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속의 일본, 아야 타카노 展

부산 조현화랑에선 소녀들이 무중력 속을 떠다닌다.

 

부산 조현화랑은 지금까지 (추상) 회화에 집중한, 되도록 국내 작가에 초점을 맞춰온 갤러리다. 그곳에서 아야 타카노의 전시가 열린다고 했을 땐 좀 의아했다. 무라카미 다케시가 만든 미술작가 집단 카이카이 키키 핵심 인물, 그것도 줄곧 일러스트와 회화의 경계에 있던 타카노의 그림이 김종학이 그린 꽃들과 김지원의 ‘맨드라미’가 걸렸던 벽에 걸린다니. 아야 타카노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땐 일본의 유명한 만화작가 그룹 클램프가 그린 <X>가 떠올랐다. 얼굴 윤곽을 벗어날 것 같은 커다란 눈 때문이었을까? 일명 레이프 눈이라고도 불리는 ‘망가’ 주인공의 대표적인 눈. 작품 안의 소녀들은 초점 없이 바라본다. 그 소녀들의 배경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무중력의 공간. 사실 이번 전시 작품 17여 점은 타가노가 부산을 둘러보고 그린 것들이다. 바다와 모래사장, 물고기와 갈매기가 등장하지만, 부산이라는 배경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모호한 공간에서 소녀들은 절대 늙지 않을 것 같은 ‘결’을 유지하고 있다. 중력이 약하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타카노가 그림 위에 저며놓은 세계는 그 어떤 것도 당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대지진 이후부터 바뀌었요. 술과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고, 그림 속에서 성적 에너지를 거둬내게 되었어요.” 타카노와의 점심 식사. 그녀는 생선 대신 버섯으로 만든 초밥을 조금 먹었다. 조용히 웃었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새삼 환경은 어떻게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만드는 작품은 어떻게 변하는 걸까, 되묻게 되었다. 타가노의 10년 전 그림과 지금을 비교해봤다. 작품 속에서 소년은 거의 사라졌고, 그녀는 그녀의 그림처럼 되었다. 그녀의 모든 건 이제 거의 소녀처럼 보인다. 11월 22일까지. johyu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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