 세 번째 부터 그랬어요. 그래도 전 배우잖아요. 그들이 너무 고맙지만 왠지 연출부처럼 되어 있었어요. 하하.

<하얀 거탑>, <커피 프린스 1호점>과 <골든 타임>을 했을 때, 메인 주연을 잘 받쳐주는 서브 주연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드라마는 대본을 전부 보고 시작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요. 대본이 늦게 나올 뿐만 아니라 작가가 중간에 어떤 방향으로 쓰면 배우는 그 방향대로 흘러가야 되는 거예요. <골든 타임>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에 감독님이 (이)성민이 형이 맡은 최인혁 역할을 줬어요. 나중에 이민우라는 역이 있는데 이게 여주인공이랑 멜로 스토리가 붙을 것 같다는 거예요. 시놉시스를 받아보니까 이민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무협지로 따지면 이민우의 성장이 훨씬 더 기대되는 거예요. 그래서 멜로 이야기의 여부를 떠나서 이민우를 맡게 됐어요. 최인혁 역할을 성민이 형이 너무 잘하기도 했지만 드라마에서 너무 절대자가 되었어요. 드라마가 캐릭터를 빈틈없는 존재로 만들었죠. 다른 주인공들은 그의 추종자가 되어 있고, 최인혁은 모든 적을 아우르고 맞서 싸우는 역할로 굳어졌어요.

드라마엔 멜로 라인이 적었죠. 작가님이 멜로 라인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이윤정 감독님이 B팀을 맡았는데, 감독님이 멜로를 잘하잖아요. 송선미(신은아)의 분량을 생각하다 보니 최인혁과의 멜로까지 만든 거예요. 작가님은 그 부분을 싫어했어요. 거기에 최인혁이 (정)석용이 형과의 우정까지 있으니 진짜 완전체인 거죠. 대중들은 계속 최인혁이란 캐릭터에 ‘우와!’하니까 9화인가에서 제 대사가 “교수님 오셨어?”밖에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감독님이 제 눈치를 보기 시작했어요. “선균아, 이거 초고야”라고 말하면서 대본 줬다가 나중에는 “어 이거 어떡하지?” 이랬죠. 저는 성민이 형이랑 사이가 너무 좋은데, 계속 주연과 조연 바뀌었다, 밀렸다, 그런 얘기가 들렸어요. 상황이 안 좋을 땐 마인드를 빨리 바꿔야 해요. 어떻게 원망을 하겠어요. 판세가 그렇게 돌아가는데. 흐름상 제가 계륵이 된 거예요. 모든 신에 다 나오는데 바스트 숏 받는 보조출연 같았어요. (황)정음이랑은 붙는 장면도 없어요. 둘의 사이가 우정도 애정도 아니게 되었어요. 게다가 응급실 상황의 동선도 제가 만들었어요. 대본이 늦게 나오니까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나중에 불면증까지 생겼어요. 계속 사고뭉치 캐릭터로만 비춰지니까 고민도 많았죠. 그래서 처음 제 캐릭터에 사진 찍는 설정이 있었으니까 SNS를 일기처럼 사용하는 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런 장치라도 있으면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어느 날 감독님이랑 술 마시다가 고민하지 말고 성민이 형 쪽으로 비중을 가지고 가라는 말도 했어요. 결국 나중에는 매주 새로 나오는 인물들과 에피소드 쪽으로 마무리가 된 거죠.

드라마에선 권석장, 이윤정 감독과 세 작품씩 했지만 영화에선 홍상수 감독과 네 작품을 했어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당신의 역할은 왠지 정이 갔어요. 가장 많이 싸우고 화해하고 또 술 마시다가 다시 싸운 대학교 선배 같달까요. 홍 감독님 영화는 전부 진짜 같죠. 감독님 영화는 대본이 아침에 나와요. 조명도 거의 안 쓰니까 조명 세팅할 시간도 없어요. 그러니 대본 받고 거의 바로 촬영이 시작되는 거예요. 게다가 다음 신을 뭘 찍을지 몰라요. 이동하면서 계속 보는 거예요. 그리고 보통 술 마시는 신이 있어요. 만약 만취하는 장면이면 전 술이 좀 세니까 리허설 때부터 마셔요. <우리 선희>에서 직접 소주병을 까는 장면이 있어요. 유미가 NG를 여덟 번인가, 아홉 번인가 냈어요. 그래서 소주를 맥주잔으로 계속 원 샷 했어요. 보통 감독님은 후시녹음이 없잖아요. 유미가 미치려고 했죠.

