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니아들이 박스 채 사는 술

와인 수입사에 물었다. 와인 애호가들이 박스째 사가는 와인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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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로카 디 몬테그로시 제레미아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르팽에 밀리지 않은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다. (르팽은 보르도 포므롤 지역의 정승 같은 와이너리다.) 이 와인은 작황이 좋을 때에만 생산하는데, 2008, 2009년은 연이어 빈티지를 내놓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2010년 빈티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려, 박스로 사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02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 와인 수입사 신동와인의 와인 판매량 ‘톱 5’ 안에 드는 스페인 와인.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 와이너리에서 직접 한글로 설명을 붙인 후면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여섯 병이 딱 들어가는 박스 단위로 유난히 많이 팔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뚜껑이 보물상자처럼 여닫을 수 있는 구조라서 상자 자체도 와인만큼 인기가 높다. 이태원 빈티지 가게에 가면 마스 라 플라나의 와인 박스가 종종 보인다.

03 쿠지노마쿨 안티구아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칠레 와이너리 쿠지노 마쿨은 국내 팬이 많다. 아기의 태명을 이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인 ‘로타’로 짓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안티구아스는 쿠지노 마쿨에서 만드는 데일리 와인이다. 쿠지노 마쿨의 2대 생산자인 루이스 쿠지노가 와이너리 방문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생산한 와인이 인기를 끌어 대중적인 생산으로 이어진 경우다. 가격 대비(소비자 정가 2만원) 맛이 훌륭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박스 신공’을 불러일으키는 와인으로 통한다.

04 핑구스 PSI 핑구스는 포도나무 한 그루에 포도 2~3송이만 남겨두고 모두 가지치기를 하는 탓에 한 해 생산량이 매우 적다. 상위 레인지는 예약으로만 품절이 될 정도. 수급이 그나마 원활한 가장 낮은 레인지인 PSI조차도 작년부터 박스 구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 시 만찬 와인으로 선택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전문 경영인이나 기업 간부들 사이에서 이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작은 유행처럼 퍼졌기 때문이다.

05 카이켄 울트라 말벡 데일리 와인만큼 박스 단위 판매량이 높은 와인이 없다. 특히 아르헨티나 말벡처럼 한창 주가가 높은 품종이라면 더욱 잘 팔린다. 카이켄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좋은 ‘몬테스’가 아르헨티나에 만든 와이너리다. 잘 팔리는 여러 요소를 두루 갖췄다.

06 후플라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오너가 입양한 유기견이 라벨에 등장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개 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급 대비(소비자 정가 10만원) 탁월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특급 호텔의 F&B 매니저, 와인바 오너, 젊은 소믈리에들이 틈날 때마다 박스로 사두고 있다는 게 와인 수입사 까브드뱅의 설명이다.

07 루피노 모두스 슈퍼투스칸 미국 금주령 시대에도 ‘스트레스 완화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팔렸을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가 좋은 키안티 와인. 비슷한 가격대(소비자 정가 15만원)의 다른 와인에 비해, 모두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맛이다.

08 레이냑 백화점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유독 박스로 많이 찾는 와인이다. 2009년, 보르도 특급 샤토를 포함한 블라인스 테스트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가격 대비(2008 빈티지 소비자 정가 22만원) 맛이 훌륭한 와인으로, 평균 4백만원이 넘는 보르도 특급 와인을 구매하기 어려울 때 대안으로 찾는다.

09 찰스 하이직 브륏 리저브 영화 <위대한 개츠비> 촬영 종료 파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들고 간 샴페인이 바로 이것이다. 와인 업계에선 샴페인을 가장 많이 사는 개인 고객으로 디카프리오를 꼽을 정도니, 찰스 하이직 샴페인 하우스에겐 의미 있는 이야기다. 유독 남자들이 많이 모이는 파티에 박스 채로 많이 판매되고, 국내 굴지의 패션 기업의 한 대표도 별장 파티에 이 샴페인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10 메디치 에르메테 콘체르토 달지 않은 람부르스코(기포가 있는 레드 와인의 종류이자 품종을 일컫는 말) 와인이다. 잔잔한 기포에 독특한 감칠맛까지 더해져 은근히 매니아층이 많다. 특히 양념치킨, 깐풍기, 피자 같은 요리와도 잘 어울려 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러 병을 사지 않을 수 없다. 수입사인 길진인터내셔날에서 퇴사 직원들이 박스 단위 구매를 가장 많이 요청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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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