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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서 타미 힐피거를 만났다

2015.10.30GQ

가로수길 플래그십 매장에서 타미 힐피거를 만났다.

여긴 마치 당신의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 이렇게 수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꿈이 축구선수였다는 게 사실인가? 어릴 땐 운동을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미식축구를 하기에도 농구선수를 하기에도 체구가 작았다. 운동 외에 좋아한 건 음악이었다. 그래서 당시 뮤지션들처럼 머리도 기르고 벨 보텀 진을 따라 입었다. 친구들이 내 옷을 다 좋아해서 열여덟 살에 청바지 가게를 열었다.

청바지 가게 피플스 플레이스를 시작으로 지금의 타미 힐피거까지 30년이 흘렀다. 지루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30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다. 패션은 늘 변한다. 30년 동안 매 시즌 다른 걸 생각하다 보니 매일매일이 새롭다.

매일이 새롭다고 했는데 단 한 번도 힘들었거나 상처를 받은 적이 없나? 사업에는 항상 기복이 있다. 첫 가게였던 청바지 매장은 결국 부도가 났다. 그땐 너무 어려서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1986년 광고 캠페인 때 또 한 번 위기를 겪었다. 랄프 로렌, 캘빈클라인, 페리 앨리스를 함께 거론하며 4명의 위대한 미국 디자이너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텍스트로만 구성한 광고 비주얼이었다. 그때 그 광고를 내는 게 제대로 된 결정인지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부족한 디자인 경험에 대한 비평을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타미 힐피거란 이름이 알려지는 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정말 더 열심히 옷을 만들었다. 다행히 좋은 파트너도 만났다.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타미 힐피거의 쇼는 해변가나 축구장처럼 규모가 큰 곳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요즘처럼 온라인으로 뭐든 간단히 볼 수 있는 세상에 여전히 큰 규모의 쇼를 기획하는 게 효과적일까? 타미 힐피거 패션쇼는 모두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단순한 콘텐츠가 난무할수록 패션쇼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드 홍보라고 생각한다. 그 계절 옷에 관한 분위기와 배경이 뭔지, 패션쇼처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없다.

당신은 드물게 자신의 옷이 미친 듯이 팔리는 걸 경험했다. 팔리는 옷을 꾸준히 만드는 디자이너와 새로운 걸 만드는 디자이너 중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나? 언제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야 끌려 다니지 않고 이끄는 사람이 된다. 그러려면 아이디어도 풍부해야 하는데, 내겐 파트너를 포함해 주변에 좋은 인력이 많다. 그들과 긴밀히 상의하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그렇지만 잘 팔리는 옷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 둘을 병행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에겐 디자인만큼이나 사업가로서의 감각도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나? 물론이다. 새로운 뮤지션, 연예인, TV 프로그램, 영화, 아티스트에게 늘 관심을 둔다. 이 모두가 팝 문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케이팝, 미국과 유럽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리얼리티 쇼와 셀러브리티의 영향이 크다. 결국 대중문화는 젊은이가 이끈다.

그래서 타미 힐피거와 유명인사가 그토록 긴밀한 건가? 셀러브리티를 통한 광고 마케팅 방식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제품의 품질이다. 그 가격에 합당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옷의 이름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타미 힐피거란 브랜드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 타미 힐피거를 알고 믿을 만한 브랜드라 여기는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절대로 그 사람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호텔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타미 힐피거 호텔을 만들 계획인가? 최근에 마이애미의 롤리 호텔를 인수했다. 그 호텔을 새롭게 바꿀 예정이다. 타미 힐피거란 이름으로 호텔을 열 생각은 없다. 언제 제대로 오픈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처럼 편안하고 아까 언급한 여러 가지 팝 문화가 섞인 사적인 공간이 될 거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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