2층 호프집 장면이죠? “넌 내가 태어나서 제일 예뻐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아 근데, 홍 감독님 영화는 정말 기억이 안 나요. 보통 찍고 나서 한 10개월 만에 영화를 보는데 그때서야 “이런 영화야?” 싶어요. 하하하. 캐릭터가 비슷해서, 정유미와 세 번 찍었는데 그냥 한 편 찍은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과 찍은 영화 중에서 단 한 작품만 뽑는 다면 뭐예요? <옥희의 영화>요.

그 영화가 가장 사실적이죠. 곧 개봉하는 <성난 변호사>도 보고 인터뷰를 하면 좋았을 텐데요. 사실 저도 못 봤어요.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요.

이제 엄청난 흥행 성적도 기대할까요? 요즘은 흥행이 모 아니면 도잖아요. 관객수가 1천만 명 넘거나 완전히 흥행에 실패하거나 해요. 사람으로 따지면 허리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너무 안 돼요. 이 상황이 작년하고 또 다른 것 같아요. 50만 명의 관객도 안 드는 영화가 너무 많아요. 작년에 출연한 <끝까지 간다>는 들어간 제작비도, 기대하는 관객수도 한국영화의 허리에 있는 영화였어요. 이번 <성난 변호사>도 마찬가지예요. 관객수 2백만, 3백만 명인 영화들이 나와야 다양하게 만들어질 텐데 중간 크기는 너무 흥행이 안 되니까 모든 영화가 빤해져요. 지금 나오는 영화는 모두 기획부터 획일화되어 있어요. 어찌 보면 <성난 변호사>도 굉장히 상업적인 오락 영화예요.

그리고 한 명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원톱’ 영화죠. 어떤 배우는 “주연급 배우의 멀티 캐스팅은 이제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끝까지 간다>도 원톱 영화였는데 부담이 많이 됐어요. 조연인 (조)진웅이가 연기를 잘했는데, 영화를 처음 볼 때 빨리 나오라고 기도할 정도였어요. 근데 그때 겪어봐서 지금은 좀 덜한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제 역할인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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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보테가베네타, 바지는 우영미, 신발은 이선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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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보테가베네타, 바지는 우영미, 신발은 이선균의 것.

아내인 전혜진 씨가 출연하는 <사도>와는 개봉이 3주 차이네요. 진지한 <사도>랑은 완전 다른 영화예요. 법정 영화는 원래 굉장히 무겁지만 저희는 완전 유쾌해요. 아, 얼마 전에 제가 <소수의견>을 봤거든요. 저는 굉장히 좋게 봤어요. 한국 법정 영화 중 가장 리얼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영화가 50만도 안 들었는지 안타깝더라고요. 배우들도 너무 좋았고요. 극장에서 안 본 게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에 비하면 저희는 법정 신이 나오긴 하지만 좀 다른 장르의 영화예요. 그런 리얼리티는 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팝콘 영화예요. 추석에는 가벼운 영화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오늘 <사도> VIP 시사회에 가죠? 전 지난주에 언론 시사회에서 봤어요. 전혜진 씨의 연기가 여러모로 날이 서 있었어요. 연기 잘하죠. 그러니까 할 말 없죠. 연기 못했으면…. 하하.

예전에 <놀러와>에서 부부 사이가 가끔 남북관계와 같다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 최근엔 로또라고도 말했죠. 하하. 걱정들을 많이 하시는데, 생각보다 저희 잘 살아요.

배우라는 직업으로 사는 건 어떤 걸까요? 처음엔 지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뮤지컬로 시작했어요. 뮤지컬은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당시엔 신인 때라 저한테 ‘콜’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즐거웠지만, 전 마이너 기질이 많아서 그런지 뮤지컬엔 신경을 안 썼어요. 처음 불러준 게 뮤지컬이어서 즐겁게 했지만 바로 안 맞는다고 느꼈죠. TV도 갈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연예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 자체가 없었는데, 뮤지컬을 보신 분들에게 픽업돼서 시트콤을 찍었죠. 정말 적응 못했어요. 오버하는 연기였으니까요. 사실 모두 행운인데 원망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단막극을 했는데 그걸 보고 또 이윤정 감독님한테서 연락이오고, 홍상수 감독님한테서도 연락이 왔죠. 단막극 할 때 다짐한 게 있어요. “누구한테 나를 알릴 게 아니라, 내가 나한테 욕할 수 없을 정도만 하고 그만두자”고. 운전하면서 매일 그 생각을 했어요.

운전을 즐겨 하나 봐요. 큐브도 직접 추천했다고 하고. <커피 프린스 1호점> 때는 공유가 미니를 골랐다고 해서 다른 걸 생각한 거였어요. 아, 미니가 예뻤는데…. 하하. 그러다 혜진이랑 잡지 보다가 큐브가 너무 예뻐서 살까? 했는데, 너무 불편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큐브를 추천했는데, 취향이 잘 맞아서 타게 됐죠. 내가 타고 싶은 차를 한번 몰아보다가 괜찮으면 타던 걸 좀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였어요. 하하하. 그 후 사람들에게 더욱 유행이 되고 정식으로 수입된 거죠. <트리플>할 때도 토요타 FJ 크루저를 보고 맘에 들어서 감독님한테 추천한 거예요. 근데 셋이 함께 타는 차로 나와서 한번 밖에 못 몰아봤어요.

지금 타는 차는 뭐예요? 레인지로버요.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리스 끝나면 바꾸려고요. 전자식이라 너무 부드러워요. 매니저는 어처구니없어 하죠. 그 좋은 차를 왜 바꾸냐고.

뭐로 바꾸고 싶으세요? 저는 디스커버리가 잘 맞는 거 같아요. 외제차 처음 탈 때가 <트리플> 할 때였거든요. 그때 디스커버리 3에서 디스커버리 4로 바뀌었요. 디스커버리 4가 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한데 디스커버리 3가 투톤이었잖아요? 검은색 사려고 딱 마음먹었는데 4로 바뀌면서 범퍼가 ‘원톤’이 된 거예요. 맘에 안 들었어요. 제모 된 느낌?

하하하. 그 다음엔 결혼한 후라 더 머리가 아픈 거예요. 차를 큰 거, 작은 거 조합할라 그러니까 더 어려운 거죠. 혜진이랑 막 싸우다가, 투아렉이 확 지나가기에 홧김에 투아렉을 사버렸어요. 투아렉이 승차감이 좋았어요. 근데 이사를 하니 주차장이 낮아서 안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팔았어요. 제가 G바겐도 좋아해요. G바겐이 아직 수입이 안 될 때 앞집에 G바겐 쇼트보디가 있었어요. 20년 된 차인데 지나갈 때마다 사고 싶어 미치겠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처형의 지인이었죠. 그래서 혜진이와 상의 없이 질렀어요.

저도 정말 갖고 싶어요. G바겐 쇼트보디. 구하기가 힘들어요. 근데 이게 정말 오래된 차라서 문제가 많아요. 동네 마실 가려고 북악스카이웨이 오르잖아요? 그때마다 제초기 소리가 나요.

관리하기도 힘들죠. 보통 G바겐 쇼트보디 좋아하는 사람을 미쳤다고 해요. 그걸 왜 사? 롱보디 사지? 승차감도 진짜 안 좋죠. 그래도 전 쇼트보디가 딱 맘에 들었어요. 근데 혜진이랑 그 차를 타다가 두 번 멈췄거든요. 혜진이가 엄청 화를 내는 거예요. <골든 타임> 찍을 때 부산에 내려가 있는데 혜진이가 팔겠다는 거예요. 그걸 3천8백만원에 샀는데 그때 누가 2천9백만원에 산다고 했다고. 그래서 제가 절대 건들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신)하균이가 레인지로버를 좋은 조건으로 사려는 걸 대신 샀어요. 그래서 그냥 G바겐을 처분했죠.

얼마에 파셨어요? 2천2백만원? 결국 처음 수입한 사람한테 다시 갔어요. 사실 G바겐은 로망이죠.

항상 SUV만 사네요. 전 낮은 차는 답답해서 못 타요. 부드러운 게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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